영화감독들 줄줄이 OTT 드라마로 갔다 [김보라의 뒷담화]

김보라 2023. 6. 10. 12:0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OSEN=김보라 기자]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관객들의 눈높이가 한층 더 높아졌다. 흥행에 참패하는 극장 개봉 한국영화가 많아진 이유다. 예전에는 영화관에서만 볼 수 있었던 퀄리티 높은 작품을, OTT의 확대에 따라, 집에서 누워 스마트폰으로 편하게 볼 수 있게 되면서 편의성을 따지는 등 안목이 더더욱 깐깐해진 것이다.

중소규모 영화가 투자받아 제작될 수 있는 가능성은 확연히 줄어들었지만, 감독과 제작사 등 창작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드라마로 진출할 기회를 얻게 됐다고도 볼 수 있다. 점점 드라마와 영화의 경계가 무너져간다.

2시간 동안 스크린에 모든 걸 담기 어려워서 눈물을 머금고 편집해야만 했다는데, 같은 시나리오가 OTT로 간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늘려서 6부작 이상의 시리즈로 만들 수 있기에 기획의도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다. 영화감독들이 시리즈 드라마에 도전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 반대로 OTT에서 시리즈 드라마를 먼저 공개한 후 이를 2시간 분량의 영화로 재편집해 극장 개봉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이는 무한경쟁 체제 돌입을 의미하기도 한다. 드라마도 영화와 마찬가지로 오프닝 10~15분이 굉장히 중요하기에, 시청자들의 입장에서 그 짧은 시간 안에 끄거나 채널을 돌릴 수 있다. 영화든 드라마든 재미 보장은 필수다. 최근 드라마로 활동 반경을 넓힌 감독들만 봐도 전작이 화려하다.

상업영화 ‘범죄도시1’(2017)으로 장편 데뷔한 강윤성 감독은 ‘롱 리브 더 킹: 목표 영웅’(2019)을 연출하며 감독으로서 자리를 굳혔다. 이후 ‘범죄도시2’(2022)와 ‘압꾸정’(2022)의 기획에 참여하기도 했다.

강 감독은 디즈니+ 시리즈 ‘카지노’(2022~2023)를 통해 드라마 연출로 발을 넓혔다. ‘카지노’는 우여곡절 끝에 카지노의 왕이 된 한 남자(최민식 분)가 일련의 사건으로 모든 것을 잃은 후 생존과 목숨을 걸고 게임에 복귀하는 강렬한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 ‘마스터’(2016)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조의석 감독은 올해 넷플릭스 시리즈 ‘택배기사’로 7년 만에 컴백했다. ‘택배기사’는 데뷔 후 그의 첫 번째 드라마. 그동안 ‘일단 뛰어’(2002), ‘조용한 세상’(2006), ‘감시자들’(2013) 등의 영화는 지향하는 바가 뚜렷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꼼꼼한 연출력이 돋보였었다.

신작 ‘택배기사’는 극심한 대기 오염으로 산소호흡기 없이는 살 수 없는 미래의 한반도에 전설의 택배기사 5-8(김우빈 분)과 난민 사월(강유석 분)이 새로운 세상을 지배하는 천명그룹에 맞서며 벌어지는 일을 표현했다.

조 감독이 “드라마 감독님들을 존경한다”고 털어놓았을 만큼 시리즈 연출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약 2시간 동안 밀도 있게 나아가는 영화와 달리, 드라마는 회차별 기승전결을 담아야 하고 말미에는 다음 회차를 보고 싶게 만드는 장면을 담아 이른바 ‘엔딩 맛집’으로 거듭나야 하기 때문이다. 조의석 감독은 ‘택배기사’에 이어 또 다른 시리즈 드라마를 준비 중이다.

조명, 촬영 등 스태프로 활동하다가 장편 상업영화 ‘전국노래자랑’(2013)으로 데뷔한 영화감독 이종필. ‘도리화가’(2015), ‘삼진그룹 영어토익반’(2020)을 선보인 뒤 올해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박하경 여행기’를 출시했다. 배우 이나영이 출연해 화제를 모은 ‘박하경 여행기’는 국어교사 박하경(이나영 분)의 예상치 못한 순간과 기적 같은 만남을 그려 시청자들이 잠시나마 힐링할 시간을 만들어주고 있다.

김주환 감독 역시 ‘사냥개들’로 올해 첫 드라마를 내놓게 됐다. 배급사에서 영화일을 시작한 그는 ‘코알라’(2013)를 시작으로 연출에 도전했다. 박서준과 강하늘이 출연한 영화 ‘청년경찰’(2017)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주목받게 된 김 감독은 ‘사자’(2019), ‘멍뭉이’(2023)로서 자신만의 개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점에서 ‘사냥개들’은 김 감독의 액션 색채가 두드러진다. ‘사냥개들’은 사람 목숨보다 돈이 먼저인 사채업의 세계에 휘말린 두 청년이 거대한 악의 세력에 맞서 목숨 걸고 싸우는 이야기를 그린다.

또한 ‘모던 보이’(2008), ‘은교’(2012), ‘4등’(2016), ‘침묵’(2017), ‘유열의 음악앨범’(2019) 등을 내놓아 호평받았던 정지우 감독도 앱을 소재로 한 넷플릭스 시리즈 드라마 ‘썸바디’(2022)를 통해 드라마 연출에 도전했다.

더불어 쿠팡플레이 ‘안나’(2022)는 영화 ‘싱글라이더’(2017)로 데뷔한 이주영 감독의 드라마 연출 데뷔작이다. 걸그룹 출신 수지를 배우로서 재발견했다는 평가를 받게 해줬다.

엔데믹 시대에 극장에서는 일별 박스오피스 1위를 하는, 재미와 볼거리를 동시에 갖춘, 블록버스터급 영화만이 살아남는다. 이에 따라 다른 장르물은 OTT 시장에 맞게 체질 변화를 할 필요성도 있어 보인다.

OTT는 극장 규모를 줄이는 결정적 역할을 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배우와 창작자들에게는 호재다. OTT 플랫폼의 발전이 다양한 장르를 지향하는 한국영화계에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도가니’(2011), ‘수상한 그녀’(2014), ‘남한산성’(2017) 등 장르를 넘나들었던 황동혁 감독의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2021)이 대표적 사례다.

/ purplish@osen.co.kr

[사진] 드라마 포스터, 스틸사진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