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빅테크 ‘불효자’ 신세 된 공유 자전거… 적자 메꾸려 가격 인상 러시

베이징=이윤정 특파원 2023. 6. 1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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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일부 지역서 이용권 시간 축소·가격 인상
2018년 빅테크 계열 재편, 고비용 구조 여전
가격 인상 확대 전망… 비용 체계 개선 필요

지난 9일 중국 베이징시 차오양구 푸퉁역 부근. 지하철로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집 근처에서부터 타고 온 공유 자전거 수백여대가 지하철역 근처에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지하철역에서 자전거로 10분 거리에 거주한다는 전모(25)씨는 “거의 매일 공유 자전거를 이용하는데, 조만간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얘기가 있어 불안하다”며 “고장난 자전거가 많아 잘 확인하고 타야하는데 가격까지 비싸지면 공유 자전거 매력이 많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일부 지역에서 공유 자전거 이용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중국 공유 자전거 사업은 관련 스타트업들의 도산 후 빅테크 기업들이 이어받아 운영하고 있는데, 이들 역시 높은 유지·보수비용 등으로 인해 좀처럼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현 사업 구조대로라면 공유 자전거 사업의 적자가 지속될 수밖에 없는 만큼, 가격 인상이 중국 전역으로 확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 베이징 지하철역 근처에 늘어서 있는 공유 자전거들. 출퇴근 시간엔 지하철역을 이용하기 위해 직장인들이 타고 온 공유 자전거가 도로를 가득 채운다./이윤정 기자

10일 홍성신문 등 중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청두, 샤먼, 산둥, 장쑤 등에서 공유 자전거 가격 인상이 확인됐다. 청두의 메이퇀 자전거를 예로 들면, 기존까지는 1회 사용권을 구매할 경우 기본 30분 이용하는데 1.5위안을 내야 했다. 그러나 올해 1월 23일부터 15분에 1.5위안으로 올랐다. 이후 10분당 1위안씩 추가 부과된다. 매일 20분씩 출퇴근 시간에 공유 자전거를 이용하는 시민이라면 한 달 요금이 66위안에서 110위안으로 67%가량 뛴 셈이다.

중국 공유 자전거 가격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지난해 1월 하뤄 자전거(헬로 바이크)가 스타트를 끊었다. 7일, 30일, 90일 이용권의 가격을 적게는 5위안, 많게는 25위안까지 끌어올렸다. 메이퇀 역시 같은 해 8월 각 이용권 가격을 5~30위안씩 인상했다. 홍성신문은 “공유 자전거 기업들이 도시마다 다르게 가격을 조정하기 때문에 일부 1선 도시는 다른 도시 대비 가격이 더 높다”고 전했다.

1960년대 본격 보급과 함께 시작된 중국의 자전거 역사는 2015년을 기점으로 공유 자전거 시대에 진입했다. 그해 9월 베이징대 캠퍼스에서 공유 자전거 사업을 시작한 오포는 향후 중국은 물론 미국, 유럽 등까지 사업을 확장하며 세계 최대 공유 자전거 기업이자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불어나는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결국 2018년 파산했다. 이후 중국 공유 자전거 사업은 빅테크 계열로 재편됐다. 중국 각 분야 최대 플랫폼을 보유한 메이퇀(음식 배달), 알리바바 자회사 앤트그룹(전자상거래), 디디추싱(차량 공유)이 3대 공유 자전거 브랜드를 각각 운영하고 있다.

중국 3대 공유 자전거 브랜드. 앞에서부터 중국 최대 음식 배달 플랫폼 메이퇀이 운영하는 공유 자전거, 중국 최대 차량 공유 플랫폼 디디추싱이 운영하는 칭쥐,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알리바바의 자회사 앤트그룹이 운영하는 하뤄 자전거(헬로 바이크). /이윤정 기자

그러나 빅테크 기업들도 공유 자전거 사업에서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앤트그룹의 공유 자전거 브랜드 ’하뤄 바이크(헬로우 바이크)’는 2018~2020년 매출이 21억1400만위안에서 60억4400만위안으로 늘었지만, 같은 기간 순손실은 22억800만위안에서 11억3400만위안으로 줄어드는 데 그쳤다. 메이퇀은 지난해 공유자전거·신선식품 부문에서 284억위안 적자를 냈다. 디디추싱의 브랜드 ‘칭쥐’는 기타 사업으로 분류되는데, 2021년 300억위안의 손실을 기록했다.

공유 자전거 사업은 들어가는 비용이 많아 큰 수익을 내기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먼저 자전거 구입 비용이 대당 평균 2000위안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일 운영 및 유지 관리 비용이 대당 0.3위안, 일일 감가상각 비용이 대당 0.6위안으로 전해졌다. 10만대의 자전거를 투입할 경우 연간 운영 및 유지 관리 비용이 3300만위안 이상 드는 셈이다. 반면 들어오는 돈은 제한적이다. 이전엔 이용자에게 보증금을 받고 이를 굴려 이자수익을 낼 수 있었지만, 현재 보증금 제도는 모두 폐지됐다. 이에 이용권과 광고 수익에만 기대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중국에서는 공유 자전거 이용 가격이 점차 인상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업계에서는 자전거를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서비스 품질을 향상시키는 등 ‘비용 관리’가 보다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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