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고도로 발달한 혁신가는 사기꾼과 구분할 수 없다? - 일론 머스크 집중 분석

전형우 기자 2023. 6. 10.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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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쉽] 일론 머스크는 왜 '말'로 '업적'을 깎아먹을까


세계 최고부자 타이틀은 다시 일론 머스크 차지가 됐습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른 부자 1위가 최근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에서 일론 머스크로 교체됐습니다. 주가에 따라 엎치락뒤치락하긴 하지만 '명품과 샴페인'을 파는 프랑스인이 아닌 '꿈과 미래'를 파는 미국인이 현시점에서는 세계 최고의 부자입니다. (▶ 관련 기사 보기)
[ https://premium.sbs.co.kr/article/0dt7pxjF9m ]

단순히 '최고 부자'만이 아닌 사람들 마음속의 세계 최고 기업, 기업인은 시대에 따라 바뀌어 왔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빌게이츠에서 애플과 스티브 잡스로 옮겨왔고,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테슬라와 일론 머스크가 지금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스티브 잡스와 많은 비교를 당했습니다. 테슬라는 애플에 비할 만한 팬덤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애플보다 훨씬 강력한 안티도 생겼습니다. 머스크의 전기차는 잡스의 스마트폰과 비견할 만한 혁신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좀 더 허황되고 위험한 비전을 보여줍니다. 애플보다 좀 더 '구름 위에 떠있는' 테슬라, 잡스보다 '매운맛'인 머스크. 그는 혁신가일까요, 사기꾼에 더 가까울까요. 그는 왜 자신이 쌓은 업적을 논란이 될 발언이나 트윗으로 날려먹을까요. 이번 뉴스쉽에서는 일론 머스크가 어떤 사람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인류를 '다행성 종족'으로 만들겠다"는 꿈

화성에 핵미사일을 여러 개 떨어뜨립니다. 그러면 화성의 만년설이 녹고 온도가 낮아져 생물이 살 수 있게 됩니다. 그 뒤 우주선으로 인간과 동식물을 이주시켜서 살도록 합니다. 이것은 SF소설의 문장이 아닙니다. 일론 머스크의 꿈입니다. 머스크는 젊었을 때부터 '화성 이주', 즉 인류를 지구가 아닌 여러 행성에서 사는 '다행성 종족'으로 만들겠다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았습니다.

머스크의 말에 따르면 스페이스 X의 로켓과 테슬라의 전기차가 단순한 돈벌이는 아닙니다. 로켓을 이용해 화성으로 인류를 이주시키고, 화성에서 태양광 발전과 전기차를 통해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목표를 향한 발걸음입니다. 머스크는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고민하는 CEO가 아니라 인류가 스스로 멸망하지 않도록 지속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구원자가 되고자 합니다.

이처럼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소명의식과 압도적인 비전을 보여주면서 일론 머스크는 혁신의 아이콘이 됐습니다. 마블시리즈의 슈퍼히어로 아이언맨의 현실 모델이 됐습니다. 아이언맨인 토니 스타크처럼 좀 괴팍한 성격이지만, 자신의 신념과 목표를 위해 몸을 불사르는 억만장자. 그것이 일론 머스크의 이미지였습니다.
 

'가폭, 학폭' 피해자였던 어린 시절

화성 정복이라는 허황된 꿈에 자신의 전 재산과 모든 시간을 쏟는 일론 머스크라는 인물은 어떤 사람일까요. 어린 시절과 연애사 같은 사적인 부분을 들여다보면 조금 감이 잡힐 수도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은 불행했습니다. 아버지의 가정폭력에 시달렸기 때문입니다. 아버지 에롤 그레이엄 머스크는 아들이 보는 앞에서 엄마를 때렸고, 임신했을 때조차 온몸에 멍이 들도록 때렸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좀처럼 아버지를 언급하지 않는데, 한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악행을 일삼았다"고 표현한 적 있습니다. 아버지 에롤 머스크는 총으로 2명을 쏴서 죽게 만들었고, 살인죄로 기소된 적도 있습니다. 정당방위로 인정돼 처벌받진 않았습니다.

학교에서도 일론 머스크는 행복할 수 없었습니다. 어머니 메이 머스크는 아들이 세 살 때부터 천재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합니다. 천재였지만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습니다. 아이들이 보기에 수줍고 조금 이상해 보였던 일론 머스크는 학교에서 따돌림과 폭력을 당했습니다. 수년간 조직적인 따돌림이 있었고 폭력의 정도도 심각했습니다. 한 번은 괴롭히는 학생들이 일론을 계단에서 밀친 뒤 심하게 때려 몇 주 동안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습니다.

"다정했지만 일에 몰두했다" 머스크의 여성 편력

일론 머스크는 여러 여성과 만났고 결혼과 이혼을 여러 번 했습니다. 사업이 성공해 유명해진 뒤에는 영화배우나 가수 등 화려한 이들과 만났습니다. 하지만 첫 결혼은 대학에서 같이 공부하던 연인이었습니다. 머스크가 남아공을 떠나 캐나다 퀸즈대학교를 다닐 때 함께 공부하던 저스틴과 했습니다.

6년 간의 연애 끝에 결혼한 이들은 쌍둥이와 세 쌍둥이를 차례로 낳았습니다. 다섯 자녀의 아버지가 된 머스크였지만 일에 몰두했습니다. 저스틴은 "일론은 정신력의 95%를 일에 투자한다"고 말했습니다. 저스틴과의 첫 결혼 생활 시절과 다섯 자녀들이 어릴 때의 머스크는 실리콘밸리에 첫 발을 딛고 자신의 사업을 한창 궤도에 올려야 할 시기였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 하루 8시간 근무라는 건 없다"고 말한 머스크는 회사에서 쪽잠을 자며 일에 대부분의 시간을 쏟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결국 저스틴과 이혼하게 됩니다.

머스크가 두 번째로 결혼한 건 영국의 영화배우 탈룰라 라일리입니다. 저스틴과 이혼 신청을 하고 사업차 런던에 간 머스크는 나이트클럽에서 그녀를 만납니다. 라일리는 첫 만남을 회상하는 인터뷰에서 "머스크는 다정하고 수줍었다"며 처음 데이트를 할 때 "같이 호텔 방에서 로켓 영상을 보지 않겠냐"고 말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머스크는 호텔 방에서 로켓 영상만 봤다고 합니다. 이들은 만난 지 열흘 만에 같이 살게 됐고, 라일리는 머스크의 다섯 아이들을 양육하게 됩니다. 이들은 2010년 런던에서 결혼을 했지만 이혼했고, 다시 머스크와 라일리는 두 번째 결혼을 한 뒤 2016년에 두 번째로 이혼했습니다. 꽤 오랜 결혼생활을 이어간 탈룰라 라일리의 인터뷰에서 일론 머스크가 어떤 사람인지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일론은 어렸을 때 경험을 통해 길바닥에 나앉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믿고 있는 사람한테 상처받는 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 탈룰라 라일리

하지만 분 단위로 스케줄을 관리하며 자신의 모든 시간을 업무에 쏟는 머스크였기에 탈룰라 라일리도 헤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녀와 헤어졌을 무렵, 자신의 전기를 쓰고 있는 기자 애슐리 반스에게 머스크는 물었습니다. "여자 친구를 사귀고 싶습니다. 데이트하는 데 일주일에 5~10시간 정도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자들은 일주일에 몇 시간이나 애인을 만나고 싶어 하나요. 10시간 정도가 최소 수준인가요?" 목표를 이루는 데 몰두하는 일론 머스크에게는 연애나 사랑은 상당한 시간을 투자해야 할 부차적인 일 정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스틴, 탈룰라 라일리와 이혼한 뒤 머스크는 다른 여성들과 연애를 이어 갑니다. 하지만 앞서 두 명과 만날 때만큼 길고 안정적인 연애를 하진 않습니다. 머스크는 사업이 궤도에 오르고 최고의 부자가 된 뒤에 기행을 하게 된 것처럼, 연애와 결혼생활도 좀 더 독특한 방식으로 하게 됩니다. 그 부분은 뒤에서 다루겠습니다.
 

연이은 창업과 재투자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든다"

남아공에서 캐나다를 거쳐 미국으로 온 머스크는 처음으로 창업을 합니다. 동생과 함께 'ZIP2'라는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ZIP2는 요즘으로 치면 네이버나 카카오, 구글 지도에 상점들의 정보를 연동시키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지금은 누구나 자연스럽게 쓰는 기술이고, 대부분의 포털에 있는 방식이지만 그때는 세상에 없는 것이었습니다. 머스크는 ZIP2를 성공시킨 뒤 PC제작사인 컴팩컴퓨터에 3억 달러가 넘는 돈에 매각했습니다. 27살에 성공한 부자가 된 머스크는 맥라렌 F1 스포츠카를 사서 타고 다녔습니다. 당시 CNN 방송에 '성공한 젊은 사업가'로 맥라렌을 타고 다니는 머스크의 인터뷰가 실리기도 했습니다.

ZIP2를 매각해 맥라렌 한 대를 산 뒤 머스크는 나머지 돈을 페이팔에 투자합니다. 이후에도 계속되는 방식인데 머스크는 하나의 사업을 성공시킨 뒤 번 돈을 다음 사업에 올인합니다. '억만장자가 되거나 빈털터리가 되거나' 매번 도박을 하는 방식으로 지금까지 카드로 된 집을 쌓아 올려 왔습니다. 페이팔이 한 건 금융과 은행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가져오고자 하는 시도였습니다. 지금은 누구나 모바일로 은행서비스를 하고 결제도 온라인으로 하지만 마찬가지로 그때는 혁신적인 기술이었습니다.

피터 틸 등과 함께 페이팔에 공동 창립자로 참여한 머스크는 돈을 가장 많이 투자해 대주주가 됐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사회의 쿠데타로 CEO에서 강제로 해임됐습니다. 자신이 만든 애플에서 스티브 잡스가 해고되는 모습과 겹쳐 보입니다. 페이팔의 다른 창립자들과 이사회는 머스크를 불안하게 생각했습니다. '늘 틀린 결정을 내리는 독선적이고 완고한 괴짜'로 묘사되기도 했습니다.

CEO에서 쫓겨났지만 대주주로서 지분은 그대로 보유한 머스크에게 페이팔은 큰 돈을 벌어다 줬습니다. 2002년 이베이가 페이팔을 15억 달러로 인수하면서 머스크는 2억 5천만 달러를 손에 넣었습니다. 일론 머스크와 피터 틸 등이 만든 페이팔에는 유능한 엔지니어들이 많았습니다. 나중에 실리콘밸리를 실질적으로 좌우한다고 평가받는 '페이팔 마피아'라고 불리는 이들이 이 회사에서 성장했습니다. 페이팔에서 흩어진 마피아들은 테슬라와 유튜브, 팔란티어(AI, 빅데이터 소프트웨어)와 옐프(맛집 검색 어플) 등 수많은 스타트업을 창립했습니다.
 

머스크의 핵심① - 로켓

일론 머스크를 만든 커다란 두 축은 로켓과 전기차입니다. 페이팔을 팔아 3천억 원이 넘는 돈을 얻은 머스크는 그 돈을 로켓 만들기에 투자합니다. 스페이스 X를 창립해 세계에서 처음으로 민간인이 우주로 로켓을 쏘아 올리는 무모한 도전을 합니다. 스페이스 X에 투자된 돈으로는 딱 세 번의 로켓 발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팰컨 1호라는 이름을 붙인 로켓은 첫 발사에서 28초 만에 폭발했습니다. 두 번째 발사는 1차 분리 뒤 두 번째 단계에서 바다로 추락했고,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세 번째 발사마저 실패했습니다.

당시는 테슬라 또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자금난에 시달리는 시기였습니다. 그 와중에 2008년 금융위기마저 겹쳐 투자자들이 보수적으로 변했습니다. 많은 스타트업은 자금 순환이 멈춰버리는 순간 망해버립니다. 성공을 향해 달려가고 있더라도, 확실한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어버리는 순간 자금이 끊어지고 회사는 망하게 됩니다. 성과가 없더라도 경기가 좋고 투자에 대한 희망이 넘치는 시기라면 투자금이 몰리겠지만 2008년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론 머스크는 스스로 빚더미에 앉는 선택을 합니다. 자신이 가진 전재산과 지인들에게 빌린 돈을 합쳐 4천만 달러를 테슬라와 스페이스 X에 투자를 했습니다. 이러한 결정을 두고 머스크는 "회사는 자식과 같다. 자식이 배를 곯고 있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라고 설명했습니다. 당시 머스크는 자기 이름으로 된 집 한 채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회사의 대표가 자신의 모든 것을 회사에 거는 용기를 보이자 직원들의 두려움(fear)은 욕심(greed)으로 바뀌었습니다. 스페이스 X의 한 직원은 이런 머스크의 결단은 어느 정도는 '자아도취적 본성'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스스로가 앞으로 펼쳐질 미래를 꿰뚫어 보고 있고, '자신이 생각하는 미래가 오지 않을 리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렇게 쥐어짜 낸 돈으로 만든 네 번째 로켓 발사는 드라마처럼 성공했습니다. 민간인 개인이 만들어 발사한 위성으로는 처음으로 지구 궤도에 안착한 팰컨 1호는 떼돈을 가져다줬습니다. NASA는 스페이스 X와 15억 달러짜리 계약을 맺었습니다. 세간의 웃음거리였던 머스크는 이제 진리를 설파하는 사람이 됐습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 X의 성공과 실패에 따라 일론 머스크의 명성은 시시각각 바뀌었습니다.

첫 민간 로켓 발사 성공 이후 스페이스 X는 세계 최초를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팰컨 9호는 처음으로 발사체가 다시 땅에 착륙하는 방식에 성공해 '로켓 재사용'의 물꼬를 텄습니다. 크루 드래건은 처음으로 민간 기업이 승무원을 태우고 유인 우주선을 발사해 우주정거장에 도킹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100톤 무게에 100명 넘는 사람이 탑승가능한 거대한 우주선 스타십은 화성 탐사를 목표로 지금도 여러 가지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머스크는 모험적인 성향이 외할아버지인 조슈아 홀드먼에게서 왔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조슈아 홀드먼은 어느 날 차를 타고 가다가 판매 중인 비행기를 보고는 차와 비행기를 맞바꿀 만큼 모험심이 강했습니다. 그는 그날 이후 비행기 조종사가 됐는데, 결국 비행기 착륙 도중 목이 부러져서 숨졌습니다. 조슈아 홀드먼은 당시 '테크노크라시' 사상을 대표하는 인물이었는데, 테크노크라시란 과학의 힘을 절대적으로 생각하는 이념을 말합니다. 테크노크라시 신봉자들은 정치인을 없애버리고 과학자나 엔지니어가 세상을 지배해야 한다고 믿는 식입니다. 머스크도 스스로를 '테크노 유토피안'이라고 생각하고, 기술이 인류를 구원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믿는 것을 넘어 본인이 기술을 통한 구원자가 되길 원하는 듯합니다.
 

머스크의 핵심② - 전기차

일론 머스크를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전기차입니다. 머스크 이전에도 전기차는 존재했지만, 머스크 이후에 전기차는 혁신의 상징이 됐고 '쿨'한 이미지가 됐습니다. 원래 도요타 프리우스 같은 하이브리드 전기차는 '환경주의자들이나 타는 차'라는 대중적인 인식이 있었습니다. 전기차는 기름값을 절약하려고 연비 좋은 차를 타는 '쫌생이'나 채식을 하고 지구를 보호를 외치는 '괴짜'들이 타는 차라는 이미지에 가까웠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테슬라는 첫 전기차로 로드스터를 내놨습니다. 로드스터는 뚜껑이 열리는 2인승 스포츠카를 말합니다.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걸리는 시간)이 3.9초밖에 되지 않는데 매연이 나오지 않는 차. 페라리나 포르셰 스포츠카와 경쟁할 수 있는 차. 테슬라는 전기차의 이미지를 영화배우나 실리콘밸리의 갑부가 타는 자동차로 만들었습니다. 실제로 테슬라가 처음 내놓은 로드스터를 산 사람들 중 한 명은 영화배우이자 캘리포니아 주지사였던 아놀드 슈왈제네거였습니다.

제로백이 내연기관 차량보다 빠른 괴물 자동차. 테슬라는 양산형 자동차인 모델 S를 낸 이후에도 이 정체성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올해 출시된 '모델 S 플래드'는 제로백이 2.1초입니다. 람보르기니나 포르셰에서 내놓는 내연기관 슈퍼카들은 저리 가라 할 1020마력의 출력을 가졌습니다. 출시를 앞두고 있는 로드스터 2세대는 제로백 1.9초에 최고속도가 시속 400km에 달하고, 한 번 충전하면 1,000km까지 달릴 수 있다고 테슬라는 설명한 바 있습니다. 다만 2020년에 출시한다던 로스스터 2세대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고, 제원이 상당 부분 과장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긴 합니다.

다른 자동차 기업들은 가솔린 엔진 모델 디자인을 빌려 전기차를 개발해 왔습니다. 내연기관차 노하우가 있는 기업들에게는 당연한 수순이긴 합니다. 차를 한 대도 만들어본 적 없는 테슬라는 애초에 처음부터 끝까지 전기차를 위해 새롭게 차를 디자인했습니다. 처음으로 양산형 차량인 모델 S를 만들 때 테슬라는 납작한 배터리를 차량 섀시 바닥에 깔도록 만들었습니다. 이런 디자인 덕분에 테슬라 전기차는 무게 중심이 아래쪽으로 가서 핸들링이 좋고 안전성도 크게 향상됐습니다. 또 기존의 전기차는 배터리가 공간을 차지해 탑승공간과 짐칸이 좁았는데, 이런 문제도 해결했습니다. 오히려 비슷한 크기의 가솔린 차량보다 짐 실을 공간이 더 넓은 전기차가 만들어진 겁니다.


테슬라가 바꿔놓은 전기차의 개념은 차를 스마트폰처럼 만들고 있습니다. 차가 소프트웨어를 담는 도구가 되는 '스마트카'로 변화할 것이라는 비전입니다. 앞서 말한 '쿨한 이미지'와 디자인적 요소 외에도 자율주행과 빅데이터 수집, 차문이 위쪽으로 열리는'팔콘윙', 네바다 사막에 세운 거대한 생산공장 '기가팩토리', 전기차 인프라를 위해 전 세계 4천여 곳에 직접 세운 충전소 '슈퍼차저' 등 테슬라가 전기차 경쟁에서 압도적인 이유는 열거하기엔 너무 길 정도로 많습니다.

차를 한 대도 내놓은 적이 없는 회사가 미리 차를 팔고 투자금을 받아낸다며 조롱을 받은 테슬라는 첫 차를 낸 지 15년 만에 많은 업적을 이뤘습니다. 테슬라가 망할 순간을 기다리는 홈페이지 '테슬라 데스 워치(death watch)'까지 나왔었지만, 테슬라의 '죽음의 순간'은 아직 올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최근 잦아진 기행 "당신은 왜 트위터에 굳이 발언을 하는가?"

로켓과 전기차 분야에서 거듭된 실패는 더 이상 리스크가 되지 못했습니다. 실패보다 더 큰 성공으로 스페이스 X와 테슬라는 각 분야에서 가장 앞서 나가는 기업이 됐습니다. 문제는 오너 리스크에서 나왔습니다. 기업이 성공하고,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된 이후 일론 머스크는 많은 설화를 일으키고 기행을 일삼았습니다.

2018년 테슬라 기업실적 발표 뒤, 한 회의에서 투자자들이 질문을 하자 머스크는 '지루하고 멍청한 질문'이라고 모욕을 줬습니다. 테슬라가 환경 규제를 위반해 폐기물을 버렸다는 문제도 제기됐습니다. 문제보다 심각한 건 일론 머스크의 대응이었습니다. 해당 내용을 보도한 기자를 트위터를 통해 공개적으로 비난했고, 내부고발자로 지목된 직원을 해고시켰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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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우 기자 dennoch@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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