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경제] 15년간 배전망 투자에 31조 든다는데

세종=심우일 기자 2023. 6. 10.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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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변전까지 합치면 90조 달해
태양광·풍력 등 비중 확대에
신재생 연계투자 5.5조→7.5조
지중화설비·전력수요도 계속 늘어
중장기적 전기요금 상승 압력으로
[서울경제]

앞으로 15년간 배전망 투자에만 31조 원이 필요하다는 전력 당국의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2년 전에 나온 전망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입니다.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전력 수요 증가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56조 원에 달하는 송변전 투자 비용까지 고려하면 전력 계통망 투자에 90조 원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전력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제10차 장기 송변전 설비계획(2022~2036년·이하 10차 설비계획)’에 따른 배전 설비 투자 규모는 31조 원으로 추산됩니다. 2년 전 수립된 ‘제9차 장기 송변전 설비계획(2020~2034년·이하 9차 설비계획)’의 투자 규모 추정치(18조 원)와 비교해 72%나 늘어난 수치입니다. 10차 설비계획에 따라 배전 투자 규모 추산값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지난달 한전은 10차 설비계획을 발표하며 “2036년까지 송변전 투자에만 56조 5000억 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9차 설비계획에서의 필요 금액(29조 원)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입니다. 여기에 이번에 한전이 추산한 배전 설비 투자액 31조 원을 더하면 향후 15년간 국내 전력망 투자에만 최소 87조 원이 넘는 자금이 들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한 셈입니다.

한전의 예상 배전 투자비가 당초 계획보다 급증한 데엔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가 끼치는 영향이 크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실제 한전은 이번 10차 설비계획에 따른 신재생에너지 연계 배전 설비 투자 예상 소요액이 7조 5000억 원이라고 추산했습니다.

이는 2년 전 수립했던 9차 계획(2020~2034년)의 예상치(5조 5000억 원)보다 2조 원(36%) 늘어난 액수입니다. 신재생에너지 증가를 반영한 결과입니다. 앞서 정부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이 2021년 24.9GW에서 2036년 108.3GW로 증가할 것으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특히 2034년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96.9GW로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전망보다 24.6%나 높습니다.

신재생에너지 확대가 배전망 투자 증가로 연결되는 이유는, 태양광·풍력의 경우 다른 발전원과 달리 ‘백업용 배전망’이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해가 떠 있지 않거나 바람이 불지 않으면 제때 전력을 공급하지 못하니, 다른 발전 시설과 소비자를 잇는 전력망을 추가로 설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향후 민간에서 소규모 분산에너지가 늘어나면 배전 투자액이 예상치보다 더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한 전력 업계 관계자는 “직접 전력거래소와 전기를 거래하는 소규모 분산에너지 사업자들처럼 송전망을 거치지 않고 바로 배전망으로 접속하는 신재생에너지 발전도 적지 않다”며 “신재생에너지 확대가 송전망보다 배전망 투자에 더 큰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한전도 한무경 의원실에 ‘해외 배전망 요금 단가가 송전 요금보다 높게 나타난 이유’에 대해 “신재생에너지 등 분산 전원 확대와 지중화 설비 투자 등으로 송전망보다 투자비가 많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여기에 전선을 땅속에 묻는 ‘지중화 설비 투자’가 계속될 예정인 데다 다른 발전원 확대에도 대응해야 돼 배전망 투자액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실제로 한전은 10차 설비계획을 토대로 보았을 때, 배전 선로 신설 등 전력 공급을 위해 2036년까지 23조 50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9차 설비계획보다 88%나 급증한 규모입니다.

늘어나는 배전망 투자비가 중장기적으론 전기요금 상승 압박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송배전망 투자비는 전력 요금 원가에 반영되기 때문입니다. 한전은 지난달 자구안을 통해 전력 인프라 건설을 미뤄 비용을 절감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지난해에만 33조 원의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6조 원이 넘는 적자를 떠안으면서 재무 개선책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갈수록 송변전이나 배전 투자액 추정치는 늘어나는 사안이라 전력당국 입장에선 고민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창의융합대학장은 “우리보다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선진국들은 전력망 투자 비용 가운데 송배전 설비 확충에 투입하는 비중도 클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가 불가피한 우리나라도 전력계통 안정에 대한 투자를 늘리게 되면 결국 전기요금 인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세종=심우일 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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