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바람 바위 그리고 섬... 자연이 빚은 해상 풍경 집합체 [박준규의 기차여행, 버스여행]
서해 먼바다 홍도와 흑산도는 '1004의 섬' 신안군에서도 풍경 명소로 손꼽힌다. 오랜 세월 자연이 빚은 비경 집합체는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를 지경이다.
가는 길이 멀다. 목포종합버스터미널에서 1번 시내버스를 타거나 목포역에서 20여 분을 걸으면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이다. 홍도행 여객선은 오전 7시 50분, 오후 1시 하루 두 차례 출항한다. 보통 목포에서 오전 배를 타고 홍도에 들어가 하룻밤을 묵은 뒤 다음 날 오전 10시 30분 배로 흑산도로 이동해 일주 여행을 마치고 오후 4시 20분 배로 목포로 돌아온다. 승선료는 목포~홍도 4만8,700원, 홍도~흑산도 1만3,000원, 흑산도~목포 3만9,700원이다. 6월 주중 기준이며 특별수송기간, 주말, 공휴일엔 10% 할증된다.
산책·산행·해상유람, 볼거리 많은 홍도
쾌속선을 타고 홍도에 내리면 산토리니를 연상케 하는 이국적인 풍광이 반겨준다. 시원한 바닷바람, 상큼한 섬 향기가 그대로 전해진다. 예약한 숙소에 짐을 풀고 섬 여행에 나섰다. 코스는 총 다섯 가지. 홍도생태전시관과 홍도자생란실을 둘러보고 일출전망대까지 걷기, 몽돌해변 산책, 홍도내연발전소 해안탐방로 걷기, 깃대봉 등산, 홍도유람선이다.
홍도생태전시관은 섬의 생태적 특징과 섬 마을 전통문화를 소개한다. 홍도자생란실엔 대엽풍란, 석곡, 새우난, 맥문동 등이 전시돼 있다. 동백나무숲을 지나 제법 가파른 오솔길을 오르면 일출전망대다. 홍도항과 홍도1구 마을 풍광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몽돌해변은 마을을 사이에 두고 홍도항 맞은편이다. 서해 먼바다 수평선을 바라보며 감상에 잠기기 좋은 곳이다. 홍도내연발전소 해안탐방로는 가볍게 걷기에 제격이다. 체력에 자신 있다면 깃대봉 등산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다. 1, 2전망대에서 휴식하며 홍도1구 마을을 조망하고, 원시림을 지나 해발 365m 정상에 이르면 고생을 잊을 만큼 황홀한 파노라마 풍광이 펼쳐진다. 흑산도·태도에 이어 멀리 가거도도 보인다. 하산 후 숙박 겸 식당(탑아일랜드 숙박 5만 원부터, 식사 1만2,000원)에서 차려주는 백반이 꿀맛이다.
이튿날 오전 7시 30분 섬의 명물 홍도유람선(2만8,000원)을 탄다. 섬을 한 바퀴 돌며 바다에서만 보이는 비경을 훑는다. 남문바위, 실금리굴, 석화굴, 탑섬, 만물상, 칠형제바위(슬픈여), 부부탑, 독립문, 거북바위, 공작새바위 등 홍도 10경을 비롯한 해상 비경이 이어져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선장의 설명이 더해진다.
홍도1경 남문바위에서는 모든 여행객이 돌아가며 기념사진 촬영을 마칠 때까지 배가 잠시 멈춘다. 그리고 고기잡이배가 유람선에 바짝 붙어 즉석에서 해상포장마차를 차린다. 홍도유람선 최고의 이벤트다. 그날 잡은 우럭·광어·볼락·놀래미를 손에 잡히는 대로 즉석에서 썰어주는데 달달하게 녹는다. 맛이 없을 수 없다. 한 접시 3만5,000원이다.
'흑산도 아가씨' 노래비 찍고 유배공원까지 흑산도 육로 일주
아침 일찍 유람선 일주를 마치고 홍도에서 오전 10시 30분에 출항하는 쾌속선을 타면 30여 분만에 흑산도에 닿는다. 흑산도는 해상유람 대신 육로로 섬을 일주한다. 육지의 택시에 비해 비싸지만 가이드를 겸하는 택시 기사가 섬의 주요 관광지를 두루 안내한다. 4명 이상이 이용하면 오히려 경제적이다. 1~4인 7만 원, 8인까지 추가 1인당 1만5,000원이다.
흑산도 일주도로는 총 25.4km. 1984년부터 2010년까지 27년에 걸쳐 완공된 길이다. 택시 투어는 흑산도항을 출발해 지석묘군, 진리성황당, 배낭기미해변, 읍동마을, 상라산전망대와 '흑산도아가씨' 노래비, 지도바위, 하늘도로, 문암산 조망점, 심리마을, 일주도로 준공기념비, 사리마을, 정약전 유배문화공원, 칠형제바위, 최익현 유배지를 거쳐 다시 흑산도항으로 돌아온다.
‘흑산도아가씨’는 섬에서의 고립과 여인의 그리움을 표현하고 있다. 이미자는 노래가 발표된 지 45년 만인 2012년 흑산도를 방문해 콘서트를 열었다. 상라산 고갯마루에 노래비가 세워져 있고, 상라산전망대에 오르면 열두 굽이 도로와 아름다운 흑산군도의 비경을 만끽할 수 있다.
지도바위는 한반도와 똑같은 모양으로 구멍이 뚫려 있다. 손암 정약전이 신유박해로 유배왔던 유배문화공원, 항일의병장이자 일신당 서당을 운영하며 후학을 양성한 면암 최익현의 유배지 천촌마을까지 둘러보면 2시간이 금세 흘러간다.
남은 시간은 어떻게 보낼까? 예리항 파시골목에서 식사 후 고래공원을 들렀다가 흑산도아가씨 동상과 등대가 있는 방파제를 걷고, 항구에서 1.6km 떨어진 자산문화도서관과 신안철새박물관 관람을 권한다. 오후 2시 읍동행 마을버스를 타고 갔다가 3시20분 되돌아오는 버스를 타면 된다.
흑산도는 지리적으로 동아시아와 대양주를 오가는 철새의 주요 이동경로다. 텃새와 바닷새 등의 번식지로도 중요한 섬이다. 신안철새박물관(입장료 5,000원)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흰배줄무늬수리 표본을 전시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바다제비 번식지 구굴도에 관한 이야기, 흰꼬리수리 벽화 등도 흥미롭다.
오후 4시 20분 목포행 배에 승선하는 것으로 홍도와 흑산도 여행을 마무리한다. 먼바다 섬이라 개별 여행은 여전히 번거롭고 불편한 점이 많다. 왕복 고속철도 요금과 쾌속선 승선료, 숙발과 식사까지 포함된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해밀여행사의 경우 1인 28만9,000원부터다.
박준규 대중교통여행 전문가 blog.naver.com/saka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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