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는 지금] 가뭄과 폭염, 동시다발 산불...캐나다는 어쩌다 ‘데스밸리’가 됐을까

장윤서 기자 2023. 6. 10.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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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9일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산불 서비스가 제공 한 날짜 미상의 항공 사진은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북동부 지역에서 타는 산불을 보여주고 있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산불서비스/신화통신/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의 하늘이 산불 연기로 뒤덮여 있다./연합뉴스

캐나다에서 시작한 대규모 산불 사태로 미국 뉴욕과 워싱턴 등 동북부 지역 대기질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미 당국은 캐나다 동부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이 꺼지지 않는 한 미국은 당분간 산불 연기와 미세먼지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이 연기가 멀리는 노르웨이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해마다 이맘 때쯤엔 캐나다에선 산불이 반복돼 왔지만, 유독 올해 피해가 컸던 건 평년보다 따뜻하고 건조한 날씨 탓이다. 캐나다 산림청은 “지난 4년간 캐나다의 산불은 대부분 낮거나 보통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이례적으로 역대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캐나다 산불 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산불로 인한 피해는 지난 10년간의 평균보다 13배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자들은 캐나다 산불이 최근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과 미 서부 캘리포니아에서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는 산불의 연장선에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과학자들은 산불이 북반구 곳곳에서 번지는 데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 가뭄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눈과 얼음이 녹아내리면서 북반구 평균 기온이 적도 부근보다 빠르게 상승했고, 이는 북반구 화재 발생 증가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가 낮은 수준으로 진행될 때도 2050년까지 극단적이고 치명적인 화재 발생 가능성이 최대 30%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탄소 배출량이 억제되지 않으면 산불 위험은 2100년까지 최대 57% 높아진다.

북미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캐나다의 많은 지역은 기후 변화로 인한 온난화가 지속되면서 최근 기록적인 더위와 가뭄을 경험하고 있다. 캐나다 10개주에서 모두 비정상적인 건조, 보통 또는 심각수준의 가뭄을 겪고 있다. 퀸즈 에너지 및 환경 정책 연구소의 에드워드 스트루직(Edward Struzik) 연구원은 “기후 변화로 인해 화재도 더 오래 지속된다”면서 “봄은 몇 주 빨라지고 가을은 몇 주 더 늦어진다”고 CNBC에 말했다.

지난 2021년에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리턴의 기온은 섭씨 49.5도, 화씨 121도까지 치솟아 전국의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이때 북미에서도 가장 더운 곳으로 알려진 캘리포니아 데스밸리와 비슷한 수준을 이뤘다. 당시 폭염으로 인해 이 지역의 한 마을에는 큰 산불이 발생해 90% 이상이 불탔다. 온난화가 영향을 줬다는 증거가 될 수 있는 한 가지 주요 사실은 열대야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자정 기온은 평년 여름 낮보다 섭씨 2도가량 더 높았다.

기후변화에 따른 ‘열돔(heat dome)’ 현상은 산불이 대규모로 확산되는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된다. 뜨거운 공기층을 가둔 열돔으로 인해 지표면이 건조해져 산불이 삽시간에 번지는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열돔의 고기압은 제트기류와 강우를 우회시켰고, 햇볕이 내리쬐도록 하는 동시에 뜨겁고 무거운 공기를 끌어들였다. 결과적으로 산맥 일대가 건조해지면서 열돔은 산불이 급속도로 번지는 원인이 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제트기류에서 발생하는 높은 고도의 바람이 앞으로 몇 주 동안 캐나다에서 미국 중부와 동부 쪽으로 계속해서 연기를 옮길 수 있다”고 밝혔다.

건조하고 더운 날씨에서는 산불의 자연 발화 원인 중 하나인 번개가 더 자주 발생하고 더 취약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캐나다에서 발생한 산불의 절반은 번개가 건조한 초목에 떨어져 발화하면서 시작되지만 이런 화재는 산불 파괴의 85% 이상을 차지한다. 나머지 절반은 인간이 원인이다. 스트루직 연구원은 CNBC에 “캐나다 북부의 아한대 삼림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화재는 번개에 의해 시작된다”면서 “온도가 1도 상승하면 번개가 약 12%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과학자들도 온실가스 배출량이 매년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최근 10년간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이미 1.14도 상승하는 등 온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 6차 보고서는 2010~2019년 인간 활동으로 기온 상승폭도 산업화 이전보다 1.07도에서, 2013~2022에는 1.14도로 올라간 것으로 분석했다.

영국 리즈대 피어스 포스터 교수를 비롯한 세계 각국 과학자 50여명은 8일 국제 학술지 ‘지구 시스템 과학 데이터’(Earth System Science Data)에 2010~2019년 전 세계 연평균 온실가스 배출량은 이산화탄소 환산 53기가톤(Gt, 1Gt=10억t)에서 2012~2021년에는 이산화탄소 환산 54Gt으로 증가했다고 공개했다.

캐나다 산불 현황./Canadian Interagency Forest Fire Center

조선비즈 사이언스조선은 기후변화에 맞서 영국 가디언과 컬럼비아 저널리즘 리뷰, 더 내이션이 공동 설립하고 전세계 460개 이상 언론이 참여한 국제 공동 보도 이니셔티브인 ‘커버링 클라이밋 나우(Covering Climate Now·CCNow)’에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CCNow에는 로이터와 블룸버그, AFP 등 주요 통신사를 비롯해 각국 주요 방송과 신문, 잡지가 참여하고 있으며, 각국 언론인과 뉴스룸과 협력해 정확한 기후 기사를 제작하고, 정치와 사회, 경제, 문화에 이르는 전 분야에서 기후 이슈를 제기하고 각국 모범 사례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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