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정의 시기’ 맞이했다...15년의 기다림은 헛되지 않았네 [김기정의 와인클럽]

김기정 전문기자(kijungkim@mk.co.kr) 2023. 6. 10.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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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정의 와인클럽 - 2] 돔 페리뇽 P2에서 P2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돔 페리뇽 P2, 두 번째 절정에 오른 샴페인이란 뜻이다.
Q. 두 번째 절정에 오른 샴페인이 있다는데 무엇인가요?
A. 돔 페리뇽 P2라는 샴페인입니다. 와인칼럼을 쓰면서 제 나름의 원칙을 세웠습니다. 가능하면 ‘마셔보지 않은 와인은 쓰지 않는다’입니다. 와인에 관한 여러가지 정보는 인터넷에 차고 넘치니까요. 물론 르루아 여사의 도멘 르루아 와인이나 로마네 콩티처럼 수천만원대의 ‘넘사벽’ 와인들은 직접 마셔보지는 못했지만 워낙 흥미로운 스토리라 칼럼으로 씁니다.

돔 페리뇽은 P2는 다행히도 제가 직접 사서 마셔본 와인입니다. P는 플레니튜드(Plenitude)의 약자입니다. ‘풍부하다’라는 뜻으로 많이 쓰이지만 돔 페리뇽 와인을 얘기할 때는 ‘절정’이라는 표현이 적합합니다.

샴페인을 오랜기간 숙성시키면 맛이 좋아지는 ‘절정’의 시기가 온다고 하는데 유명 샴페인인 돔 페리뇽은 절정의 시기를 세 번으로 나누어 브랜딩을 했습니다. 먼저 8년 정도 숙성시키면 첫 번째 절정의 순간이 찾아오는데 이게 일반 돔 페리뇽입니다. 15년 정도 숙성시키면 두 번째 절정의 순간이 찾아온다고 해서 ‘P2’ 입니다. 30년 이상 숙성시키면 또 한 번의 절정이 찾아오는데 이를 P3라고 합니다.

돔 페리뇽 P3, 가격표에 5000유로라고 적혀있다.
P3는 가격이 ‘넘사벽’ 수준으로 올라갑니다. P3를 프랑스 파리 봉마르세 백화점에서 영접할 수 있었는데 5000유로(약700만원)에 팔고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구하기도 힘들지만 구하더라도 가격이 1000만원이 넘습니다. P1과 P2 정도는 한국에서도 좀 규모가 있는 와인샵에 가면 팝니다. P2는 495유로(약69만원)인데 한국서 80~90만원 정도면 구매가 가능합니다. 일반 돔 페리뇽은 P1이라고 표리 안하고 그냥 돔 페리뇽으로 적습니다. 가격은 30~40만원 정도인데 빈티지에 따라 가격이 다릅니다.

서울의 한 와인매장에서 돔 페리뇽 2002년 빈티지의 가격을 100만원 넘게 책정해 놓은 것을 본적이 있습니다. 2002년이 무척 좋은 해이고 한국서는 구하기가 어려운 올드 빈티지임을 감안해 프리미엄이 붙은 것으로 보입니다. 20년 이상 병 숙성된 일반 돔 페리뇽(P1)과 15년을 숙성시켜 두 번째 절정을 맞은 P2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무척 궁금하긴 했지만 이미 와인 구매로 ‘가사 탕진’ 수준이라 이번엔 참았습니다.

돔 페리뇽 2002년 빈티지
돔 페리뇽은 숙성잠재력이 100년까지도 간다고 합니다. 좋은 포도를 선별해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일반 샴페인은 여러 해의 포도를 섞어 만듭니다. 반면 돔 페리뇽은 같은 해의 포도로 샴페인을 만들어 ‘빈티지’ 개념이 명확해 ‘빈티지 샴페인’으로 불립니다. 또 돔 페리뇽은 작황이 좋지 않을 때는 샴페인을 생산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2년 연속 돔 페리뇽이 생산된 게 오히려 드문 현상으로 받아들여집니다.

돔 페리뇽은 돔 페리뇽이란 수도사가 1670년대 부터 만들기 시작했다고 전해집니다. 하지만 ‘돔 페리뇽’이란 이름의 브랜드를 붙인 첫 빈티지 샴페인이 출시된 건 1936년입니다. 당시 1921년 빈티지가 뉴욕서 판매됐습니다. 실제 1921년 빈티지 부터 2006년 빈티지 까지 2년 연속으로 빈티지 돔 페리뇽이 생산된 적은 단 3번밖에 없다고 합니다.

돔 페리뇽을 얘기하면 ‘정식당’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정식당의 오너나 소믈리에와는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습니다. P2를 처음 마셔본 건 ‘정식당’입니다.

정식당에선 P2를 ‘잔’으로 팝니다. 가격도 합리적이다 못해 최저가 수준입니다. 일반 와인샵에서 사는 가격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레스토랑 가격이 더 쌀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식당이 오랜기간 돔 페리뇽과 좋은 관계를 맺고 브랜드 앰배서더 역할을 하면서 경쟁력있는 가격에 돔 페리뇽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코너 제목이 갑자기 왜 바뀌었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계시네요. 매일경제신문이 로그인을 해야 기사를 볼 수 있는 ‘로그인’ 콘텐츠 작업을 하면서 피드백들 받았는데 기존 <와인은 김기정에게 물어보세요>라는 코너 제목이 모바일에서 보면 너무 길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목이 좀 더 짧은 <김기정의 와인클럽>으로 바꾸었습니다.

김기정 매일경제신문 컨슈머전문기자
아직도 만화 ‘신의 물방울’을 보고 와인을 공부하시나요? 매일경제신문 컨슈머전문기자가 와인과 관련해 소비자들이 궁금해하는 내용들을 풀어드립니다. 김 기자는 매일경제신문 유통팀장, 식품팀장을 역임했고 아시아와인트로피 2022년 심사위원, 한국와인대상 2022년 심사위원으로 활동했습니다. 프랑스 부르고뉴와 보르도의 그랑크뤼 와인 뿐 아니라 미국, 이탈리아, 호주, 뉴질랜드, 스페인, 칠레, 아르헨티나의 다양한 와인세계로 안내하겠습니다. 질문은 kim.kijung@mk.co.kr로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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