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닥터 김사부3’ 유연석이 한석규의 낭만을 계승하는 방법 [김재동의 나무와 숲]
[OSEN=김재동 객원기자] “여전히 이상한 선생님, 이상한 사람들. 여전히 이상한 이 병원. 그리고 그 곳으로 돌아온 나.”
9일 방송된 SBS 금토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3’에서 돌담외상센터 센터장 대행으로 복귀한 강동주(유연석 분)의 소회다.
닥터 강동주로서 돌담은 고향 같은 곳이다. 하지만 여전히 생경한 곳이기도 하다. 아픈 사람은 고치고 죽어가는 사람은 살리는, 의사다운 의사들과 병원같은 병원. 그렇게 너무나 마땅한 명제를 너무나 당연하게 수행하는 곳이 돌담병원이다. 마땅한 사실을 이상하게 받아들이기 십상인 세상 속에서 돌담은 네버랜드처럼 동떨어져 있고 이질적이다.
김사부(한석규 분)의 낭만이 모두를, 병원을 그렇게 만들었다. 돌담에는 세상 사람들이 ‘합리’라 부르는 선택지가 없다. 김사부의 능력이 그렇게 만들었다. 그런 돌담에서 김사부가 사라진다면 돌담은 어찌 될까? 낭만을 지켜낼 능력없는 이들끼리 세상의 합리란 파고를 맨 몸으로 버텨낼 수 있을까? 이제부터라도 김사부 없는 돌담을 예비해야 되는 것은 아닌가?
센터장 강동주의 첫 오더는 “외상센터는 중증외상, 출혈환자만 받는다”였다. 비외상환자들은 김사부의 돌담병원 응급실로 보냈다. 김사부는 그렇게 넘어오는 모든 환자들을 받았다. 과부하를 우려하는 주위 시선에도 아랑곳없이 제자 강동주의 선택을 지지해줬다.
그렇게 넘어온 환자 중 CS 수술이 필요한 응급환자가 생겼다. 김사부는 수술 중이고 이선웅(이홍내 분)이 감당할 사안은 아녔다. 차은재(이성경 분)가 강동주에게 보고했지만 강동주는 “김사부에게 보고하세요”란 말만 한다.
결국 차은재는 독단으로 수술에 들어가고 공교롭게도 외상센터에는 3중 추돌사고로 인한 TA환자들이 몰려든다. 강동주는 수술 중인 차은재에게 전화를 걸어 “외상전담 전문의는 비외상 환자를 지료하면 안된다”고 화를 냈고 서우진은 그 전화를 낚아채 “지금 네 환자에 집중해”라고 응원했다. 강동주는 “지금 사람 살리는 중이잖아요.”라고 차은재를 감싼 서우진을 향해 “개념탑재도 안되고 본분도 잊고 룰을 깨고 외상센터 환자를 위기에 빠뜨렸어. 이게 사람을 살리고 있는 걸로 보여?"라며 화를 터뜨린다.
그렇게 강동주는 혼자 외상환자 3명을 홀로 감당하게 생긴 상황서 서우진(안효섭 분)의 지원을 받아 수술을 진행하던 중 결국 환자를 잃고 만다.
센터장 대행을 맡으며 강동주는 김사부에게 당부했었다. “끝까지 저를 믿어주세요. 도움이 필요하면 그때 연락드리겠습니다.” 결국 본인이 맡고 싶었던 소아외상환자는 김사부에게 넘겨야 했다.
강동주는 서우진에게 충고했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는 뱁새가 방향을 잃기 때문이야. 방향을 잃는 순간 모든 게 끝이야. 세상에서 사부님처럼 될 수 있는 사람은 사부님 혼자 뿐이야. 사부님 따라가지 마!”
그 모습을 지켜보는 김사부를 스쳐가며 강동주는 속마음을 드러냈다. “그거 아십니까? 사부님은 우리 정신은 될 지언정 우리 목표가 돼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는 아무것도 성공시킬 수 없을 겁니다.”
강동주가 느꼈을 열패감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메이요 클리닉에서의 수련이 무색하게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드리겠다”했던 그 순간이 너무 빨리 닥쳐왔다. 능력의 한계를 절감했다. 꿈이 커야만이 과욕인 것은 아니다. 능력이 미천하면 평범한 꿈도 과욕이 되곤 한다.
강동주는 왜 돌담으로 복귀했을까? 조건 좋은 무수한 병원 다 제쳐두고 왜 바로 돌담여야 했던 걸까? 거기에 김사부가 있기 때문이다. 낭만이 살아 숨쉬기 때문이다. 페이니 복지니 다른 세속적 가치로는 달굴 수 없는, ‘의사는 사람을 살린다’는 심장이 반응하는 낭만.
그리고 강동주는 알고 있었다. 외상 환자건 비외상 환자건 닥치는 대로 살려낼 수 있는 능력자는 김사부 한 명뿐이다. 그는 폭풍우 몰아치는 세파에도 굳건히 키를 잡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불세출의 조타수다. 닮고 싶지만 닮을 수 없는 사람. 넘어서고 싶지만 넘을 수 없는 사람.
그러니 나머지 사람들은 그들만의 방법으로 그 자리를 지켜야 한다. 김사부의 낭만은 각자의 방법으로 각자의 능력껏 지켜가면 된다. 그게 후배들의 일이다. 조금 덜 그럴싸해도, 조금 덜 명확해도.
김사부에 기대지 않아도 무리없이 굴러가는 돌담외상센터. 강동주는 김사부에게 그런 외상센터를 선물하고 싶은 모양이다. 그런 강동주가 처음 맞이한 테이블데스의 위기와 스태프들과의 갈등을 어떻게 봉합하고 꾸려갈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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