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에 실린 삼성전자 '강유전체' 논문 언박싱 <2> [강해령의 하이엔드 테크]

강해령 기자 2023. 6. 10.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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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학술 저널 네이처 일렉트로닉스에 실린 삼성전자의 강유전체 논문과 엔지니어 명단. 출처=네이처
[서울경제]

정보기술(IT) 시장에 관심 많으신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연재물부터 세계적인 과학 저널 ‘네이처 일렉트로닉스’에 실린 삼성전자 강유전체 논문의 핵심 포인트를 살펴보고 있는데요. 강유전체가 지니고 있는 ‘음의 정전용량’ 특성이 연산 장치에 얼마나 많은 이점을 주는지 살펴봤습니다. 강유전체를 활용한 차세대 반도체 소자 구조인 ‘NCFET’ 콘셉트도 설명드렸죠. 오늘 2편에서도 삼성전자 네이처 일렉트로닉스 논문에 나온 그래프와 사진을 인용했습니다. 이번에는

◇NCFET의 문턱전압 곡선의 변화와 전력 절감 가능성

삼성전자가 구현한 강유전체 절연막의 실물 모습

등을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우선 다음 그림으로 1편에서 나온 NCFET 개념을 정리를 하고 문턱전압 그래프부터 뜯어보겠습니다.

이미지 출처=삼성전자
아주 예쁜 NCFET 문턱 전압 곡선을 만들어낸 삼성전자: 강유전체는 ‘칼 같은 놈’
그래프 출처=삼성전자 네이처 일렉트로닉스 논문

그래프를 먼저 보시겠습니다. NCFET이라는 소자가 전력을 아낄 수 있다는 두 번째 증거입니다. 문턱전압을 낮출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데이터예요. 세가지 포인트가 있습니다.

문턱전압은 연산 장치에 "이제 움직여!"라고 명령을 내리는 전압입니다. 반도체가 잘 동작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전압 중 하나인데요. 위 그래프에서는 가파르던 그래프가 자연스럽게 완만해지는 구간을 문턱전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0.5~1 사이죠. 이 그래프에는 두 개의 선이 있는데요. 빨간색 선이 삼성전자가 찾아낸 강유전물질 HZO, 검은색 선이 기존 High-K 물질로 만든 소자의 문턱전압입니다. 아주 작지만 0.1V 정도의 문턱 전압이 절약된 것이 보이시나요? 구동하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전력이 줄어든다는 이야기입니다. 반도체 칩 안에는 한 개의 연산 장치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수십억 개 연산 장치의 전압이 약 0.1V씩만 줄어들어도 아낄 수 있는 전력량이 상당하겠죠.

또한 이 그래프에서 우리가 콕 집어서 봐야할 것은 S·S(subthreshold Swing)입니다. 어렵게 느껴지는 용어이지만 차근차근 풀어보면 쉽습니다. 문턱전앞 왼쪽으로 가로축 0~0.3V 구간에 있는 가파른 선이 보이시나요. 이 선은 엔지니어들이 정한 조건에 따라 그네처럼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네(Swing)'라는 말이 뒤에 붙죠.

이 S.S도 '누설 전류'와 상당한 관계가 있는 지표입니다. 사실 이론적으로는 반도체 소자는 우리가 스위치를 눌러서 형광등을 켜고 끌 때처럼 확실하게 '온, 오프'로 작동하게 설계됐는데요. 위의 S.S 그래프가 보여주듯 실제론 그렇지가 않습니다. 스위치가 꺼진 상태에서도 소자 내에 전류가 흐른다는 얘기입니다. 뭐, 미세한 전류일 수 있지만요. 이게 칩 속 한두개 소자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면 괜찮죠. 하지만 위에서 말씀드렸 듯 칩 안에는 수십억 개의 소자가 있습니다. 이것이 다 모인다면 보통 전력 손실이 아닙니다.

애플이 올해 1월 공개한 M2 맥스라는 칩입니다. 무려 670억개의 연산장치(트랜지스터)가 탑재돼 있는데요. 연산장치의 S·S가 너무 커서 670억개 트랜지스터 모두에서 불필요한 전류가 흐른다면 노트북 배터리가 콘센트 없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은 더 짧아질 겁니다. 문턱전압과 S·S를 개선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입니다. 사진=애플

이제 다시 처음 소개드렸던 그래프로 돌아가보겠습니다. 기울기가 클수록(비탈질수록) 전력 손실은 적습니다. 0V와 문턱전압 사이가 가까울 수록 스위치를 꺼놨을 땐 누수가 없다가, 켤 때만 '칼같이' 필요한 전류만 쓴다는 셈인데요. 강유전체가 적용된 빨강색 선 기울기가 확실히 크죠? 전력 손실이 확실히 줄어든다는 뜻입니다.

S·S는 이 기울기의 역수입니다. mV/decade라는 단위로도 나타내는데요. S·S는 값이 작을수록 누설 전류가 적다는 얘기입니다.

아까 이 선과 S·S는 엔지니어들이 정한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드렸는데요. 그러나 학계에서는 MOSFET 구조 특성상 상온에서 이 기울기를 가파르게 하기(S·S를 줄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반적인 유전 물질을 사용하면 이론적인 S·S의 한계는 300K(약 27℃) 상온에서 60mV/decade 이하이고, 그 이하로는 구현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었단 거죠.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 삼성전자는 기존의 생각을 뒤집는 아이디어를 데이터를 통해 제시했습니다. 연구진들은 "전기를 끌어들이는 능력이 탁월한 강유전체로 60mV/decade 수준까지 도달했다"며 그 이하로도 진입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가능성까지 시사했습니다.

세번째로 괄목할만한 건 아주 예쁜 모양의 그래프입니다. 사실 논문에도 언급된 '강유전체' 하프늄옥사이드(HfO)라는 소재가 강유전성을 가진다는 건 10년도 더 된 2011년에 처음으로 등장했는데요. 그간 많은 실험이 나왔지만 문턱전압까지 향하는 S·S의 곡선은 상당히 투박한 모습이었습니다. 삼성전자가 이번 논문 데이터에서 상당히 '예쁜' 모양의, 기존과 다를 게 없는 모양의 곡선을 제시해서 NCFET 상용화의 가능성을 더욱 높인 것이 매우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HZO: 까다로운 놈

전자현미경으로 본 NCFET의 모습. 보이시나요. HZO라고 적힌 얇은 막. 저것이 바로 강유전체 절연막의 실물입니다. MOSFET 기본 소자 구조가 아닌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핀펫(FinFET) 소자에 강유전체를 활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조건을 만족하는 소재가 그냥 등장한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 강유전체로 하프늄옥사이드(HfO2)라는 소재가 있지만 이것을 그냥 쓰지는 않고 여러 제조 과정을 거치죠.

그래프 출처=연세대학교 나노디바이스 연구실

HZO는 하프늄옥사이드(H와 O) 위에 지르코늄(Z)이라는 소재를 덧입힌, 원소 기호로는 'Hf0.5Zr0.5O2'라는 소재를 사용했는데요. 소재를 혼합하는 기술이 어려운 것은 말할 것도 없고요. 공정도 어렵습니다. 위 그래프처럼 기존 절연막보다 전하를 끌어들이는 능력이 높은 물질을 잘 조합해서 독특한 성질을 지닌 강유전체를 만든거죠.

최근 실리콘 웨이퍼 위에 막을 쌓는 증착 공정에서 초미세 공법으로 주목받는 원자층증착(ALD) 기술이 사용됐다고 합니다. 삼성전자는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램리서치, 도쿄일렉트론, ASM 등 세계적인 장비 메이커는 물론, 원익IPS(240810), 유진테크(084370) 등 국내 장비사들과도 협력 중인데요. 공정이 상당히 까다로운 만큼 이들과의 협력도 긴밀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이 Hf0.5Zr0.5O2 소재는 실험에 활용했던 핀펫 소자 뿐 아니라 앞으로 3나노 이하 반도체 시대에서 대세가 될 게이트올어라운드(GAA)에도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죠. 과연 NCFET은 차세대 시스템 반도체의 대표 주자가 될 수 있을까. 초미세회로 시대에도 고효율 반도체를 개발하려는 욕구가 있는 한, NCFET의 가능성도 무궁무진할 것 같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무더운 여름날 건강 조심하세요.

강해령 기자 h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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