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다양한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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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호이어의 3열 브레이슬릿
태그호이어 까레라 36mm
◦ 케이스 지름 36mm◦ 무브먼트 오토매틱
◦ 브레이슬릿 스테인리스스틸 3열
◦ 가격 4백37만원
한국어로 칭할 때와 외국어로 칭할 때 의미가 달라지는 말들이 있다. 한국어 ‘시곗줄’은 손목시계를 손목에 감아주는 줄 형태를 통칭한다. 영어는 소재와 제작 방식에 따라 개념이 둘로 나뉜다. 가죽, 고무, 직물 등으로 만든 건 스트랩(Strap)이나 밴드(Band)라고 한다. 금속으로 짜서 만든 건 ‘브레이슬릿(Bracelet)’이라 부른다. 금속 세공으로 만든 팔찌 같은 개념이다.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은 브레이슬릿이다.
브레이슬릿은 한 줄에 포함된 부품의 수가 몇 개인지로 종류를 나눈다. 보통 1열에 금속 부품 3개로 구성된 3열 브레이슬릿이 보편적이다. 단정하고 불필요하게 튀지 않는다. 그래서 각 시계 제조사가 소개팅을 할 때 파스타집을 택하듯 3열 브레이슬릿을 자주 고른다. 태그호이어 역시 2023년 신제품 까레라 36mm에 단정한 3열 브레이슬릿을 달았다. 3열 브레이슬릿 가운데 부품만 폴리싱 처리해 보기 좋을 정도로 빛난다.
IWC의 5열 브레이슬릿
IWC 빅 파일럿 워치 43
◦ 케이스 지름 43mm◦ 무브먼트 오토매틱
◦ 브레이슬릿 스테인리스스틸 5열
◦ 가격 1천2백70만원
브레이슬릿은 부품이 많아질수록 움직임이 부드러워진다. 관절이 많아졌으니 당연하다. 브레이슬릿의 움직임이 부드러운 만큼 손목에도 한층 정교하게 감긴다. 반사광을 낼 수 있는 표면적이 넓어진 동시에 표면 역시 한층 오돌토돌해진 셈이니 빛을 비췄을 때 반사광도 더 화려하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으니 3열보다 5열 브레이슬릿이 조금 더 비싸다. 같은 면적에 부품이 많아졌으니까.
IWC 디자인은 챙겨 보는 재미가 있다. 보편적인 생김새를 유지하는 가운데 미묘하게 남다른 디테일을 쓴다. 이를테면 파일럿 워치에 쓰는 5열 브레이슬릿이 한 예다. 확대해서 보면 가장자리의 2열에 내부의 3열보다 조금 더 두꺼운 부품을 썼고, 내부 3열 중에서도 중간을 뺀 가 장자리 2열에만 폴리싱 처리를 했다. 이렇게 작은 요소가 모여 고유의 반사광을 내고, 그 결과로 ‘저 시계는 뭔가 다른데’ 싶은 모호한 느낌을 만든다.
론진의 9열 브레이슬릿
론진 마스터 컬렉션
◦ 케이스 지름 38mm◦ 무브먼트 쿼츠
◦ 브레이슬릿 스테인리스스틸 9열
◦ 가격 2백20만원
브레이슬릿은 꽤 오래된 개념이다. 16세기인 1591년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손목에 감기는 액세서리를 암렛(Armlet)으로 불렀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공작기계 기술이 발달한 지금은 체감하기 힘들지만 한 열을 이루는 부품이 많은 브레이슬릿은 완연한 고급품이다. 촘촘한 브레이슬릿을 찼을 때의 유연함이 있다. 다만 현재는 그렇게 노동집약적인 시계 브레이슬릿은 보기 쉽지 않다. 스위스 시계 업계 역시 치열한 원가절감의 각축장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론진의 9열 브레이슬릿은 한번쯤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금속 브레이슬릿이 보통 3열을 쓰는 세상에 론진은 꽁치 비늘처럼 작은 부품이 이어지는 9열 브레이슬릿을 냈다. 이런 브레이슬릿만의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은 다른 브레이슬릿은 따라 할 수 없다. 아울러 론진은 요즘 같은 원가절감 시대에도 꾸준하게 다양한 시계를 내는 회사이기도 하다. 이 시계는 브레이슬릿 제작의 난도와 희소성을 생각하면 가격도 훌륭한 편이다.
오메가의 메시 브레이슬릿
오메가 씨마스터 다이버 300M 코-액시얼 마스터 크로노미터
◦ 케이스 지름 42mm◦ 무브먼트 오토매틱
◦ 브레이슬릿 스테인리스스틸 메시
◦ 가격 1천1백10만원
브레이슬릿이 점점 조밀해지다 보면 결국 ‘메시(Mesh) 형태까지 이르게 된다. 금속으로 만든 그물 가공을 메시라고 한다. 가장 촘촘한 금속 브레이슬릿인 만큼 착용감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도 없다. 메시를 이루는 그물코가 큰 건 다이버 시계에 쓴다. 예전에는 그물코가 작아서 얇은 메시 브레이슬릿도 나왔다. 우아한 드레스 워치에 잘 어울렸지만 현행 제품 중 드레스 워치 타입 메시 브레이슬릿을 볼 수 있는 시계는 애플 워치 정도다.
스와치그룹은 여전히 시계를 좋아하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컬트적인 시계를 만든다. 제임스 본드 60주년 기념판 씨마스터도 그렇다. 영화 <007>에 나왔던 원본은 티타늄 버전, 이걸 스테인리스스틸로 바꿔서 만들었다. 오메가답게 디테일이 좋아서 메시 브레이슬릿 윗부분만 갈아내고 브러싱 처리로 마무리했다. 단가를 낮춘 저가형 메시 브레이슬릿에서는 볼 수 없는 디테일이다. 이런 요소가 모여 이른바 ‘럭셔리 굿즈’가 만들어진다.
Editor : 박찬용 | Photography : 박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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