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로 보는 세상] '아득한 사랑의 미로', 그 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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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한 번 더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있으랴! 비유적 표현을 넘어 소녀의 얼굴에 꽃이 피었다.
제작 연도가 명확하지 않은 다른 작품 '빗장'은 '은밀한 입맞춤'에 등장하는 연인들 연애의 전일까? 후일까? 남자는 문의 빗장을 잠그려 하고 있고, 여자는 이를 거부하는 것인지 아닌지 불명확하다.
그래서 시인, 화가, 작곡가들이 가장 많이 쓰고, 그리고, 들려준 주제가 사랑의 결실, 사랑의 상처에 관한 파노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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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도광환 기자 = 어찌 한 번 더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있으랴! 비유적 표현을 넘어 소녀의 얼굴에 꽃이 피었다.
그 누구보다 여성을 아름답게 그린 프랑스 로코코 미술을 대표하는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1732~1806)의 '갈색 머리의 소녀'(1770)이다.
18세기 프랑스에서 유행한 예술 양식인 '로코코(Rococo)'는 조개 무늬 장식을 뜻하는 '로카이유(rocaille)'에서 비롯됐다. 조개 무늬 장식처럼 화려하고 경박하며 섬세한 귀족 중심의 예술이었다.
프라고나르는 당시로 보면 꽤 노골적인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 풍의 그림을 자주 그렸다. 너무도 유명한 '그네'(1767)가 그의 작품세계를 대변한다.
화사한 분홍빛 옷을 입은 여자가 그네를 타며 신발을 던진다. 덤불 아래 숨은 잘생긴 청년이 웃음으로 호응하며 그녀를 유혹하듯 보고 있다. 뒤편에는 이 사실을 알지 못하는 한 남자가 즐거운 표정으로 그네를 밀고 있다.
다른 작품, '은밀한 입맞춤'(1787)은 그 후일담 같다.
풍성한 은빛 드레스를 입은 여인을 한 남자가 확 잡아당겨 키스하고 있다. 여인은 남자의 입맞춤을 짐짓 수락하지도, 단호히 거부하지도 못하는 표정과 자세다. 오른편 문 뒤로 보이는 카드놀이 하는 지인들 때문이다.
내용을 떠나 여인의 드레스와 스카프, 앞과 뒤쪽에 드리운 커튼, 바닥의 카펫 등의 표현이 사실적이다. 연극 조명 같은 빛의 강약도 치밀하다.
제작 연도가 명확하지 않은 다른 작품 '빗장'은 '은밀한 입맞춤'에 등장하는 연인들 연애의 전일까? 후일까? 남자는 문의 빗장을 잠그려 하고 있고, 여자는 이를 거부하는 것인지 아닌지 불명확하다.
프라고나르의 작품들은 그림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상상하게 만든다. 소설 이상으로 흥미진진하다. 한 편의 로맨스 소설이 될지, 통속 소설이 될지는 감상자의 상상에 달려 있다. 미혼이라면 설레고, 불륜이라면 헛된 것? 사랑이라면 두근거리고, 욕정이라면 속된 것?
삶에서 가장 알 수 없는 '미로'이기에 제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사연이 바로 남녀의 일이다. 우리 가요 '사랑의 미로'도 불후의 히트곡이 됐다. 노랫말처럼 '끝도 시작도 없이 아득하다'
그래서 시인, 화가, 작곡가들이 가장 많이 쓰고, 그리고, 들려준 주제가 사랑의 결실, 사랑의 상처에 관한 파노라마다. 인류의 영원한 미스터리다.
프라고나르가 그린 로코코는 프랑스 귀족사회의 절정이었다. 절정은 쇠퇴한다. 쇠퇴를 넘어서 몰락이었다. 그의 전성기에서 채 20년이 지나지 않아 프랑스대혁명(1789)이 터지고, '귀족들의 절정'인 왕과 왕비마저 처형됐다.
프라고나르도 외면당하며 비참한 곤궁에 시달리다 이름도 없이 사망했다.
다시 그의 대표작 '그네'를 자세히 보자. 왼쪽에 그려진 큐피드가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있다. 마치 그 동작은 곧 다가올 파국에 대한 예감이 아닐는지…….
사랑놀이 뒤엔 굶주리며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었다. 사랑의 파노라마는 미스터리일지 모르나, 굶주림은 현실이었다.
그렇게 로코코는 저물었다.
doh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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