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가 인사이드] "자회사형 GA 설립하길 잘했네"…보험영업 판도 바뀐다

류정현 기자 2023. 6. 10. 09:00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보험산업의 영업 판도가 바뀌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보험사들이 보험상품 설계부터 판매까지 모두 맡았다면 몇 년 전부터 법인보험대리점(GA)를 자회사로 세워 판매 조직을 떼어내고 있습니다. 일찌감치 자회사형 GA를 세운 선발주자들은 지난해부터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중소형 보험사들도 자회사형 GA 설립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자회사형 GA를 통해 보험사가 누릴 수 있는 장점이 많은 만큼 앞으로 이런 기조는 더 확산할 전망입니다. 다만 미흡한 내부통제와 설립 추진 과정에서 나오는 노사갈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힙니다.

한화생명·미래에셋생명 GA, 잇따라 흑자전환…'제판분리' 실험 성공?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올해 1분기 17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습니다. 1년 전 같은 기간 410억원 적자를 기록했는데 1년 사이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지난해 4분기, 설립 이후 처음으로 분기 흑자를 기록했는데 올해도 이런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지난 2021년 4월 한화생명이 개인영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출범한 회사입니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기존 보험사 산하의 GA를 자회사형 GA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일찌감치 세워진 자회사형 GA는 최근 흑자전환에 성공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1년 3월 출범한 미래에셋생명의 자회사형 GA 미래에셋금융서비스도 올해 1분기 2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습니다. 1년 전에는 약 42억원 적자를 기록하던 회사였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본체에 설계사 조직을 아예 두지 않고 모두 넘긴 만큼 영업실적을 올리는 데에도 시간이 적게 걸렸을 것"이라며 "선발주자들의 향후 실적에 따라 다른 보험사들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보험사들이 자회사로 GA를 설립하면 여러 이점을 가질 수 있습니다.

우선 GA를 통해 다른 회사의 상품도 판매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현행법상 보험사에 전속된 보험설계사는 고객을 대상으로 자사의 상품만 판매해야 합니다. 하지만 GA 소속 설계사는 여러 회사의 상품을 종합적으로 취급할 수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수익 저변이 넓을 수밖에 없습니다.

경영에 있어 효율을 극대화할 수도 있습니다. 보험사는 보험상품 개발과 자산운용에 역량을 집중하고 영업은 GA에 맡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독립적인 GA와 제휴를 맺는 것보다 자회사형 GA는 더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대형사는 물론 중·소형사까지 참전…"불완전판매 근절 대책도 있어야"
한화생명과 미래에셋생명 외에 다른 보험사들도 자회사형 GA를 갖고 있습니다. 본사의 설계사 조직을 완전히 옮겼는지 여부에 따라 그 형태와 규모는 다르지만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대형사부터 동양생명과 같은 중·소형 보험사도 자회사형 GA를 운영 중입니다.

최근에도 자회사형 GA를 세우고자 하는 움직임은 계속 나타나고 있습니다. 흥국생명은 지난달 31일 HK금융파트너스를 자회사에 추가한다고 공시했습니다. 흥국생명은 다음 달부터 해당 GA를 통해 판매 채널을 가동한다는 방침입니다.

외국계 생명보험사인 AIA생명도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지난달 금융감독원에 자회사형 GA 설립 인허가 신청을 내고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이르면 다음 달 결과가 나올 것으로 풀이됩니다.

AIA생명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대면 사업본부를 강화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여러 옵션을 열어 두고 있는데 GA도 그중 하나"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이같은 GA열풍이 마냥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건 아닙니다. 자회사형 GA 설립에 대해 노조가 반발하는 등 내부 갈등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근로자들이 소속을 자회사로 옮기게 되면 이전보다 처우가 낮아지거나 고용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실제로 HK금융파트너스 설립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흥국생명 노조는 금감원이 흥국생 자회사 설립 승인을 졸속으로 진행했다며 규탄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습니다.
 
[지난 4월 27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금융정의연대 등이 금융감독원 앞에서 HK금융파트너스 설립 승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SBS Biz)]

영업 현장에 대한 통제가 미흡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보험사 외부로 조직을 떼어내는 만큼 GA소속 보험설계사에 대한 회사의 통제가 이전보다 느슨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GA 소속 보험설계사가 불완전판매를 일으킬 여지도 그만큼 커지는 셈입니다.

실제로 금감원이 올해 1월부터 지난 5월까지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내린 제재 총 106건 중 52건은 GA를 상대로 내려졌습니다. 이런 와중에 GA가 보험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자 금융당국은 지난 3월 대형 GA를 대상으로 내부통제 관련 워크숍을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GA시장 경쟁이 치열해 자회사형 GA를 맡은 경영진이 단기 실적을 올리기 위해 자칫 부당한 영업행위가 나올 수 있다"며 "자회사형 GA의 영업행위에 대해 본사에도 일부 책임을 묻는 등의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당신의 제보가 뉴스로 만들어집니다.SBS Biz는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홈페이지 = https://url.kr/9pghjn

짧고 유익한 Biz 숏폼 바로가기

SBS Biz에 제보하기

저작권자 SBS미디어넷 & SBS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SBS Bi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