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사이언스] 항공승무원 방사선 관리 강화한다는데…우주방사선이 뭐길래

조승한 2023. 6. 10.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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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올라갈수록 영향 커져…승무원 최대 피폭선량 일반인 5배 넘어
우주방사선을 만드는 태양 흑점 폭발 [NASA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항공승무원 우주방사선 피폭 관리를 강화하는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 개정안이 11일부터 시행되면서 우주방사선에 자주 노출되는 승무원들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주방사선은 일상생활에선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먼 거리를 비행기를 타고 이동할 때처럼 높은 고도에서 오래 머무를 때는 영향이 큰 만큼 승무원에 대한 관리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우주방사선 관리는 강화됐지만,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아직 정부와 학계도 추가 연구에 나서는 상황이다.

먼 우주에서 날아오는 고에너지 입자…고도 높을수록 영향 커

우주방사선은 초신성 폭발 등으로 태양계 밖에서 날아오는 은하 방사선과 태양 흑점 활동으로 발생해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방사선, 이들 방사선이 대기 원소와 반응해 만들어지는 2차 우주방사선 등으로 나뉜다.

지구 외부에서 오는 우주방사선은 다행히 대부분 지구 자기장과 대기가 막아주지만, 일부는 지표면까지 도달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상생활에서 노출되는 연간 방사선량은 3m㏜ 정도로, 이중 약 0.3~0.4m㏜는 우주방사선 영향으로 알려져 있다.

일상생활에서는 우주방사선 영향을 크게 받지 않지만, 국제선 비행기 안처럼 고도 10km 이상 높이 오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우주방사선을 막아줄 대기가 부족해 더 많이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내에서 주로 영향을 주는 것은 엄청난 고에너지를 가진 입자 형태의 은하방사선으로, 피폭의 95%가 은하방사선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 따르면 인천공항으로부터 뉴욕까지 비행기를 타고 갈 때 피폭선량은 태양 활동에 따라 0.07~0.085m㏜ 정도다.

이는 흉부 X선 촬영을 한 차례 할 때 받는 피폭선량인 0.1mSv과 비슷한 수준이다.

승무원 최대 피폭선량 일반인 기준 5배 초과

승무원 (CG) [연합뉴스TV 제공]

비행기를 가끔 이용하는 승객들은 문제가 없지만, 매번 비행기에 탑승해야 하는 승무원들은 우주방사선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원안위가 매년 조사해 발표하는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 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항공승무원의 최대피폭선량은 평균 5.42m㏜로 일반인 선량한도인 1m㏜보다 5배 이상 높다.

이 기간 평균피폭선량은 연간 1.59m㏜지만, 이는 2020년과 2021년 코로나19 영향으로 항공기 운항횟수가 줄어든 기저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실제로 코로나19 이전에는 연간 2m㏜가량 피폭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극지방을 통과하는 북극항로가 개설된 이후로 승무원들의 피폭 정도는 더 커졌다.

극지방에서는 우주방사선 영향이 최대 5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승무원들이 우주방사선에 쉽게 노출됨에도 관련 규정이 원안위와 국토교통부 등으로 나뉘어 있는 등 관리가 소홀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그러던 중 2018년 대한항공 승무원이 백혈병 산업재해 신청을 한 이후 제도개선 필요성이 국회 등에서 제기됐고, 이후 2021년 원안위에서 우주방사선 안전관리를 일원화하는 것으로 합의됐다.

연간 50m㏜로 유명무실했던 피폭방사선량 기준도 연간 6m㏜로 대폭 강화됐다.

이어 지난해 6월에는 우주방사선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생방법이 국회에서 개정됐다.

건강영향조사로 승무원 보호책 고도화 기대…피폭선량 모델도 연구

이번 개정으로 우주방사선을 고려한 승무원 노선 조정, 건강진단 의무화 등이 강화된 가운데 승무원에 대해 건강영향조사를 실시할 근거가 마련된 점도 눈길을 끈다.

조사를 통해 우주방사선과 같은 상대적 저선량에 장기적으로 노출됐을 때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할 수 있다면 승무원에 대한 보다 실질적인 보호책이 마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원안위는 항공기 내 방사선량 실측 등도 이어가 피폭방사선량 측정도 점차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항공사들은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권고하는 방사선 유효선량 계측 프로그램인 CARI-6나 CARI-6M, CARI-7 등으로 승무원 피폭선량을 평가하는데, 이들은 은하 우주방사선을 주로 고려해 흑점 극대기처럼 태양 우주방사선이 많이 늘어날 때는 영향을 과소평가한다는 지적도 있다.

과학계에서도 관련 모델을 고도화하기 위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연구원과 기상청 국가기상위성센터는 태양 활동까지 고려하는 우주방사선 예측 모델 'KREAM'을 자체 개발해 지난해 입출국 도시명을 입력하면 우주방사선 피폭량 예측 정보를 미리 알려주는 홈페이지를 개설하기도 했다.

이번 누리호 3차 발사 때 오른 차세대소형위성 2호에도 우주방사선 연구를 위해 천문연이 개발한 근지구 우주방사선 측정장비 '레오도스'가 탑재됐다.

차세대소형위성 2호에 탑재된 '레오도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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