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낯선 칭찬의 소중함

박진영 심리학 칼럼니스트 2023. 6. 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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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삶이란 어떤 것일까 많이들 진지하게 고민하곤 하지만, 의외로 작은 칭찬이나 응원 한 마디에 기분이 하늘을 날 것처럼 두둥실 떠오를 때가 있다.

그 결과 실제 칭찬을 받은 사람들은 칭찬을 한 사람들이 예측한 것 보다 더 기분이 많이 좋아졌고 불쾌하거나 불편한 감정은 훨씬 적게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미팅을 할 때면 항상 작은 것이라도 내가 잘 한 것을 콕 집어 구체적으로 칭찬해주는 선생님이 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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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행복한 삶이란 어떤 것일까 많이들 진지하게 고민하곤 하지만, 의외로 작은 칭찬이나 응원 한 마디에 기분이 하늘을 날 것처럼 두둥실 떠오를 때가 있다. 알고 보면 행복 참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들이다. 

내가 사는 곳에서는 사람들이 지나가다가 “신발 참 이쁘네”, “네 셔츠가 참 마음에 든다” 같이 낯선 이에게도  칭찬을 툭툭 던지고 지나가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처음에는 뭐지 싶었지만 점점 익숙해져서 진심으로 기뻐하며 고맙다고 이야기하는 나를 발견한다. 

다들 자기 살기에도 바쁘고 갈 길도 바쁠텐데, 그 짧은 틈새에 자신과 상관 없는 누군가의 좋은 점을 발견해서 칭찬의 말을 전달하는 것에는 꽤 큰 성의와 관심이 담겨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한편 좀처럼 타인을 칭찬해버릇하지 않는 나 자신도 돌아보게 된다. 분명 칭찬 받는 것은 좋아하면서 남을 잘 칭찬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펜실베니아대의 연구자 에리카 부스비는 사람들이 칭찬의 긍정적인 효과를 평가절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연구자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길에서 낯선 이를 칭찬하게 한 후(“셔츠가 이쁘다” 등), 설문을 통해 칭찬을 “받은” 사람들이 실제로 얼마나 기쁘고 즐거워졌는지, 또 얼마나 기분이 나쁘고, 어색하고, 불편하게 느껴졌는지에 대해 물었다. 그 결과 실제 칭찬을 받은 사람들은 칭찬을 한 사람들이 예측한 것 보다 더 기분이 많이 좋아졌고 불쾌하거나 불편한 감정은 훨씬 적게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은 누군가를 칭찬할 때 긍정적인 효과는 실제보다 적게 예측한 반면 부정적인 효과는 더 크게 예측하는 모습을 보인 셈이다. 칭찬을 할 때 별로 좋은 일은 안 생기고 괜히 역효과만 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렇게 누군가를 칭찬하는 것에 대해 불안감이 높고 칭찬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낮을수록 실제로 칭찬을 잘 하지 않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했다. 

미팅을 할 때면 항상 작은 것이라도 내가 잘 한 것을 콕 집어 구체적으로 칭찬해주는 선생님이 계시다. 이 문장이 정말 좋다던가, 데이터 분석을 믿고 맡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라든가, 또는 딱히 잘 한 것이 없더라도 이런이런 점에 대해 신중하게 고민한 흔적이 드러난다며 나의 노력을 섬세하게 짚어주시고 알아주신다. (물론 잘못된 부분에 있어서도 구체적으로 피드백을 주시고 함께 더 나은 방도를 모색해주신다) 

한동안 모르고 있었는데 어느샌가 이 선생님이랑 일 할 때면 늘 힘이 나고 150%를 발휘해서 열심히 하게 된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진심으로 관심과 격려를 부어주시는데 인정과 관심을 먹고 사는 사회적 동물로서 힘이 안 나고 배길 수가 없다. 선생님과 미팅을 마치고 나면 그 어떤 어려운 일도 다 해낼 수 있을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이렇게 듬뿍 과분한 관심과 응원을 받았는데도 여전히 관심과 응원을 주는 데에는 미숙하기만 하다. 여기에는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괜한 두려움, 내가 뭐라고 남한테 그런 응원을 하나, 내 응원 같은 게 필요한 사람은 별로 없지 않을까 같은 낮은 자신감도 한 몫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 없을 때보다 있을 때 더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것이 작은 칭찬과 응원이라는 점을 기억해야겠다. 

Boothby, E. J., & Bohns, V. K. (2021). Why a simple act of kindness is not as simple as it seems: Underestimating the positive impact of our compliments on others.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47(5), 826–840. https://doi.org/10.1177/0146167220949003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박진영 심리학 칼럼니스트 parkjy02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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