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수신료 분리징수가 공영방송 훼손?…먼저 고려해야 할 것들

나연준 기자 2023. 6. 10.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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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96.5% 찬성…정부, 법령 개정 등 후속조치 이행방안 마련 권고
KBS, 분리징수시 수입 급감…공적 책무 이행 난항 예상
김의철 한국방송공사(KBS) 사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한국방송공사, 한국교육방송공사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2022.10.17/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나연준 기자 = 정부가 29년 동안 유지됐던 한국방송공사(KBS) TV 수신료 분리징수를 추진한다. 대통령실은 국민 대다수가 찬성하고 있는 부분이라며 분리징수와 관련한 후속조치 이행 마련을 권고했다. 반면 KBS는 김의철 사장이 분리징수 도입 철회하면 사퇴하겠다고까지 밝히며 반발하고 있다.

10일 정치권에서는 정부의 KBS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있다. 정부는 국민참여 토론 결과를 앞세워 법령 개정을 권고하기로 했고, 이를두고 공영방송의 근간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신료 분리징수 국민 96.5% 찬성…BBC·NHK도 분리징수

대통령실은 지난 3월9일부터 한 달간 국민제안 홈페이지를 통해 'KBS 수신료 분리징수 안건'에 대해 공개 토론에 부쳤다. 그 결과 토론에 참여한 96.5%(찬성 5만6226건, 반대 2025건)의 국민이 수신료 분리징수에 찬성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분리징수를 위한 관계 법령 개정 및 그에 따른 후속조치 이행방안 마련을 권고했다.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지난 5일 브리핑을 통해 "국민참여 토론 과정에서 방송의 공정성 및 콘텐츠 경쟁력, 방만 경영 등의 문제가 지적됐고, 이에 따른 수신료 폐지 의견이 가장 많이 제기됐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영방송 위상과 공적 책임 이행 보장 방안을 마련할 것도 권고안에 담았다"고 밝혔다.

TV수신료(월 2500원)는 현행 방송법에 따라 '텔레비전 수상기를 소지한 사람'에게 일률적으로 부과됐다. 1994년부터는 전기요금에 수신료가 통합되면서 한국전력이 일괄 징수해왔다.

하지만 1994년과 비교해 미디어 환경은 많이 달라졌다.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유튜브 등이 활성화되면서 TV의 위상은 예전과 달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강제 징수'에 대해 반대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것이다.

해외에서도 공영방송사가 수신료를 분리징수하고 있다. 영국의 BBC, 일본의 NHK 등도 분리징수를 택하고 있다. 영국은 BBC의 수신료를 동결하고 2028년부터는 폐지 수순을 밟아갈 계획이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이 5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민제안심사위원회 개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6.5/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수신료 6200억원…편파성 및 방만운영 지적도

KBS가 국민들로부터 일괄적으로 걷는 수신료는 62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는 KBS의 연 수입의 40~50% 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신료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상황이지만 편파성, 방만운영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5월 KBS 라디오 패널의 편파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박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미 기간 중 KBS 라디오의 5개 시사프로에 야당 친화적 출연자가 80명이나 됐다며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강조했다.

박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2일 원내대책회의에서는 "기울어진 미디어운동장의 가장 큰 피해자는 국민"이라며 "공영방송 개혁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방만운영에 대한 지적도 있다. 지난해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KBS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21년말 기준 KBS 직원 4629명 중 1억원 이상의 고액 연봉을 받는 인원은 2374명(51.3%)이었다. 2020년 대비 2021년 KBS의 전체 인원은 감소했지만 연봉 1억원 이상을 받는 고액연봉자의 비율은 5% 증가했다. 국민의 세금과 같은 시청료가 운영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고액연봉자의 비율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국민이 KBS에 원하는 것은 (수신료를) 강제로 걷지 말라는 것"이라며 "방송보도를 공정하게 해달라, 경영도 방만하지 않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분리징수 시 수신료 수입 1000억원대로 감소…공영방송 상업화 우려

KBS에 따르면 수신료 분리징수가 실시될 경우 6200억원 규모의 수신료 수입은 1000억원대로 떨어진다. KBS는 공영방송으로서 재난방송을 주관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데 이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있다.

더불어 수입 감소를 만회하기 위해 공영방송의 상업화 등도 우려가 된다. 광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다면 공영방송으로서 독립성이 침해받을 수도 있다.

김의철 KBS 사장은 지난 8일 기자회견을 열고 "KBS의 경영이 방만한다는 지적은 항상 돌아보고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고 있다"며 "현재 6200억원 수준의 수신료가 분리징수시 1000억원으로 급감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공적 책무를 도저히 이행할 수 없는 상황으로 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언론자유특별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지난 7일 대통령실에 항의서를 전달하며 수신료 분리징수가 '공영방송 옥죄기'라며 "언론 탄압과 시행령 개정을 통한 분리징수 추진을 중단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KBS의 공적인 역할의 중요성도 있지만 스스로 변화를 위한 노력이 뒷받침될 필요성도 있다. 편파성, 방만경영 등에 대한 개선 의지 없이 수신료 일괄 징수만 고집한다면 조직보호를 위한 이기주의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yjr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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