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솔 피어나는 반도체 반등론

김동욱 기자 2023. 6. 10.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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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풍전등화' 위기의 반도체 실적 개선은 언제] ① 하반기 업황 개선 가능성… 실적 상승은 '글쎄'

[편집자주]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부진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이 악화했다. 챗GPT 열풍 등의 영향으로 올 하반기부터 업황 반등이 기대된다는 장밋빛 관측이 나오지만 큰 폭의 실적 개선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국제 정세도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격화하는 미·중 갈등 속 샌드위치 신세가 된 것. 미·중 시장 모두 포기할 수 없는 한국 업체로서는 난감하다.

올해 하반기 반도체 업황이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지만 주요 업체들의 실적 개선은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그래픽=이강준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솔솔 피어나는 반도체 반등론
②美·中 사이 제대로 낀 韓 반도체… 파훼법은
③반도체 기초체력 키울 키워드… 기술 개발·용인 클러스터
국내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수요 부진 영향으로 지난해 말부터 실적 악화를 겪었으나 올해 하반기에는 업황이 반등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인공지능(AI)용 및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확대될 가능성이 커서다. 올 하반기 업황이 바닥을 찍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지만 반도체 호황이 다시 오기 위해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적 고꾸라진 삼성·SK… 하반기 업황 밝은 이유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과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부터 실적이 악화됐다. 삼성전자 DS 부문은 2022년 4분기 27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전년동기대비 96.9% 줄었다. 올해 1분기에는 4조581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1조8984억원으로 적자 전환된 뒤 2023년 1분기에는 영업손실 3조4023억원으로 폭을 키웠다. 글로벌 경기 침체 악화로 전방산업에서 메모리 반도체 조달을 줄인 탓이다. 수요 부진으로 반도체 가격이 하락한 것도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줬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실적 악화에도 올해 하반기에는 업황 개선이 나타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챗GPT 등 생성형 AI 열풍으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할 것이란 시각이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글로벌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점유율은 총 90%에 달했다. HBM은 AI 분야 데이터 처리에 필요한 반도체다. 인텔의 차세대 중앙처리장치(CPU) '사파이어 래피즈' 출시로 인한 서버용 반도체 수요 증가도 업황 반등 요인이다. 주요 업체들이 사파이어 래피즈 채용을 위해 서버 교체를 추진하면서 서버에 사용되는 DDR5 D램 수요 확대가 전망된다.

감산 효과도 올 하반기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공급성이 확보된 제품을 중심으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감산을 선언한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과 함께 글로벌 메모리 1·2·3위 업체가 동시에 생산량을 줄이면서 수급 불균형이 조정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업체들의 감산과 하반기 반도체 수요 회복이 겹쳐 올해 글로벌 D램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수요가 공급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 시점은 다음 달부터다.

업황 반등 기대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지난 1월2일 종가 5만5500원이었던 삼성전자 주가는 6월 초 7만원대 초반까지 올랐다. SK하이닉스 주가도 같은 기간 7만5700원에서 11만원대 초반으로 45% 넘게 뛰었다. 증권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업황 반등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크다며 매수 의견이 담긴 리포트를 잇따라 공개했다.


하반기 실적 개선은 기저효과… "호황기급 실적은 먼 이야기"


삼성전자 서울 서초사옥에서 휘날리는 삼성 깃발. /사진=뉴스1
업황 반등이 올 하반기 시작될 가능성이 있지만 국내 업체들의 실적 개선으로 직결되진 않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말부터 실적이 고꾸라진 탓에 기저효과로 실적 상승에 성공한 것으로 보일 순 있지만 호황기에는 미치지 못한다. 저점을 통과하는 것일 뿐이란 의견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를 보면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3조6841억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의 33.9% 수준이다. 사업부별 구체적인 컨센서스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DS 부문 실적 악화가 주 요인일 것이란 평가다. SK하이닉스는 올 3분기 2조4130억원의 적자를 거두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될 것으로 관측된다.

불황기에 쌓아둔 재고를 처리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삼성전자 DS 부문의 재고자산은 31조9481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29조576억원)보다 2조원 이상 늘었다. SK하이닉스 재고자산도 같은 기간 15조6647억원에서 17조1923억원으로 1조5000억원 이상 확대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콘퍼런스콜을 통해 "하반기에는 모바일과 PC 등 소비자향 제품부터 반도체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본다"면서도 "손익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역성장 인플레이션이 지속할 경우 예상보다 실적 상승 폭이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 "하반기 시장 수요를 모니터링하면서 생산을 탄력적으로 운영해 재고 수준 정상화를 가속할 방침"이라고 부연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업황이 바닥을 지나고 있는 것으로 보지만 극적인 실적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올 1~2분기와 비교했을 땐 3~4분기 실적이 나아지겠지만 호황기 수준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반등의 신호가 감지되고 있는 상황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김동욱 기자 ase8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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