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슈퍼 엘니뇨에 '핫, 뜨거뜨거 핫!'[김용훈의 먹고사니즘]

2023. 6. 1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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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DB]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 인류가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폭염이 온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지난 3년간 기온 상승에 ‘브레이크’를 걸어줬던 라니냐의 시기는 끝났다. 이제는 기온 상승을 부채질할 ‘엘니뇨’ 발생 확률이 커졌다. 엘니뇨가 시작되면 국제사회가 파리협정에서 약속했던 방어선(산업화 이전 대비 온도 상승폭 1.5도 이하로 유지)은 일시적으로나마 깨질 가능성이 높다.

봄이야, 여름이야? “올 봄, 가장 더웠다”
[기상청 제공]

올해 봄은 몹시 더웠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아니라 여름과 겨울 밖에 없는 것 같다”라고들 했죠. 실제 기록만으로 보면 역사상 가장 더운 봄이었습니다. 지난 봄 전국 평균기온은 평년 봄 평균기온보다 1.6도 높은 13.5도를 기록했습니다. 기상관측망이 전국에 확충돼 각종 기상기록 기준점이 되는 1973년 이후 봄 전국 평균기온으로는 제일 높은 기온입니다. 사실 지난해 봄도 ‘봄 같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봄 전국 평균기온도 13.2도에 달했거든요. 이 기록이 한 해 만에 다시 깨졌습니다.

5월 16일 낮 최고기온이 35.5도까지 올라가 한여름보다 더 더웠던 강원 강릉지역의 밤 기온이 30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은 가운데 안목해변에서 시민들이 바닷물에 발을 담근 채 무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

꽃들이 순서를 잃고 동시다발로 피었죠. 올해 3월 부산·대전·청주 등에서 역대 가장 이르게 벚꽃이 꽃망울을 터뜨렸고, 서울 벚꽃 개화일은 역대 두 번째로 일렀습니다. 4월엔 동남아시아를 덮친 ‘괴물 열파(Monster Heat Wave)’가 한반도 기온까지 끌어올렸고, 5월엔 중순 동해안에 서풍이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건조해지고 더 뜨거워지는 푄현상으로 일최고기온이 30도를 훌쩍 넘기도 했습니다. 강원 강릉시는 지난달 16일 최고기온이 한여름을 방불케하는 35.5도에 달했습니다. 이는 강릉시 5월 최고기온으로는 역대 제일 높은 것이었습니다.

올여름, ‘엘니뇨+온난화’=‘슈퍼 엘니뇨’ 온다

봄부터 이미 ‘여름’이었는데, 진짜 여름은 얼마나 더울까요. 기상청은 올해 6월부터 8월까지의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각각 40%라고 밝혔습니다. 호주와 캐나다 등 각국 기상청과 관계기관도 한국의 6~8월 기온이 56~64% 확률로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봅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올해엔 특히 ‘엘니뇨’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엘니뇨가 뭐냐고요? 적도 부근의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는 평소에는 서태평양보다 낮습니다. 동태평양에서 서태평양으로 부는 무역풍 때문이죠. 태양에너지가 데운 동태평양 표면의 바닷물을 무역풍이 서쪽으로 이동시키면, 바다 밑에서 올라오는 차가운 물이 동태평양의 빈자리를 메우는 원리입니다. 그런데 2~7년 주기로 무역풍이 일정 기간 약화되는 시기가 찾아옵니다. 이때는 동태평양 표면의 따뜻한 바닷물이 서쪽으로 이동하지 않기 때문에 바다 밑의 차가운 바닷물과 섞일 수 없어요. 이 탓에 동태평양 해수 온도는 평소보다 뜨거워집니다. 이 현상을 ‘엘니뇨’라고 합니다. 통상 태평양의 ‘엘니뇨 감시구역’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현상이 5개월 이상 지속될 때 엘니뇨가 시작됐다고 말합니다.

WMO가 전망한 5~7월 엘니뇨 발달 가능성은 60%입니다. 엘니뇨는 기후변화와는 관계없는 자연현상이지만, 인류가 초래한 온난화와 결합해 ‘역대급 고온현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온난화는 무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 50년(1973~2022년)간 6월 평균기온은 1.4도 상승했습니다. 같은 기간 7월과 8월 역시 각각 0.9도가 올랐죠. 엘니뇨와 온난화가 결합한 슈퍼 엘니뇨가 발생하면 지구 표면 온도는 뜨겁게 달아오릅니다. 슈퍼 엘니뇨가 발생했던 2016년 지구 표면 온도는 산업화 이전에 비해 1.28도나 올라 최고치를 찍었죠. 한반도에서도 2016년은 폭염일수(일 최고기온이 33도를 넘는 날)가 관측사상 역대 3위(폭염일수 22일)에 이르렀습니다.

긴장한 노동당국...자영업자 “전기료 무섭다” 울상
24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인근에서 건설현장 폭염대책 법제화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들은 기상청 발표 온도와 현장 온도가차이가 나는 점 등을 지적하며 건설현장 옥외작업 폭염대책 법제화를 촉구했다. [연합]

노동당국도 긴장하고 있습니다. 최근 5년간 작업장에서 발생한 여름철 온열질환자는 152명인데, 이 중 23명이 목숨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고용노동부는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발생 우려가 높은 사업장에 대해 오는 20일까지 자율점검기간을 부여했습니다. 또, 이동식 에어컨·그늘막 시설을 지원하고, 근로자에게 쿨타올·쿨토시 등 보조용품을 지급할 계획입니다. 학생들이라고 더위를 안 탈까요. 교육부는 각급 학교에서 냉방시설의 작동여부 등을 미리 점검하고, 시도교육청과 협력해 공공요금 인상분에 2454억원을 반영키로 했습니다.

음식점 등 자영업자들은 벌써부터 한숨을 쉽니다. 지난해 7월 전기료로만 220만원을 썼다는 서울 종로 음식점 주인 A씨는 “손님이 한명만 오더라도, 여름엔 거의 12시간 에어컨을 틀어야 한다”며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습니다. 청소년의 대표적인 여름 피신처인 PC방 점주들도 울상입니다. 서울 영등포에서 PC방을 운영 중인 B씨는 “시원한 PC방이 아니면 손님들은 근처 다른 PC방으로 발길을 돌리기 때문에 24시간 냉방기를 가동한다고 보면 된다”며 “작년 여름엔 350만원 정도의 전기요금을 냈는데, 올해 인상분을 더하면 얼마를 내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때 이른 더위로 봄부터 에어컨을 틀어왔는데, 전기요금은 약 5.3% 인상됐기 때문입니다.

※[김용훈의 먹고사니즘]은 김용훈 기자가 정책 수용자의 입장에서 고용노동·보건복지·환경정책에 대해 논하는 연재물입니다. 정부 정책에 대한 아쉬움이나 부족함이 느껴질 때면 언제든 제보(fact0514@heraldcorp.com) 주세요.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기사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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