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노아 쇼크’ 토론토 마운드, 무엇보다 반가운 베리오스의 부활[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토론토 마운드가 다시 힘을 얻고 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올시즌 마운드 문제로 크게 골머리를 앓았다. 지난해 팀 로테이션을 이끌며 사이영상 투표 3위에 올랐던 1998년생 영건 에이스 알렉 마노아 때문이었다. 올시즌 개막전 선발투수를 맡았지만 개막전부터 부진한 마노아는 1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6.36을 기록했고 6월 6일(이하 한국시간) 휴스턴 애스트로스전 0.1이닝 6실점 최악투를 끝으로 마이너리그로 강등됐다.
마노아의 부진은 토론토 입장에서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비록 FA 계약으로 새롭게 영입한 크리스 배싯이 기대만큼의 공을 던지고 있고 큰 기대를 걸지 않은 기쿠치 유세이가 예상보다 괜찮은 성적을 쓰고 있지만 마노아는 가장 앞에서 로테이션을 이끌며 다시 한 번 사이영상 경쟁을 펼칠 것으로 생각한 투수였다. '특급 에이스' 역할을 기대한 선수가 몰락한 충격은 3-4선발의 활약으로 달래기 쉽지 않았다.
그래도 마노아가 준 아픔을 어느정도 달래주고 있는 선수가 있다. 바로 우완 호세 베리오스다. 베리오스는 지난해 토론토에 마노아 만큼의 충격을 안겨준 선수였다.
푸에르토리코 출신 1994년생 우완 베리오스는 토론토가 2021시즌 도중 트레이드로 미네소타 트윈스로부터 영입한 선수다. 미네소타 에이스였던 베리오스를 영입하기 위해 토론토는 내야수 오스틴 마틴, 투수 사이먼 우즈 리차드슨 등 두 명의 TOP 100 유망주를 내줬다. 현재와 미래를 맞바꾼 것이었다.
미네소타가 2012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32순위로 지명했고 2016년 빅리그에 데뷔한 베리오스는 리그를 지배할 정도의 투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안정적인 제구력과 준수한 탈삼진 능력, 충분한 이닝 소화 능력까지 갖췄고 미네소타에서 2017-2021시즌 723이닝을 투구하며 평균자책점 3.76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빅리그 데뷔 후 한 번도 부상자 명단에 오르지 않은 '내구성'을 가진 선수로서 2선발 역할은 충분히 해줄 수 있는 투수였다.
첫 해는 기대대로였다. 베리오스는 2021시즌 여름 토론토 유니폼을 입은 뒤 후반기 12경기에 등판해 70.1이닝을 투구하며 5승 4패, 평균자책점 3.58을 기록했다. 경기 당 약 6이닝을 책임지는 이닝 소화력과 9이닝 당 1.7개의 볼넷만 내주는 안정적인 제구력을 선보이며 새 팀에 제대로 자신의 가치를 어필했다. 영입에 만족한 토론토는 2022시즌을 앞두고 베리오스와 7년 1억3,100만 달러 연장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지난해 베리오스는 토론토의 기대를 제대로 배신했다. 물론 건강은 했다. 지난해에도 베리오스는 부상 없이 풀시즌을 소화하며 정규시즌 32차례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172이닝, 12승 7패, 평균자책점 5.23이라는 최악의 성적을 썼다. 베리오스는 지난해 무려 199개 안타를 허용하며 아메리칸리그에서 가장 많은 피안타를 기록한 투수였고 100자책점 역시 아메리칸리그 최악의 기록이었다.
장기계약 첫 해 무너진 베리오스에게 실망한 토론토는 다시 FA 시장으로 향해 최소 3선발급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를 물색했고 30대 중반에 접어든 배싯과 3년 6,300만 달러의 작지 않은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물론 류현진의 부상, 기쿠치의 부진 등 다른 이유들도 분명 존재했지만 베리오스가 지난해 마노아, 케빈 가우스먼과 함께 확실한 '3인방'의 모습을 보였다면 토론토도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었다.
팀의 기대를 철저히 배신했던 베리오스는 올시즌 달라졌다. 9일 휴스턴 애스트로스전 승리로 시즌 6승에 성공한 베리오스는 올해 13경기에서 77.1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3.61을 기록 중이다. 물론 여전히 조금은 기복이 있지만 토론토 입단 첫 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성적을 끌어올리고 있다.
아직 예년의 모습을 완벽히 회복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난해 지나치게 한가운데로 몰리던 싱커, 자꾸만 높아지던 체인지업의 컨트롤을 어느정도 되찾으며 마운드에서 힘을 얻고 있다. 2021시즌 9.6개에서 지난해 7.8개로 뚝 떨어졌던 9이닝 당 탈삼진도 올해는 8.2개로 조금 올랐다. 땅볼 비율도 지난해 40.7%에서 올해 48.5%로 크게 올랐다. 구속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낮은 제구와 함께 뜬공 억제력이 좋아지며 성적도 오르고 있다.
토론토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반가운 일이다. 이제 막 29세가 된 베리오스는 여전히 전성기 나이의 투수. 토론토가 7년 장기계약을 안긴 것에는 베리오스가 여전히 젊은 선수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만약 올해도 부진이 이어졌다면 토론토는 베리오스가 20대 후반부터 빠르게 기량 하락을 맞이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하지만 반등세로 한시름을 덜게 됐다. 배싯의 활약과 맞물려 마노아의 부진이 어느정도 상쇄돼고 있다는 점도 역시 토론토 입장에서는 다행인 일이다.
베리오스가 지금처럼 든든한 모습을 계속 이어간다면 토론토 입장에서도 '재조정의 시간'에 돌입한 마노아를 기다릴 수 있는 여유가 더 생긴다. 여기에 루키리그로 향한 마노아가 재정비를 마치고 복귀하고 후반기 류현진까지 건강하게 돌아온다면 토론토는 '선발 왕국'의 모습으로 가을 무대를 장악할 준비를 할 수 있다.
최악의 시즌을 보낸 뒤 팀이 꼭 필요한 상황에 반등한 베리오스가 과연 지금의 상승세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자료사진=호세 베리오스)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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