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판정-강팀'에 시달린 한국 U-20, 그럼에도 '역대 2위' 역사 썼다[초점]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대회 전부터 주축 전력들이 부상으로 빠지고, 본 대회에서는 강호와의 대결에서 석연찮은 판정에 시달려야 했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U-20 축구대표팀은 대한민국의 U-20 월드컵 역사상 2번째로 좋은 성적을 예약하는 기적을 썼다.
김은중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0 대표팀은 9일(이하 한국시각) 오전 6시 아르헨티나 라플라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4강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1-2로 패했다.
한국이 먼저 실점했다. 전반 14분 한국 페널티 박스 왼쪽에서 한국의 패스를 탈취한 리카르도 투리키아가 왼발 컷백 패스를 내준 것을 체사레 카사데이가 박스 정면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한국의 골문을 갈랐다.
하지만 한국은 빠른 시간 안에 동점골을 만들었다. 전반 19분 이탈리아 박스 안에서 마티아 자노티가 한국 배준호의 발을 밟았다. 최초에는 파울 선언이 안됐지만 VAR 판독을 통해 한국의 페널티킥이 인정됐다. 전반 23분 키커로 나선 주장 이승원이 오른발로 골문 왼쪽 높은 곳에 꽂으면서 1-1 동점을 만들었다.
후반전에도 팽팽하며 연장전으로 가는 듯했으나 한국이 통한의 실점을 내주고 말았다. 후반 41분 이탈리아가 한국 박스 앞 오른쪽에서 얻어낸 프리킥을 시모네 파푼디가 왼발로 마무리했고 한국이 1-2 패배로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비록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한국이 숱한 어려움을 딛고 4강을 이뤄냈다는 것은 대단한 성과였다.
가장 먼저 한국의 발목을 잡은 것은 주축 선수들의 부상이었다. 지난 3월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U-20 아시안컵에서 5경기 3골로 한국의 U-20 월드컵을 이끌었던 성진영(고려대), 독일 분데스리가의 맹주인 바이에른 뮌헨의 리저브팀에서 활약하던 미드필더 이현주가 모두 부상으로 낙마했다. 개최국도 비교적 가까운 아시아의 인도네시아에서 머나먼 남미의 아르헨티나로 변경된 상황에서 주축 전력들을 잃은 채 대회에 임해야했다.
월드컵에 와서 마주한 상대들도 만만치 않았다. 같은 F조에는 '우승후보' 프랑스, '돌풍의 팀' 감비아가 있었다. 개최국 아르헨티나를 16강에서 잡은 나이지리아와는 8강에서, 남미의 강호 브라질을 조별리그에서 꺾은 이탈리아와는 4강에서 만났다.
한국은 대회 내내 석연찮은 판정에 고생하기도 했다. 프랑스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는 골키퍼 김준홍이 공을 쳐내려던 정상적인 상황에서 상대 공격수와 충돌한 것인데 김준홍에게는 옐로카드가 주어지고 프랑스의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에콰도르와의 16강에서는 한국 수비수 박창우가 박스 안에서 상대 수비를 잡아끌어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그렇게 심하게 잡아당기지 않았는데 PK가 주어졌다.
가장 심했던 경기는 역시 이탈리아와의 4강이었다. 이탈리아 선수들은 경기 내내 한국 선수들을 팔꿈치로 가격하고 팔로 누르는 등 비신사적인 행위를 일삼았다. 전반 38분에는 공격수 이영준이 팔로 얼굴을 누르는 행위를 당했지만 심판은 반칙도 선언하지 않았다.
전반 42분에는 반칙을 당해 고통스러워하는 한국 선수를 향해 이탈리아 선수가 공을 던져 비매너 플레이로 옐로카드를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탈리아 선수들은 뻔뻔하게 심판의 지적에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결국 경기 종료 후 이탈리아가 파울을 26개나 저지른 것이 기록으로 드러났다. 그 외의 보이지 않은 파울로도 한국을 괴롭혔다.
한국 U-20 대표팀은 부상부터 판정까지 수많은 난관 속에서도 U-20 월드컵 4강에 오른 것이다. 이번 대회 전까지 한국의 U-20 월드컵 역대 최고 성적은 이강인이 골든볼을 수상했던 지난 2019년 폴란드 대회의 준우승이다. 그 다음은 최종 4위로 최초의 4강 신화를 썼던 1983년 멕시코 대회다.
한국은 오는 12일 오전 2시30분 이스라엘과 3-4위전을 치른다. 여기서 승리해 3위가 되면 한국의 U-20 월드컵 역대 성적 단독 2위가 되는 것이다. 만약 패하더라도 공동으로 역대 2위를 유지하게 된다.
숱한 역경을 이겨내고 한국 축구 역사에 남을 이야기를 쓴 U-20 대표팀. 젊은 청춘들이 아르헨티나에서 쓰고 있는 기적은 이제 최종전 결과와 상관없이 유종의 미를 거둘 일만 남았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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