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이 사라지면 칼슘 빠져나가… 우주여행 걸림돌은 ‘뼈’

유석재 기자 2023. 6. 10.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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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 걷고 뛰는 자극으로 칼슘 저장

숨겨진 뼈, 드러난 뼈

로이 밀스 지음 | 양병찬 옮김 | 해나무 | 404쪽 | 2만원

뼈의 주성분 중 하나가 콜라겐이라고 설명하면 이렇게 투덜거리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뭐야, 우리는 뼈가 뻣뻣한 거라고 알고 있는데, 알고 보니 질기고 신축성이 있는 콜라겐으로 이뤄져 있다고?”

그러면 저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물론 뼈는 구부러지지 않으며 납작하게 눌리지도 않는다. 그것은 또 하나의 주성분인 칼슘 때문이다. 뼈는 콜라겐 그물 위에 수북이 쌓인 칼슘 결정으로 구성돼 있다. 마치 금속망 위에 놓인 회반죽처럼 말이다.” 닭다리뼈를 식초 속에 오래 담가두면 쫀득쫀득하고 잘 구부러지는 존재로 변신하는데, 식초가 칼슘을 녹여버리고 콜라겐만 남았기 때문이다. 반면 섭씨 120도에서 여러 시간 구우면 분필처럼 푸석푸석해지는 이유는 열이 콜라겐을 파괴하고 칼슘만 남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실 뼈라는 것은 무척 희한한 존재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몸에서 뼈가 차지하는 비중을 잘 알고 있다. ‘뼈대’라는 말은 구조물의 골자를 의미하고, ‘살을 주고 뼈를 취한다’는 것은 작은 손해를 보는 대신 큰 이득을 얻는 것을 말한다.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라’는 창세기의 명구(名句)는 또 어떤가. 하지만 우리가 맨정신으로 우리 몸 속의 실물 뼈를 볼 수 있는 경우란 엄청나게 비극적인 상황을 제외하곤 거의 없다.

미국 UCLA 정형외과 임상교수이며 미국 수부(手部)외과학회 회장을 지낸 저자는 ‘뼈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이야기하기에 무척 좋은 조건을 갖췄다. 학문적 깊이에 끈질긴 필력, 독서를 멈추기 힘든 유머러스한 문체가 돋보인다. 그는 이 책(원제 ‘Bones: Inside and Out’)에서 뼈야말로 우리 몸을 지탱하고 기능을 유지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환기한다. 뼈는 스스로 자라고 가벼우며 내구성이 좋은 데다 부러졌을 때 회복하는 능력까지 갖춘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건축 자재’다. 척추동물이 무게 지탱, 수영, 땅파기, 날기, 뜀박질 등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근본 구조이기도 하다.

뼈는 외부 충격으로부터 주인을 보호하는 동시에 칼슘을 비롯한 수많은 영양분을 저장하는 은행 역할을 한다. 칼슘은 신경과 근육 조직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필수 성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주여행을 하려면 뼈가 걸림돌이 되는 일견 황당한 상황이 발생한다. 도대체 왜? 우리는 지구에 있을 때 걷기나 뛰기 같은 압력 자극에 의해 칼슘이 저장되는 작용과 심장 근육 같은 인체 내 필요에 의해 칼슘이 인출되는 작용이 평형을 이룬다. 하지만 무중력 상태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뼈에 가해지는 자극이 없어지게 되니 어떤 결과를 빚을까. 급속도로 칼슘이 빠져나가 골다공증이 생기는 고초를 겪게 되는 것이다. 매일 여러 시간 운동을 해서 칼슘 배출을 막는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 일론 머스크의 꿈처럼 3~4년이 걸리는 우주여행을 통해 화성으로 가려면 해결해야 할 결정적인 난관이 도사리고 있는 셈이다.

책은 1부 ‘숨겨진 뼈’에서 살아 있는 신체 안의 뼈에 대해 설명한 뒤, 2부 ‘드러난 뼈’는 주인이 죽은 뒤 몸 밖으로 나온 뼈의 두 번째 생애에 대해 이야기한다. ‘죽으면 다 그만’이라는 말은 적어도 뼈에 대해서는 별로 해당 없는 얘기다. 지층 속에 묻힌 뼈가 수백만 년 전의 지구에 대해 설명해 주는가 하면, 동굴 속의 뼈는 인류가 언제부터 추상적 사고를 하기 시작했는지 일러준다.

문명이 시작되면서 뼈의 역할은 더욱 다채로워졌다. 인간은 뼈를 이용해서 몽둥이와 화살촉과 낚싯바늘을 만들었으며, 고래 뼈로 만든 버스크(코르셋 지지대)나 물레처럼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분야의 공예의 소재로 활용했다. 뼈 단추 산업이 패션의 역사를 바꾸는가 하면 북미 대평원에서 수집된 들소 뼈가 비료 산업을 촉발시키기도 했다. 역사의 흐름에도 영향을 미쳤으니, 성인(聖人)들의 뼈로 교회가 떼돈을 버는 일이 종교개혁의 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

저자는 말한다. “뼈의 아름다운 형태는 자연이 지난 5억 년에 걸쳐 완성한 것이다. 뼈는 인류의 유산인 동시에 전설이며, 세계 최고의 건축 자재다. 지금까지 늘 그래 왔고, 앞으로도 늘 그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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