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향기롭지만… 신라의 모란꽃은 無香

“식물이란 작은 조각을 통해, 우리 역사를 다시 볼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습니다.”
‘삼국유사가 품은 식물 이야기’(지오북)를 쓴 안진흥(76) 경희대 유전공학과 교수가 말했다. 그는 평생 벼를 비롯한 식물을 연구한 학자다. ‘삼국유사’를 첫 책 주제로 삼은 이유에 대해 “’왜 이 식물을 등장시켰을까’라고 생각할 때, 새롭게 보이는 것들이 있더라”고 했다. ‘삼국유사’를 40여 개의 식물을 중심으로 재구성해, 관련 지식과 뒷이야기를 풀어냈다.
원효대사가 낙산사를 찾아가던 길에 벼를 베는 여인과 만난 일화가 대표적이다. 삼국유사에는 “법사가 장난 삼아 그 벼를 달라고 청하자, 여인은 벼가 잘 영글지 않았다고 농담으로 대답했다”고 적혀 있다. 안 교수는 “익어야 구부러지는 벼처럼, 당시 원효 대사가 도를 더 닦을 필요가 있었다는 의미에서 벼를 소재로 삼았을 것”이라고 했다.
안 교수는 “지금의 관점으로 역사 속 식물을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당 태종이 선덕여왕에게 모란꽃 그림과 씨앗을 보낸 일화에는, 선덕여왕이 그림에 나비가 없는 것을 보고 모란꽃에 향이 없을 거라는 걸 알아차렸다고 적혀 있다. 저자는 “지금 모란꽃에 향이 나기 때문에 역사가 잘못됐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는데, 향이 좋은 꽃은 지난 100~200년 사이의 기술로 만들어진 것이 다수”라며 “선덕여왕 시기엔 모란꽃 향이 없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저자가 10여 년 동안 전국을 돌아다니며 찍은 식물 사진을 함께 실었다. 고즈넉한 정취와 싱그러움이 한데 어우러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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