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탐사 SW 개발 주역...NASA 최고 권위상 받은 한국인 박사
영화 ‘마션’ 속에는 화성(火星)을 탐사하는 미래 인류의 모습이 그려졌다. 현재 전 세계 정부와 과학자들은 마션을 현실화하기 위해 앞다퉈 화성 탐사에 나서고 있다. 그 가운데 중추적 역할을 하는 한인 여성 프로그래머가 있다. 바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제인 오(64·한국명 장미정) 박사다. 그는 화성 탐사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끈 공로로 NASA에서 ‘우수공로훈장(EPAM·Exceptional Public Achievement Medal)’을 받는다. 1959년부터 수여된 EPAM은 NASA 프로젝트와 우주개발 대중화에 큰 공헌을 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최고 권위의 상이다. 스타트랙 작가 겸 PD 빌 프레이디, 공상과학 영화 거장 리들리 스콧,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설계자 베고냐 빌라 등이 역대 수상자이다. 오 박사는 본지 인터뷰에서 “지난달 처음 축하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며 “항상 남보다 더 열심히, 호기심과 열정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시상식은 다음 달 11일 열린다.
◇영문학과 출신 엔지니어
오 박사는 NASA의 JPL에서 화성 탐사 프로젝트의 소프트웨어 개발을 총괄한다. 2013년 ‘마스(Mars·화성) 2020′ 프로젝트의 ‘퍼시비어런스’ 탐사선 개발을 시작으로 2020년 우주선 발사와 2021년 화성 착륙, 화성 샘플 수집까지 이끌었다. 오 박사는 처음부터 엔지니어는 아니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그가 우주를 처음 경험한 것은 1969년 7월, 닐 암스트롱이 달 위를 걷는 모습이었다. 오 박사는 “당시 NASA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의 인생을 바뀐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 먼저 남편과 함께 떠난 유학이다. 이화여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디트로이트대에서 컴퓨터 학부와 석사 학위를 마치고, 미시간대에서 산업시스템엔지니어링 박사 학위를 받았다. GM과 포드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다 웨인주립대 교수가 됐다. 20년 전 또 다른 전환점이 찾아왔다. NASA JPL에서 대학교수를 대상으로 하는 현장 교육에 참가하면서 화성 탐사 로봇인 ‘스피리트’와 ‘오퍼튜니티’의 발사 장면을 봤다. 오 박사는 “가슴이 너무 설레고 감격했다”라며 “운명처럼 JPL로 오게 됐다”고 말했다.
오 박사는 현재 화성 샘플을 가지고 복귀할 착륙선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그는 “우리가 생각해내지 못한 아주 작은 허점이라도 남아있다면 화성에서 무인 자율 제어 조종하는 데에 큰 어려움이 될 수도 있다”면서 “앞으로는 ‘문 투 마스(Moon to Mars)’ 프로젝트에서 로봇이 아닌 사람을 보내는 시스템도 만들 예정”이라고 했다.
◇호기심과 열정이 연구의 원천
오 박사의 “항공우주연구 분야가 넓고 깊어 수십 명이 모이는 토론을 앞두고는 며칠씩 밤새 준비를 해야 한다”면서 “그럼에도 연구가 매일매일 신나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보다 나은 방법을 찾기 위해 잠잘 때도 생각하고, 자다가 갑자기 한밤중에 일어나 베개 밑에 둔 컴퓨터를 꺼내 꿈속에서 한 생각을 정리하고 잠든 적도 있었다. 그는 “탐구를 좋아하는 적성에 잘 맞아서 행복하게 일하고 있다”며 “지금 목표는 최대한 오래 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 박사는 “수십 년간 수많은 성공과 실패에서 얻은 교훈을 발판 삼아 앞으로도 ‘내가 역사를 쓰고 있다’라는 신념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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