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 푸짐한데 1만원?” 바가지 없던 무주 축제

무주/김정엽 기자 2023. 6. 10.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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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군, 참여 업체 선정 때부터
음식가격 1만원 이하 조건 걸어
일회용 안 써 쓰레기 절반 줄여

“이게 정말 1만원밖에 안 한다고요?”

전북 무주군에서 ‘바가지’ 없는 축제가 열렸다. 전국 곳곳의 지역 축제에서 ‘바가지 요금’ 논란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어서 무주군의 축제는 더 주목받았다.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5일 동안 무주군 무주읍 지남공원 일원에서 열린 ‘무주 산골 영화제’가 그 축제다.

무주군은 올해부터 바가지 요금을 근절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축제장의 간식 부스를 직접 관리하면서 음식 가격을 통제했다. 지난달 지역 음식점을 대상으로 영화제 간식 부스 운영권에 대한 공모를 진행했다. 공모에 참여하는 업체에는 20~30대를 대상으로 하는 메뉴를 개발하고 음식 단가를 1만원 이하로 책정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음료와 주류 가격을 참여 업체 전체가 통일해야 한다는 조건도 달았다.

이에 따라 최종 선정된 업체 7곳이 축제에 참여했다. 메뉴는 삼겹살과 수제 소시지, 김밥, 떡볶이 등 30여 개를 선보였다. 실제 가격은 무주군 의지대로 지켜졌다. 지름 26㎝짜리 접시에 삼겹살과 숙주나물을 가득 담아 1만원에 팔고, 20㎝ 길이 수제 소시지에 야채와 빵을 곁들인 세트의 가격은 3000원에 불과했다. 500㎖짜리 식혜 가격은 1500원이었다. 지난달 열린 전남 함평 나비 축제에서 어묵 한 그릇에 1만원을 받아 논란이 됐지만, 이 축제에선 어묵 꼬치 1개를 1000원에 팔았다.

대전에서 온 김모(34)씨는 “다른 축제에 가면 불쾌하지만 비싸도 사 먹었는데, 여기선 시중가와 비슷한 수준이거나 오히려 싼 음식도 있어 놀랐다”고 했다. 간식 부스를 운영했던 전병술(54)씨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팔다 보니 관광객들이 이것저것 다양한 메뉴를 더 먹어보고 해서 오히려 지난해 축제 때보다 매출이 늘었다”고 했다.

무주군은 1회용품 사용을 줄이고자 올해부터 다회용기도 사용했다. 그러자 지난해 축제 때 하루 10t가량 나오던 쓰레기가 올해엔 하루 5t으로 절반이 줄었다고 한다. 황인홍 무주군수는 “축제가 끝난 뒤 참여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50만원씩 장학금도 내놓아서 더욱 의미 있는 행사였다”며 “9월 열릴 반딧불 축제도 먹거리 불만이 나오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달 경북 영양군 산나물축제에선 한 상인이 옛날 과자 1.5㎏ 한 봉지를 7만원에 판매하는 모습이 방송에 나오면서 “소고기보다 비싼 과자”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자, 영양군은 대국민 사과까지 했다. 경남 ‘진해 군항제’, 전북 남원의 ‘춘향제’에서도 돼지고기 한 접시에 4만원, 파전 1개에 2만원 등을 받아 SNS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바가지 요금 논란에 축제가 예정된 지역에서는 손님이 없을까봐 비상이 걸렸다. 오는 18일부터 25일까지 강원 강릉 남대천 일대에서 열리는 강릉단오제 주최 측은 최근 입주 상인들을 만나 대표 음식인 감자전 2장에 1만2000원, 막걸리인 ‘단오주’ 1병에 6000원을 받기로 합의하고, 어묵과 떡볶이 등 분식은 가격을 공시하도록 했다.

송광인 전주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대부분 축제가 입찰을 통해 음식 부스 운영권을 통으로 넘기다 보니 투자 금액을 회수해야 하는 상인들이 ‘바가지 요금’의 유혹에 빠지는 것”이라며 “무주처럼 지자체가 직접 천막별로 개별 계약해 관리해야 바가지 요금을 근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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