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실화된 한·일 성장률 역전, 기업 더 뛰게 하는 방법뿐

조선일보 2023. 6. 10.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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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기관이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하향 조정한 건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장기간 흔들리고 있어서다. 안개로 뿌연 부산항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있다. / 연합뉴스

일본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작년 동기 대비 0.7%를 기록해 한국의 0.3% 성장률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올해 연간으로도 외환 위기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한·일의 경제성장률이 역전할 것이란 전망이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저성장의 대명사로 불리는 일본에도 뒤질 만큼 경제 침체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성장 둔화는 주력 산업의 수출 부진 때문이다. 지난달에도 15대 주요 수출품 중 12개 품목의 수출이 감소했고, 반도체 수출액은 무려 36%나 줄었다. 전체 수출은 8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고, 무역수지는 15개월 연속 적자 행진 중이다. 반면 일본은 자동차와 반도체 장비 산업을 중심으로 투자가 살아나 성장을 이끌고 있다. 미·중 기술 분쟁 속에서 지정학적 위치를 최대한 활용하는 일본 정부와 기업의 전략이 미국·대만 등의 대규모 투자를 끌어내면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한국 경제는 수출 부진을 보완할 마땅한 대안이 없다. 가계·기업 부문은 빚에 짓눌려 있고, 지난 정부의 세금 포퓰리즘 때문에 경기 부양에 쓸 재정 여력이 약화됐다. 기준금리는 주요국 중 일본·스위스를 제외하곤 가장 낮은 수준이어서 금리를 더 내리기도 쉽지 않다. 결국 규제를 풀고 산업의 막힌 곳을 뚫어줘 기업들이 더 투자하고 더 고용하게 하는 방법뿐이다.

구조 개혁을 통해 경제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것 외에 경제 침체를 벗어날 탈출구는 없다. 노동·규제·공공 개혁 등을 서두르지 않는다면 저출산·고령화와 생산 인구 급감으로 잠재 성장률이 OECD 최하위로 추락한다는 암울한 전망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한·일 성장률 역전은 이를 미리 보여준 예고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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