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식적, 도발적 中대사 언행 경고”

김은중 기자 2023. 6. 10. 03:1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외교부 “도 넘은 내정간섭” 초치
싱하이밍 “후회할 것” 발언에 조태용 “당당한 韓中 관계로”
(서울=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8일 저녁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만나고 있다. 2023.6.8 /국회사진기자단

외교부는 9일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 대사를 초치해 비상식적·도발적 언행과 내정간섭에 해당될 수 있는 행위에 대해 엄중 경고하고 강력한 유감을 표했다”고 했다. 싱 대사가 전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우리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불만을 여과 없이 드러낸 데 대한 조치다. 전임 정부의 대(對)중국 저자세 외교에서 벗어나 중국의 선 넘는 언행에는 단호한 대응을 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은 이날 오전 싱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사실과 다른 내용과 묵과할 수 없는 표현으로 우리 정부 정책을 비판한 것은 외교 관례에 어긋날 뿐 아니라 우리 국내 정치에 개입하는 내정간섭에 해당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싱 대사는) 외교사절의 본분에 벗어나지 않도록 처신해야 할 것”이라며 “모든 결과는 본인의 책임이 될 것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했다.

외교부가 ‘처신’ ‘본분’ ‘책임’ 같은 단어를 써가며 이례적으로 강경 대응한 배경에는 ‘한중 관계에서 상호 존중을 구현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사의 역할은 우호를 증진하는 것이지 오해를 확산하면 안 된다”며 “도를 넘었다”고 비판했다.

이에 중국은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의 홈페이지 글을 통해 “싱 대사가 중국 입장과 우려를 소개하는 것은 직무 범위 안에 있다. 한국 측은 어떻게 중·한 관계 안정과 발전을 실현할지에 주안점을 두라”고 재반박했다.

대통령실과 외교부는 전날 싱 대사가 생중계 연설을 통해 주재국 정책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을 한 것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訪美)와 한일 셔틀 외교 복원으로 대미·대일 외교가 성공적으로 일단락된 만큼, 한·일·중 정상 회의 등을 매개로 그동안 소홀하다 여겨졌던 중국 외교에 드라이브를 걸려던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과 카운터파트인 친강 외교부장 간 첫 번째 대면 회담도 추진 중이었다.

정부는 싱 대사 발언이 매우 이례적이고, 정부가 대중 외교에서 강조해 온 상호 존중에 위배되는 것이라 판단해 강경 대응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싱 대사 언행은 상호 존중에 입각해 한중 관계를 중시하고 발전시켜 나가려는 양국 정부와 국민들의 바람에 심각하게 배치되는 것”이라며 “한중 우호 정신에 역행하고 양국 간 오해와 불신을 조장하는 무책임한 행위를 단호하고 분명하게 지적했다”고 했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도 이날 오전 국립외교원 등 국책 연구 기관 4곳이 공동 주최한 학술회의 기조연설에서 “대한민국의 신장된 국력에 걸맞게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당당한 외교를 통해 건강한 한중 관계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했다. 싱 대사가 전날 한중 관계가 악화한 책임이 ‘미국에 경사된 한국 외교’에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에 대해 “국가 간 관계는 상호 존중이 기본이 돼야 한다” “중국과의 관계도 다를 바가 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조 실장은 “누가 우리의 생존과 안보를 위협하는 적인지, 그 적에 대항하여 우리의 편에 서 줄 나라는 어느 나라인지에 대해 분명한 인식을 가져야 한다”며 “자유·인권·법치 등 가치를 공유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다른 나라들과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70년 한미 동맹을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한층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했는데 한미 동맹을 중심으로 자유·민주 진영의 유사 입장국들과 연대하겠다는 우리 ‘외교 좌표’를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됐다. 싱 대사는 전날 “(미·중 경쟁에서) 중국 패배에 베팅하면 후회할 것”이라고 했었다.

윤석열 정부는 그동안 중국의 무리한 언행이 있을 때마다 묵과하지 않고 대응해 왔다. 지난 4월 대만 문제에 대한 원론적 입장을 밝힌 윤 대통령 인터뷰에 중국이 “불장난하다 타 죽을 것”(친강 외교부장)이라 밝히자 외교부가 “국격이 의심되는 외교 결례”라 반박하며 싱 대사를 초치한 것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내 공을 들였지만 실패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訪韓)에 대해서도 “이번에는 중국이 올 차례”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시 주석의 한국 방문은 9년 전인 2014년이 마지막이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는 결코 이웃 국가인 중국을 배제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면서도 “상호 존중이 구현돼야 한중 관계도 건강하게 지속 가능할 수 있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