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125] By how much we love
“우주를 한 사람으로 축소하고 그 존재를 다시 신으로 확대하는 것, 그것이 사랑이다(The reduction of the universe to the compass of a single being, and the extension of a single being until it reaches God - that is love).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인 빅토르 위고의 말이다. 이 말을 반대로 풀자면 개인의 크기는 우주와도 같고 신과도 같다. 그리고 신에 대한 사랑은 개인에 대한 사랑이다. 영화 ‘엑소시스트: 더 바티칸(The Pope’s Exorcist∙2023∙사진)’은 신을 대하듯 커다란 사랑으로 인간을 치유하고 악을 몰아내는 바티칸의 수석 구마 사제에 관한 이야기다.
수석 구마 사제 가브리엘 아모르트(러셀 크로 분)는 구마 의식과 관련된 교황청의 잘못을 언론에 공개했다는 이유로 징계 대상이 된다. 징계 청문회에 앞서 루뭄바 주교를 만난 가브리엘은 대천사 미카엘이 사탄을 살려줬던 일화를 언급하며 이렇게 말한다. “신의 사랑을 저지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이 가진 선택의 자유뿐이죠(The only thing that arrests God’s love is a person’s freedom to choose).” 루뭄바는 가브리엘을 변호하겠다며 인간은 누구나 심판받는다고 말한다. 가브리엘은 이렇게 답한다. “모두 심판받겠죠. 얼마나 사랑하느냐로(We will all be judged… by how much we love).” 가브리엘의 눈에는 얼마나 큰 죄를 지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사랑했느냐가 심판의 척도다.
징계 결과 수석 구마 사제 자리에서 내려오게 된 가브리엘은 임무를 놓지 않고 스페인의 한 고택으로 향한다. 그곳엔 악마에 씐 아들을 보며 가슴이 찢어지는 어머니가 있다. 가브리엘은 신의 사랑을 갑주로 입고서 영의 전쟁터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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