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자녀 특채’ 의혹만 감사원 감사 제한적 수용

김준영.전민구 2023. 6. 10.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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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9일 오후 선관위원 회의를 마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스1]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한 감사원 감사(직무 감찰)를 거부하던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9일 감사원 감사를 제한적으로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전면 거부’ 입장을 일주일 만에 뒤집으면서 선관위는 1963년 창립 이래 처음으로 회계 감사가 아닌 직무 감찰을 받게 됐다. 하지만 여권이 그동안 요구하던 ‘전면 수용’은 아니어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노태악 위원장을 비롯한 선관위원들은 이날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관위 청사에서 4시간 가까이 회의를 진행한 끝에 이같이 결론을 내렸다. 이날 회의는 원래 자녀 특혜 채용 의혹으로 사임한 송봉섭 전 사무차장의 후임을 뽑기 위한 자리였지만 위원들 사이에서 “감사 수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장시간 토론이 이어졌다.

회의 후 중앙선관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발생한 자녀 특혜 채용 문제에 대해 국민적 의혹이 너무 크기 때문에 이 문제에 관해 감사원 감사를 받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감사 수용은 어렵다는 게 선관위원 전원의 일치된 의견”이라며 감사를 전면 거부했던 지난 2일 회의 때와 달리 한발 물러선 것이다.

선관위는 그러면서도 “행정부 소속 감사원이 헌법적 독립기관인 선관위 고유 직무를 감사하는 것은 (선관위를) 헌법상 독립기관으로 규정한 헌법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선거 관리나 북한 해킹 대응 등 업무 전반에 대한 감사원 감사는 받을 수 없으며 단지 이번 채용 의혹 감사로만 한정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그러고는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해 헌법에 대한 최종 해석 권한을 갖고 있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일부 감사 수용이 앞으로 감사원 감사를 일상적으로 받게 되는 선례가 되지 않도록 확실히 선을 그어놓겠다는 의도다.

전면적인 감사 수용을 요구해온 국민의힘은 선관위 결정 직후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 모여 선관위 규탄 대회를 열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전면적 감사를 거부하고 특혜 채용 문제에 대해서만 감사를 받기로 한 반쪽짜리 결정”이라며 “선관위의 태도는 자성도 없고 쇄신도 없는 국민 무시 그 자체”라고 비판했다. 반면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감사원이 법에 맞지 않는 선관위 감사를 계속 주장할 경우 민주당은 감사원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할 것”이라며 선관위를 측면 지원했다.

선관위와 갈등을 빚던 감사원은 일단 선관위가 부분적으로나마 감사 수용 입장을 밝힌 만큼 따로 수사 요청은 하지 않기로 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감사 범위는 감사원에서 정한다”며 “이르면 다음주 중 구체적인 감사 계획을 밝히고 감사도 서둘러 착수하겠다”고 말했다. 경우에 따라 감사 범위가 확대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것이다.

한편 중앙선관위는 이날 허철훈 서울선관위 상임위원을 신임 사무차장(차관급)으로 임명했다. 허 신임 사무차장은 강원 영월 출신으로 ▶선거국장 ▶감사관 ▶선거정책실장 등을 지냈다. 박찬진 전 사무총장 후임은 향후 외부 인사 중에서 발탁할 예정이다.

김준영·전민구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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