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부담 커진 자영업자, 고용 없는 ‘자용’으로 전환 늘어

2023. 6. 10.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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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몰린 자영업자들
최저임금제는 ‘국가가 임금의 최저 수준을 정하고, 사용자에게 최소한 이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토록 강제함으로 근로자를 보호하는 제도’이다. 현재 최저임금은 9620원이다. 1980년 말에 도입된 최저임금은 90년대에는 연평균 9.9%, 2000년대는 10.2%, 2010년대에는 7.7%씩 올랐다. 2020년부터는 코로나19 여파로 인상률이 연평균 3.6%로 낮아졌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최저임금은 여러 요인을 고려하여 결정되는데, 가장 기초적인 요인으로는 경제성장률과 소비자물가상승률이다. 갈수록 최저임금 인상률이 낮아지게 된 것은 하향세인 경제성장률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 경제성장률은 90년대에 연평균 7.3%, 2000년대에 4.9%였으나 2010년대에 이르러서는 연평균 3.3%, 그리고 그 후 최근 코로나19 사태 3년간은 2.1%에 그쳤다. 소비자물가상승률 또한 실질임금에 영향을 미친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경제성장률과 대체로 함께 움직이는 특성이 있지만 최근과 같이 경제 침체기에도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는 경우도 있다. 90년대에 연평균 5.7% 상승한 소비자물가는 그 이후 점차 상승률이 둔화해 2020년에 0.5%까지 낮아졌다. 최근 다시 상승하며 지난해 7월에는 최고 6.3%까지 올랐다가 점차 하락하며 연간으로 5.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최저 생계를 위한 최소한의 임금이기에 경제가 성장하고 물가가 오르면 당연히 그 사정에 맞춰서 인상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기준과 수준이 무엇인 가인데, 매년 합의에 진통을 겪는 어려운 문제이다. 최저임금과 함께 임금이 전반적으로 많이 오르게 되면, 근로자의 소득은 오르겠지만, 사용자는 노동을 자본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으로 대응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자본력이 약한 소상공인 자영업자에게도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 고용동향 자료에 따르면, 갈수록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키오스크 도입 등으로 고용을 줄이면서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로 변화하고 있다. 최근만 보더라도 2018년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비중이 59.2%였으나, 지난해에는 64.8%로 증가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있어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사용자 측은 작은 고용 규모로 장사하는 소상공인이 될 것이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21년 자영업자의 수는 약 657만명으로 2017년(473만명)보다 180만명 이상 늘었다. 자영업자의 소득 사정은 어려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의 연간 평균소득은 2017년 2170만원에서 매년 감소해 2021년에는 1952만원으로 떨어진 것이다. 중위 소득도 매년 하락하면서 2017년 830만원에서 2021년 659만원으로 감소했다. 자영업자 사이에도 소득 양극화가 심해졌다. 2021년 상위 20%의 평균 소득은 7745만원이었으나 하위 20% 평균 소득은 84만1000원으로 그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이다.

이처럼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매우 어려운 경제 사정에 직면하고 있다. 근로자들 또한 치솟는 물가로 지출이 많아지며 소득 하위가구는 가계적자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저임금 급등으로 자영업자가 고용을 줄이고, 그에 따라 소득이 줄어든 가계가 소비를 줄이면서 자영업이 더 위축하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셈이다. 그 결과가 자영업자 빚 급등이다. 특히 코로나19로 매출이 줄면서 자영업자 빚이 눈덩이처럼 불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1분기 700조원에서 지난해 4분기 1019조8000억원으로 45.7% 증가했다. 하향하던 연체율이 지난해 3분기부터 다시 오르기 시작해서 지난해 4분기에 0.26%에 달했다. 진선미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자영업자 대출 가운데 다중채무자 대출 잔액은 720조3000억원으로 70.6%에 달했다. 최근의 자영업자 대출은 대부분 다중채무자 대출 증가에 따른 결과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최저임금 인상 합의가 난항이 예상된다. 최저임금 협상에 있어서, 그동안 사용자와 근로자 간 입장 차이가 컸던 업종별, 지역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 등의 많은 쟁점이 불거졌다. 합의점을 찾기가 어렵겠지만, 어려운 경제 사정, 물가 인상에 따른 근로자의 생계유지 어려움, 과도한 인상에 따른 고용 기피 우려 등을 고려하여 서로 양보해야 한다. 정부 또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영세 근로자와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에게 나타날 수 있는 문제들을 미리 파악하고, 대책을 먼저 수립해야 할 것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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