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너마저…” 자영업 마지막 방파제 온라인 주문 급감

원동욱 입력 2023. 6. 10. 00:50 수정 2023. 6. 10.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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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몰린 자영업자들
“그나마 배달로 먹고살았는데 이제는 배달도 …”

3년째 마포구에서 샌드위치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은호(35)씨는 최근 줄어든 배달 주문에 고민이 깊다. 2020년 1월 처음 음식점을 열었을 때까지만 해도 밀려드는 배달 주문에 정신이 없었다고 한다. 이씨는 “오픈과 거의 동시에 코로나가 터졌는데 의외로 매출이 잘 나왔다”며 “오히려 잘됐다 싶어 꾸준히 가게도 확장하고 직원도 뽑았는데 언제부터인지 배달이 확 줄었다”고 전했다. 가게를 확장하느라 빌린 대출과 인건비 부담은 고스란히 이씨에게 돌아왔다. 이씨는 “그전까지는 감당 가능했던 배달 앱 수수료도 이제는 감당이 어렵다”며 “직원들도 점차 줄이고 지금은 혼자 요리· 포장까지 하루 16시간 넘게 일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호황기를 누렸던 배달음식 주문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자영업자들의 코로나19 피해를 줄여 방파제 역할을 해줬던 배달량이 감소하자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은 가중된다. 지난 4월 온라인 배달음식 주문액은 1년 전보다 1.4% 줄어 10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감소세를 이어갔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코로나 시기였던 1년 전과 비교했을 때에도 큰 차이를 보인다. 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산업통계 중 온라인 쇼핑 동향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월엔 약 2조2232억원의 음식 서비스가 온라인에서 거래됐으나, 2월에는 약 2조280억원으로 2000억원 가량 감소했다. 이어 3월에는 2월보다는 상승한 약 2조1056억원이 거래됐지만, 1월 거래 현황엔 못 미치는 수치다. 2022년 월별 온라인 거래 현황을 살펴보면 1월 약 2조4316억원, 2월 2조2814억원, 3월 2조4212억원이다. 온라인 음식 서비스 거래가 올해 들어 많게는 15%(3200억원), 적게는 10%(2000억원)씩 감소한 셈이다.

대학생 이모연(26)씨는 “코로나 때는 학교도 안 가고 밖에도 잘 못 나가서 음식을 자주 시켜 먹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며 “배달료도 내고 쓰레기도 치울 바에 학식을 먹거나 밀키트를 사서 먹자는 주의”라고 말했다. 이씨의 말대로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야외활동 증가도 원인이지만 올라가 떨어지지 않는 배달비와 상승세를 이어가는 외식물가가 그 원인으로 풀이된다.

소비자들 입장에서 최소 3000~4000원, 비싸게는 1만원 이상도 내야 하는 배달비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회사원 조유석(31)씨는 “얼마전에 배달을 시키려고 앱을 켰는데 배달비가 6500원이더라”며 “아무리 피크시간대이고 비가 와서 요금이 좀 올랐다고 하지만 너무 비싸다 싶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배달앱 이용자 권해진(35)씨는 “배달비가 거의 택시비랑 맞먹는데 언제부터 중국집이 배달료를 받았나 싶다”며 “사람도 아니고 음식을 운반하는 일이 이렇게까지 수수료를 받을 일인가 싶다”고 전했다.

배달앱을 지우는 이용자도 늘어나고 있다. 김지영(29)씨는 “배달하면 음식 퀄리티도 떨어지는데 비용까지 증가하고 1인 최소 금액도 1만원이 훌쩍 넘어간다”며 “괜히 이런저런 고민도 하기 싫고 밀키트도 잘 나오니 앱을 지워버렸다”고 전했다. 배달앱 3사 월간 활성 이용자 수를 보면 2022년 3월 3532만명이던 이용자는 2023년 3월 2898만명으로 18% 감소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배달앱 운영사들은 다시 배달비 부담 줄이기에 돌입했다. 배달업계 1~3위 배달의민족(배민), 요기요, 쿠팡이츠 모두 배달비 할인 효과를 내세운 프로모션에 돌입했다. 업계에 따르면 1위 배민은 10% 무제한 할인, 매일 오후 3~5시 배민1(배민원) 15% 할인쿠폰을 뿌리고 나섰다. 앞서 지난달 인근 동선 소재 주문을 묶어 배달하는 ‘알뜰배달’ 서비스 적용 지역도 확대했다. 배민 관계자는 “해당 지역의 줄어든 소비자들의 수요를 확보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전했다. 요기요는 지난달 업계 최초로 월 9900원 정기 결제 고객에게 횟수 제한 없이 일정 음식점의 배달을 무료로 해주는 ‘요기패스X’를 선보였다. 정기 결제 소비자가 요기패스X 배지가 붙은 가게에서 최소 1만7000원 이상 주문 시 배달료를 면제받을 수 있는 방식이다. 이달 말까지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달 구독료를 무료로 제공하는 프로모션도 운영 중이다. 고객들의 배달료 부담을 낮춰 주문 건수를 끌어올리고, 수요 확보에 나서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할인 혜택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가 지난달 주말 점심시간(정오~오후 3시) 배달 앱 3사 내 음식점 배달비를 조사한 결과, 3월 조사 당시보다 7.4%의 업체가 배달비를 내렸고 6.7%가 배달비를 올렸다. 84.4%는 같은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집계돼 큰 차이는 없다고 분석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최근에 배달 앱 업체에서 소비자들의 배달비 부담을 낮추겠다며 여러 배달 서비스와 할인 이벤트를 제시하고 있으나 높아진 배달비로 인한 소비자 부담 완화 효과는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원동욱 기자 won.dong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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