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에 칩 이식, 죽지 않고 병들지 않는 ‘영생 신인류’ 가능할까

2023. 6. 10.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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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럴링크 ‘기계 인간’ 실험 파장
사람은 반드시 죽는다. 사후세계에 대해선 아직 밝혀진 바가 없지만, 적어도 육신은 소멸한다. 이런 ‘상식’이 머잖아 깨질지도 모르겠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 샌프란시스코 소재의 생명공학 분야 스타트업 뉴럴링크(Neuralink)는 자사 트위터를 통해 “최초의 인간 대상 임상시험에 대해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린다”며 “FDA와 긴밀한 협업을 통해 이뤄낸 믿을 수 없는 결과”라고 밝혔다. FDA도 “환자의 뇌 이식 임상시험을 위해 수술 로봇을 사용하도록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머스크 “내 뇌에도 칩 삽입할 것”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뉴럴링크의 수술 로봇을 소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뉴럴링크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2016년 설립한 기업이다. 머스크는 2017년 뉴럴링크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면서 “사람 뇌와 컴퓨터의 결합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말로만 그치지 않았다. 그로부터 2년 뒤인 2019년 뉴럴링크는 사람의 뇌에 이식할 수 있는 폴리머 소재 전극과 초소형 칩(N1)으로 구성된 인터페이스 장치를 공개했다. 2020년엔 돼지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경과를 실시간 공개해 큰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뇌에 컴퓨터 칩을 심는 시술을 한 돼지, 시술 후 칩을 제거한 돼지의 모습이 동영상으로 공개됐는데 양쪽 다 생활에 지장이 없는 모습이었다.

그러면서 뉴럴링크는 돼지가 음식 등의 냄새를 맡으며 뇌로 후각 신호가 전달되는 것을 디지털 신호로 압축해서 내보내는 장면을 공개했다. 뉴럴링크의 동물 대상 실험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머스크는 2021년 뉴럴링크가 원숭이 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당시 그는 “원숭이가 (뇌에 심은 칩을 통해) 생각만으로 비디오 게임을 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뉴럴링크는 지난해 원숭이를 대상으로 시각 신호에 대한 실험을 진행 중인 사실도 공개했다. 이를 사람에게 적용하면 시각 장애인의 시력 회복이 가능하다는 게 뉴럴링크의 설명했다.

이번 FDA 승인으로 이제껏 금기로만 여겨졌던 이 같은 실험을 인체에 일부 적용하는 길이 열린 것이다. 사람과 동물의 뇌를 구성하는 신경세포인 뉴런은 전기 신호로 데이터(운동 명령이나 감각 신호 등)를 전달한다. 이때 칼륨·나트륨·이온 등의 화학 물질을 교환해 전기 신호를 생성하는데, 뉴럴링크는 이런 전기 신호를 통해 뇌의 정보를 인식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뉴럴링크 측은 이를 ‘뇌 임플란트’라고 부르고 있다. 뇌에 전극을 꽂아 뉴런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뉴런이 전하는 전기 신호를 읽어내는 기술이다. 사람 뇌엔 약 1만 개의 전극을 심어야 한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머스크와 뉴럴링크가 이렇게까지 해서 사람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려는 이유는 뭘까. 일단 FDA의 승인까지 이끌어낸 표면적 명분은 뇌와 척추, 안구 등의 각종 질환·질병을 쉽고 빠르게 치료함으로써 인류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뉴럴링크의 실험에 대해 “컴퓨터 칩을 인체에 삽입하면 척수가 손상된 사람의 전신 운동 기능 회복이 가능하다”, “선천적인 시각 장애를 갖고 태어난 사람도 정상 시력을 얻을 수 있다”고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사람이 뇌와 결합한 컴퓨터를 통해 생각만으로 인체 곳곳을 제어하는 게 가능해져 각종 불치병이나 난치성 질환·질병 극복의 길이 열린다는 설명이다. 심지어 알츠하이머(치매를 일으키는 퇴행성 뇌 질환)나 자폐증과 같은 정신 질환까지 치료가 가능하다는 게 머스크의 주장이다. 머스크는 다만 이에 대한 구체적 증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FDA의 인간 대상 임상시험 승인이 안 나고 있기 때문에 해당 기술 발전이 더뎌지고 있으며, 그렇기에 FDA가 조속하게 승인해줘야 한다는 게 지금껏 머스크의 주장이었다.

그런데 머스크와 뉴럴링크의 목표는 각종 질환·질병 치료만이 아니다. 최종적으로는 인류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 더 나아가 인류를 영생(永生)에 이르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머스크는 지난해 미 CNBC와의 인터뷰에서 뉴럴링크의 기술에 대해 “인터넷에 사람 뇌를 업로드하고 다시 다운로드하는 게 가능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테슬라가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옵티머스’를 예로 들었다. 언젠가는 사람의 뇌를 옵티머스에 다운로드하는 게 가능할 것으로 내다본다는 얘기였다.

전기신호로 정보 인식 ‘뇌 임플란트’

그래픽=김이랑 기자 kim.yirang@joins.com
이 경우 공상과학(SF) 영화나 소설에서처럼 죽거나 병에 걸리지 않는 로봇 또는 컴퓨터의 형태(하드웨어)로 사람의 기억·감정·개성 등은 간직(소프트웨어)한 채 살아가는 신(新)인류의 시대가 열리게 된다. 머스크는 이에 대해 “우리가 인체를 통해 존재하지 않게 되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존재가 될 것”이라면서도 “우리의 기억과 자아가 존재하는 한은 (로봇 등을) 우리라고 판단하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의 실제 모델로 유명해진 인물답게 머스크는 “기술이 완성되면 나의 뇌에도 칩을 삽입할 것”이라고도 호언장담한 바 있다.

하지만 FDA 승인으로 탄력을 받게 된 그의 구상을 놓고 여론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지지자들은 트위터 댓글 등을 통해 “인류의 위대한 진일보를 가져올 것”이라며 뉴럴링크를 열렬히 응원 중이다. 그러나 비판 역시 쏟아지고 있다. 애나 웩슬러 미 펜실베니아대 교수는 외신을 통해 “윤리적인 관점에서 뉴럴링크에 대한 과장된 주장은 굉장히 우려스럽다”며 “심각한 장애로 고통 받는 환자들에게 헛된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전했다. 미겔 니코렐리스 미 듀크대 교수도 “사람의 기억·감정을 컴퓨터로 옮기는 건 실현 불가능한 기술”이라고 일축했다. 뇌 임플란트로 전극을 아무리 많이 심어도 기술적 한계가 따른다는 지적이다. 뇌는 전기 신호로만 정보를 교환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뉴런은 전기 신호를 기반으로 움직이지만, 서로 떨어진 뉴런 간의 시냅스(접합부)는 신경전달물질 분비로 신호를 교환해 전기 작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안전성 우려도 끊이지 않고 있다. 뉴럴링크는 지난해에도 FDA에 인간 대상 임상시험에 대한 승인을 요청했지만 거부된 바 있다. 당시 FDA는 뉴럴링크의 장치에 폭발 위험성이 있는 리튬 배터리가 들어가는 점, 뇌 조직을 손상시키지 않고 장치를 추출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승인을 거부했다. 무엇보다 윤리적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미 로이터통신은 뉴럴링크가 인간 대상 임상시험 승인을 받기 위해 동물 대상 실험을 서두르다가 실패, 많은 동물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내부고발자를 인용해 비판했다. 시선을 동물에서 인간으로 옮겨도 마찬가지다. 박홍근 미 하버드대 교수는 “뇌와 기계의 연결은 사회적으로 참혹한 일들을 일으킬 수 있다”며 “타인의 해킹에 의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고, 사람의 속마음에만 있던 차별과 편견 등이 기계를 통해 발현돼 심각한 갈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기계의 몸으로 살아가는 인간을 진짜 인간으로 볼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물음도 존재한다.

■ 구글도 인간 수명 500세 프로젝트, 로열은 반려동물 생명 연장 시도

「 뉴럴링크와 일론 머스크만이 생명 연장에 도전 중인 것이 아니다. 미국의 생명공학 분야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사람의 더 오래, 질환·질병 없이 살고 싶은 ‘금지된 욕망’을 파고들고 있다. 구글이 2013년 설립한 칼리코(Calico)는 안티에이징 기술을 통한 생명 연장을 추구하는 기업이다. 특히 칼리코는 노화의 근본 원인을 규명, 사람 수명을 500세까지 늘리는 비밀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벌거숭이두더지쥐를 연구 중이다. 칼리코에 따르면 사람은 30세 이후 8년마다 사망률이 2배로 높아지지만 벌거숭이두더지쥐는 성체가 되고 나서도 하루에 사망률이 1만분의 1 수준으로 꾸준히 유지된다.

머스크와 세계 최고 부자 자리를 놓고 격돌 중인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창업자(현 이사회 의장)는 지난해 출범한 알토스랩스(Altos Labs)에 거금을 투자했다. 이 스타트업 역시 사람 세포의 노화 방지를 연구 중이다. 세포의 재생 능력을 회복시켜 각종 질환·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의약품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싱크론(Synchron)도 생명공학 분야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기업이다. 싱크론은 뉴럴링크보다 앞서 FDA의 인간 대상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고, 사람의 두개골에 구멍을 뚫을 필요 없이 혈관 내 시술로 뇌에 컴퓨터 칩을 심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환자가 생각만으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실험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외에 캠브라이언바이오파마(Cambrian BioPharma)는 노화에 따른 만성 질환에 대한 임상시험 단계의 의약품을 개발 중이다. 이 회사의 제임스 파이어 최고경영자는 “치료약보다는 예방약 개발에 매진 중”이라며 “인류의 건강 수명을 늘리는 게 핵심 목표”라고 전했다. 로열(Loyal)이라는 기업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반려동물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 중이다. 강아지 등 반려동물이 인간 사회에서 가족 구성원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한 것을 사업에 반영했다. 인간 대상 임상시험에 비해 규제 장벽이 낮은 동물 대상 실험에 집중, 반려인 수요 중심의 틈새시장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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