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쓰다듬은 50년…기록은 이렇게 예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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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0입니다.
전깃불이 흔치 않아 실내 사진 촬영이 어려웠던 1970년대부터의 기록을 볼 수 있다.
사진집에는 작가가 오랫동안 선보여 왔던 주요 주제 중 하나인 '막장 사람들'을 비롯해 '어부의 뱃노래', '첫눈이 온다고 반가워 했는데', '얘들아 단오 구경가자' 등의 부제 아래 280점의 작품이 담겼다.
인공지능도 예술작품을 만드는 시대에, '기록'이라는 특명을 받고 발명된 사진만큼은 진실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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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생활상부터 최근까지
탄광·해변·단오 등 280점 담겨
“과거 이야기 현 세대에 전하고파”
사진은 0입니다. 다른 수의 앞에 있을 때는 그리 가치가 없지만 뒷자리에 있을 때는 엄청나게 큰 가치를 갖게 됩니다. 사진기록도 그렇습니다. 남 앞에 나서지는 못하지만 늘 과거 속에서 누군가를 그리워 하게 하는 것입니다.”
50년간의 기록을 모아 새 사진집을 펴낸 강릉 출신 류제원 사진작가의 말이다. 그가 최근 발간한 사진집 제목은 ‘라떼는 말이야’다. 기성 세대가 자신의 과거를 꺼낼 때마다 자주, 가볍게 쓰이는 바람에 이제는 진부해진 듯한 표현. 하지만 사진집 속 작품들은 이 표현이 품고 있는 우리 부모 세대의 삶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전깃불이 흔치 않아 실내 사진 촬영이 어려웠던 1970년대부터의 기록을 볼 수 있다. 작가는 피사체가 흔들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보통 필름(35㎜)보다 3배 정도 큰 ‘중형카메라’와 함께 플래시도 2개씩 동원했다. 집에서 가장 어두운 방에 앉아 베를 짜는 어머니, 등잔불 하나 놓고 식사하는 모습, 탄광 속 광부들의 모습은 그렇게 촬영됐다.
사진집에는 작가가 오랫동안 선보여 왔던 주요 주제 중 하나인 ‘막장 사람들’을 비롯해 ‘어부의 뱃노래’, ‘첫눈이 온다고 반가워 했는데’, ‘얘들아 단오 구경가자’ 등의 부제 아래 280점의 작품이 담겼다. ‘막장 사람들’ 시리즈에서는 성냥갑 같은 광부사택과 입갱·발파·탄캐기는 물론 기차에 싣다 레일로 떨어지는 석탄을 줍는 모습까지 1980년대 탄광의 하루가 촘촘하게 펼쳐진다. 작은 배의 출항 모습과 사천항 양미리 작업, 심곡항의 뗏목 미역 채집, 강문해변의 피서철 모습 등 동해안 풍경도 다채롭다. 폭설이 내리면 모든 것이 멈췄던 옛 강원도 도로 모습은 낯설면서도 정겹게 다가온다. 흥겹고 역동적인 30년전 단오제 현장은 2023년 단오제 개최를 앞둔 요즘 다시 꺼내보기 꼭 맞다. 교사 출신인 그가 촬영한 학교의 어느 순간에서는 정겨운 풍금소리가 들리는 듯 하고, 보릿고개를 떠올리게 하는 고향 풍경도 뭉클하다.
류 작가는 스마트폰으로 가볍게 사진들이 ‘자랑의 도구’로 바뀌어 버린 세태 속에서도 여전히 무거운 카메라를 드는 이유도 밝혔다. 그는 “남들이 쉽게 경험하지 못한 세계, 잘 모르는 이야기를 보여주기 위해 스마트폰보다 조금 더 좋은 카메라로 예술활동을 한다”고 했다. 특히 “반세기에 걸친 기록을 통해 불편하지만 모두가 함께 지나왔던 우리 세대 이야기를 젊은 세대에게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예술시장 속에 시각예술 환경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도 줄글로 담겨 ‘읽는 재미’도 있다. 인공지능도 예술작품을 만드는 시대에, ‘기록’이라는 특명을 받고 발명된 사진만큼은 진실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이다. 류 작가는 “실컷 감상할 수 있는 좋은 작품을 서로 돌려가며 감상하고, 바꿔보기도 하는 미술적 안목이 진정한 ‘자랑’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류제원 작가는 1974년 1년치 월급을 모아 카메라를 처음 산 이후 50여년간 활동해 왔다. 5차례의 개인전을 가졌고 강원원로작가 초대전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해 왔다. 강원사진문화상, 강릉예술인상을 받았다. 사진인문학 강의 등을 하고 있다. 김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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