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美 대선 키워드는 ‘가치전쟁’…최전선 플로리다는?
[앵커]
대선을 1년 반 앞둔 미국에선 사회적 소수자라고 불렸던 흑인, 성 소수자, 이민자들을 놓고 때아닌 논란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보수성향 대선 후보들을 중심으로 미국 사회가 인종과 성 소수자, 이민자를 차별 안 하는 걸 넘어 지나치게 배려한다, 미국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어서인데요.
반발을 넘어 갈등이 번져가는 분위깁니다.
워싱턴 이정민 특파원과 알아봅니다.
미국은 슬슬 대선 국면으로 접어드는 것 같아요.
하루가 멀다 하고 출마 선언이 이어진다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재출마를 선언한 민주당보다 공화당 쪽이 분주합니다.
지금까지 10명이 후보로 등록했는데요.
이 중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압도적이고, 그 다음을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공화당 경선은 결국 트럼프냐 아니냐의 싸움일 거고 다른 후보들은 두드러진 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깁니다.
이 부분에서 가장 주목받는 게 지지율 2위의 디샌티스 후보입니다.
트럼프가 키워준 인물이지만 이 장면으로 전국권 정치인이 됐습니다.
함께 보시죠.
[론 디샌티스/미국 플로리다 주지사/지난해 3월 : "마스크를 쓰고 싶으면 그렇게 하세요. 하지만 그건 웃기는 짓이에요."]
코로나19가 한창인 때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거부하며 마스크 쓴 학생을 면전에서 꾸짖은 건데 여기 미국 보수층이 환호했습니다.
이어 인종, 성별, 성 정체성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은 잘못이라는 특히 진보에서 민감한 가치관에 반기를 드는 법안 도입을 주도하며 주목을 끌었습니다.
[론 디샌티스/미국 플로리다 주지사/지난달 30일 : "우리는 미국 전역의 기관을 감염시킨 새로운 형태의 좌파주의가 꾸준히 발전하는 것을 목격해 왔습니다."]
취재진이 디샌티스 후보가 막 시작한 대선 유세에 직접 가봤는데요.
공식 출마 선언을 한지 얼마 안 됐는데도 수백 명이 모여서 환호하는 등 지지 열기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앵커]
인기는 끌겠지만 사회적 약자로 여겨졌던 유색인종이나 성 소수자, 이민자들의 반발은 크겠어요?
[기자]
네, 그래서 디샌티스의 정치적 기반, 플로리다를 찾아가 반응을 살펴봤습니다.
플로리다에선 교육적 가치가 없다는 이유로 흑인 역사가 공교육 심화 과정서 폐지되고 일부 도서관에선 관련 책자도 빠졌습니다.
성 정체성 교육은 고등학교까지 전 학년에서 금지됐고 어기면 교사를 고발하게 했습니다.
저희가 만난 흑인과 성 소수자들은 디샌티스가 자기 정치에 교육을 이용한다, 플로리다에서 소수자의 설 자리를 없애고 있다 반발했습니다.
[마이클 로어단/성 소수자 : "(성 소수자에 대해) 얘기하면 안 된다고 한다면 사람들은 성 소수자가 좋은 사람이 아니거나 이상하다는 선입관을 갖게 되죠. 큰 피해를 가져오는 일입니다. 사회 전체가 그런 생각의 영향을 받게 되니까요."]
[마빈 던/흑인 역사교육자 : "이 모든 건 백인 인종차별주의자들에게 호소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후보로 지명받는 데 필요한 표를 얻기 위해서죠."]
흑인과 성 소수자 단체들은 플로리다 여행 거부 운동에 나섰습니다.
디샌티스 반대 시위도 부쩍 늘었습니다.
일부 흑인이나 성 소수자, 이민자는 아예 플로리다를 떠나고 있다는 게 관련 단체들의 얘깁니다.
[앵커]
이런 반발도 있겠지만 찬성파도 많으니까 정책들을 밀어 부칠 수 있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특히 디샌티스가 손 댄 정책 상당수가 교육과 관련돼 있어서 특히 보수 학부모들 지지가 견고한데요.
저희가 만난 네 아이를 둔 보수 어머니회 회원은 그간의 성 정체성이나 흑인 관련 교육들은 세뇌에 가까웠다면서 겨우 정상화되는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카타리나 스터비/'자유를 위한 어머니회' 회원 : "성 소수자 교육을 밀어붙이거나 아이들을 인종으로 나누는 교육을 하고 있어요. 적절한 역사 교육도 하지 않고요. 명백한 세뇌입니다. 그들은 아이들에게 미국을 싫어하라고 가르치고 있어요."]
보수층을 결집하는 건 물론 일부 중도층에도 디샌티스 스타일의 정책이 먹힌다는 판단 하에 다른 공화당 후보들도 잇따라 그간의 유색인종, 성 소수자 교육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자유의 반대', '팬데믹보다 위험한 바이러스', '인종, 성별, 성적 지향에 대한 집착', 누가 더 강하게 발언하나 경쟁하는 듯한 모양새입니다.
보수층에 어필하는 효과적인 대선 전략으로 통하고 있는 겁니다.
[앵커]
정치권이 이렇다면 사회 분위기에도 변화가 엿보일 것 같아요?
[기자]
정치권 분위기가 보수층이 관점을 더 대담하게, 노골적으로 드러낼 수 있게 바꾸고 있단 분석이 많습니다.
실제 행동으로 옮겨지기도 하고요.
최근 성 소수자를 모델로 내세웠던 맥주 버드라이트, 성 소수자 관련 용품들을 전면 배치했던 유통업체 타겟 등이 소비자 보이콧에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보수 유권자들의 가치와 이념이 소비 행태까지 영향을 미친건데요.
1년 5개월 남은 미국 대선까지 이런 가치와 이념을 둘러싼 대립, 계속 이어질 거라는 전망이 높습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KBS 뉴스 이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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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기자 (man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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