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美 대선 키워드는 ‘가치전쟁’…최전선 플로리다는?

이정민 2023. 6. 9.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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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선을 1년 반 앞둔 미국에선 사회적 소수자라고 불렸던 흑인, 성 소수자, 이민자들을 놓고 때아닌 논란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보수성향 대선 후보들을 중심으로 미국 사회가 인종과 성 소수자, 이민자를 차별 안 하는 걸 넘어 지나치게 배려한다, 미국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어서인데요.

반발을 넘어 갈등이 번져가는 분위깁니다.

워싱턴 이정민 특파원과 알아봅니다.

미국은 슬슬 대선 국면으로 접어드는 것 같아요.

하루가 멀다 하고 출마 선언이 이어진다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재출마를 선언한 민주당보다 공화당 쪽이 분주합니다.

지금까지 10명이 후보로 등록했는데요.

이 중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압도적이고, 그 다음을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공화당 경선은 결국 트럼프냐 아니냐의 싸움일 거고 다른 후보들은 두드러진 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깁니다.

이 부분에서 가장 주목받는 게 지지율 2위의 디샌티스 후보입니다.

트럼프가 키워준 인물이지만 이 장면으로 전국권 정치인이 됐습니다.

함께 보시죠.

[론 디샌티스/미국 플로리다 주지사/지난해 3월 : "마스크를 쓰고 싶으면 그렇게 하세요. 하지만 그건 웃기는 짓이에요."]

코로나19가 한창인 때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거부하며 마스크 쓴 학생을 면전에서 꾸짖은 건데 여기 미국 보수층이 환호했습니다.

이어 인종, 성별, 성 정체성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은 잘못이라는 특히 진보에서 민감한 가치관에 반기를 드는 법안 도입을 주도하며 주목을 끌었습니다.

[론 디샌티스/미국 플로리다 주지사/지난달 30일 : "우리는 미국 전역의 기관을 감염시킨 새로운 형태의 좌파주의가 꾸준히 발전하는 것을 목격해 왔습니다."]

취재진이 디샌티스 후보가 막 시작한 대선 유세에 직접 가봤는데요.

공식 출마 선언을 한지 얼마 안 됐는데도 수백 명이 모여서 환호하는 등 지지 열기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앵커]

인기는 끌겠지만 사회적 약자로 여겨졌던 유색인종이나 성 소수자, 이민자들의 반발은 크겠어요?

[기자]

네, 그래서 디샌티스의 정치적 기반, 플로리다를 찾아가 반응을 살펴봤습니다.

플로리다에선 교육적 가치가 없다는 이유로 흑인 역사가 공교육 심화 과정서 폐지되고 일부 도서관에선 관련 책자도 빠졌습니다.

성 정체성 교육은 고등학교까지 전 학년에서 금지됐고 어기면 교사를 고발하게 했습니다.

저희가 만난 흑인과 성 소수자들은 디샌티스가 자기 정치에 교육을 이용한다, 플로리다에서 소수자의 설 자리를 없애고 있다 반발했습니다.

[마이클 로어단/성 소수자 : "(성 소수자에 대해) 얘기하면 안 된다고 한다면 사람들은 성 소수자가 좋은 사람이 아니거나 이상하다는 선입관을 갖게 되죠. 큰 피해를 가져오는 일입니다. 사회 전체가 그런 생각의 영향을 받게 되니까요."]

[마빈 던/흑인 역사교육자 : "이 모든 건 백인 인종차별주의자들에게 호소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후보로 지명받는 데 필요한 표를 얻기 위해서죠."]

흑인과 성 소수자 단체들은 플로리다 여행 거부 운동에 나섰습니다.

디샌티스 반대 시위도 부쩍 늘었습니다.

일부 흑인이나 성 소수자, 이민자는 아예 플로리다를 떠나고 있다는 게 관련 단체들의 얘깁니다.

[앵커]

이런 반발도 있겠지만 찬성파도 많으니까 정책들을 밀어 부칠 수 있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특히 디샌티스가 손 댄 정책 상당수가 교육과 관련돼 있어서 특히 보수 학부모들 지지가 견고한데요.

저희가 만난 네 아이를 둔 보수 어머니회 회원은 그간의 성 정체성이나 흑인 관련 교육들은 세뇌에 가까웠다면서 겨우 정상화되는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카타리나 스터비/'자유를 위한 어머니회' 회원 : "성 소수자 교육을 밀어붙이거나 아이들을 인종으로 나누는 교육을 하고 있어요. 적절한 역사 교육도 하지 않고요. 명백한 세뇌입니다. 그들은 아이들에게 미국을 싫어하라고 가르치고 있어요."]

보수층을 결집하는 건 물론 일부 중도층에도 디샌티스 스타일의 정책이 먹힌다는 판단 하에 다른 공화당 후보들도 잇따라 그간의 유색인종, 성 소수자 교육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자유의 반대', '팬데믹보다 위험한 바이러스', '인종, 성별, 성적 지향에 대한 집착', 누가 더 강하게 발언하나 경쟁하는 듯한 모양새입니다.

보수층에 어필하는 효과적인 대선 전략으로 통하고 있는 겁니다.

[앵커]

정치권이 이렇다면 사회 분위기에도 변화가 엿보일 것 같아요?

[기자]

정치권 분위기가 보수층이 관점을 더 대담하게, 노골적으로 드러낼 수 있게 바꾸고 있단 분석이 많습니다.

실제 행동으로 옮겨지기도 하고요.

최근 성 소수자를 모델로 내세웠던 맥주 버드라이트, 성 소수자 관련 용품들을 전면 배치했던 유통업체 타겟 등이 소비자 보이콧에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보수 유권자들의 가치와 이념이 소비 행태까지 영향을 미친건데요.

1년 5개월 남은 미국 대선까지 이런 가치와 이념을 둘러싼 대립, 계속 이어질 거라는 전망이 높습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KBS 뉴스 이정민입니다.

촬영기자:오범석/영상편집:이웅/그래픽:김지훈/자료조사:이세영 이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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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기자 (man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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