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몸살’ 사랑의 불시착 ‘그 호수’, 통행료 7000원 받는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 정혁(현빈)과 세리(손예진)의 낭만적인 사랑이 이루어진 스위스 작은 호수 마을 이젤발트의 현실상 결말은 그리 아름답지 못했다. 이 드라마가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에 인기리 방영되자 아시아 관광객이 물 밀듯 몰려들었고, 이제는 ‘인증샷’을 찍으러 부두에 들어가려면 통행료 5프랑(약 7000원)을 내야 한다.
9일(현지 시각) AFP통신에 따르면 인구 400명의 스위스 알프스의 브리엔츠 호수 기슭 이젤발트 마을에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주민들이 부두에 들어가려는 관광객에게 통행료를 받기 시작했다.
2020년 2월 종영한 넷플릭스의 히트작 ‘사랑의 불시착은’ 우연히 패러글라이딩을 타고 한반도의 비무장지대(DMZ)에 들어간 상속녀 윤세리가 북한 육군 장교 리정혁과 사랑에 빠진 이야기를 그린다. 이젤발트는 극중 리정혁이 스위스 유학 시절 형을 떠올리며 피아노 연주를 하고, 윤세리가 우연히 리정혁의 연주 소리를 듣는 장면의 배경이 됐다.
이젤발트는 아름다운 광경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끈 데다 극중 커플이 실제 부부의 연을 맺으면서 드라마 팬에게는 ‘성지’로 떠올랐다. 특히 리정혁의 피아노가 놓여있던 호숫가의 부두는 관광객들이 필수로 들러 사진을 찍는 장소가 됐다.
지난해부터 아시아 국가들의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지면서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부쩍 늘었다. 스위스 현지 언론에 따르면 2022년 약 40만 명이 이곳을 찾았다. 지난 여름에는 매일 최대 20대의 버스가 도착해 교통 체증을 일으켰다고 한다.
문제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관광객들이 일으키는 주차, 쓰레기, 소음 문제로 마을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단체 관광객들은 관광버스에서 내려 사진만 찍고 5분 만에 떠나고, 음식도 모두 가져오기 때문에 지역의 레스토랑을 찾지 않는다고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관광객들 역시 대부분 다음 버스가 오기까지 90분만 머물다 떠나 마을 경제에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현지 관광 사무소 직원인 티티아 바일란트는 “관광객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정확하게 계산하긴 어렵지만 주민 1명당 1천명의 관광객이 방문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젤발트의 거의 모두가 관광객이 늘어나 기뻐하고 있지만 감당하기 힘들기도 하다”고 했다.
이에 지자체는 지난달 주차장에 예약 시스템을 도입해 사전 예약한 버스만 출입할 수 있도록 했으며, 호숫가 부두에는 개찰구를 설치해 요금을 지불해야만 부두로 들어갈 수 있게 했다.
이젤발트 홈페이지에는 관광객 방문과 관련해 버스 주차예약, 체류시간 등에 대한 별도의 공지사항이 올라왔다. 버스 예약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로 체류 시간은 2시간이다. 예약 없이 버스로 이젤발트를 방문하는 것은 금지된다. 별도의 주차 공간이 없어 대중교통을 이용하길 권장하고 있다. 부두 입장료는 5프랑(약 7000원), 공중화장실 이용료는 1프랑(약 1400원)이다. 쓰레기를 버리는 장소도 안내하고 있으며 주민 사유지에 들어가지 말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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