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하면서도 강인했던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의 삶과 사상의 궤적 한눈에
‘도덕감정론’·‘국부론’ 속 사상 면밀추적
차가운 경제학자의 모습 넘어서
시장과 도덕·효율·정의 고민했던
야심 찬 젊은 지식인의 모습 생생히
“일반적으로 말하면, 분명히 개인은 공공의 이익을 의도적으로 증진시키려고 하지는 않으며, 얼마나 증진시키고 있는지 알지도 못한다. … 하지만 다른 많은 경우와 같이, 개인은 바로 그때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자신이 의도치 않았던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 의도치 않았다고 해서 사회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만은 아니다. 사회의 이익을 의도적으로 증진시키려 할 때보다,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함으로써 개인은 더 자주, 더 효율적으로 사회의 이익을 증진시킬 수 있다.”
책은 비판과 논란 속에서도 유럽 사회에 지적 충격을 줬다. 시간이 흐르면서, 두 권의 책으로 처음 750부가 출간됐던 ‘국부론’은 ‘경제학’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던 시절에 경제학이란 ‘불온한 학문’을 탄생하게 했고, 스미스를 ‘경제학의 아버지’로 만들었다. 토드 벅홀츠는 “‘국부론’은 좋은 책이 아니다. 위대한 책”이라고 극찬했다.
전기 작가 니콜라스 필립슨이 쓴 책은 경제학자이자 도덕철학자인 애덤 스미스의 삶과 함께 그의 사상적 궤적을 면밀하게 추적한 평전이다. 그가 태어나고 자란 작은 항구도시 커콜디를 비롯해 학창 시절과 교수 시절을 보낸 글래스고와 에든버러 등 주요 도시와 철학자 프랜시스 허치슨과 데이비드 흄의 영향을 추적, 스미스의 핵심 저작인 ‘도덕감정론’과 ‘국부론’의 사상적 배경과 맥락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죽기 3년 전인 1787년, 스미스는 유언 집행자에게 자신의 모든 강의 자료를 파기하고 그 밖의 원고는 두 사람이 원하는 대로 하라고 했고, 죽기 얼마 전에 다시 한 번 부탁을 상기시켰다. 생전에 자신의 천재성이 드러나는 업적과 모범적 사생활을 보여 주는 자료 외에는 모두 남기고 싶지 않았다. 그리하여 남은 것은 철학적 주제에 관한 7개의 미공개 소논문뿐.
그럼에도 저자는 스미스의 저작이나 논문, 친구들과 주고받은 편지들과 함께 교수 경력의 끝자락 시절인 1762년과 1763년 수사학과 법학 강의 자료, 1763년과 1764년 법학 강의 수강생이 남긴 노트 등을 토대로 부족한 부문을 채워 나갔다. 이를 통해 마침내 ‘도덕감정론’과 ‘국부론’ 두 저작이 그의 인간 중심 과학의 프로젝트로 연결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스미스는 허치슨과 흄의 영향을 받아서 인간의 본성과 역사에 대한 관찰을 바탕으로 진정한 인간 중심 과학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1748년부터 1751년 에든버러에서 강의와 논문을 통해 자신만의 이론을 세워 나갔고, 1751년부터 1764년까지 글래스고대에서 논리학 및 도덕철학 교수로 활동하면서 그것을 발전시켰다.
이를 통해서 자신만의 인간 중심 과학을 창안했다. 그리하여 인간 중심 과학의 첫 번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1759년 ‘도덕감정론’을 저술했다. 그는 책에서 동감 이론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의 도덕적 요구를 충족하고 자신이 속한 세계에서 스스로 편안하게 사는 법을 배우는지 설명했다.
그의 인간 중심 과학의 프로젝트의 두 번째 부분이 바로 ‘국부론’이었다. 각국 정부가 특정 기업에 배타적 특권을 부여하고 높은 관세를 통해 보호무역을 일삼던 중상주의 시대에 바람직한 정부 형태를 고민하며 책을 저술했다.
하지만 프로젝트의 마지막 두 부문인 ‘문학의 모든 갈래와 철학, 시, 수사법의 철학적 역사’와 ‘법과 정부의 이론 및 역사’는 끝내 완성되지 못했다. 1790년 그는 눈을 감았고, 언제나 그렇듯이, 그의 죽음은 언론의 관심을 거의 끌지 못했다.
단순한 삶의 역정이나 이력만이 아니라 사상의 배경과 그 변화 과정을 추적한 저자가 경제학자이자 철학자 스미스에게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그의 삶과 철학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지속적인 특징은 겸손일 것이다. 삶의 규모, 야망, 대담함을 통해 그는 인간 본성의 단순하고 눈에 띄지 않는 특성을 돌아본 겸손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철학을 완성했다. … 신중한 시민에게 새 하늘과 새 땅을 창조해 천년 왕국을 세우려는 시도보다 삶과 사회의 문제들에서 작고 점진적인 변화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가르치는 기질이었다.”(424쪽)
요컨대, 책은 강인하고 야심 찬 젊은 철학자에 관한 이야기이자, 자신을 형성한 지적 세계를 어떻게 만났고 그것을 어떻게 창조적으로 발전시켰는지에 관한 사상의 이력서다. ‘경제학의 아버지’,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이점만 주장한 차가운 경제학자의 모습을 넘어서 도덕과 효율, 정의와 시장이 함께 약동하는 것을 고민한 지식인이자 다채로운 인간을 볼 수 있을지도.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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