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적인 폐허’ 40곳을 통해 본 인간의 오만과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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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화려한 영광을 누렸으나 이제는 누구도 찾지 않는 장소가 된 폐허들을 찾아 그 의미를 되새기는 책이 나왔다.
'사라져 가는 장소들의 지도'.
'별난 장소들의 지도' 등을 집필한 이색 명소 전문가 트래비스 엘버러가 쓴 '지도로 보는 인류의 흑역사'다.
한때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관광지였지만, 지금은 시간의 무게에 잠식된 장소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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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보는 인류의 흑역사/트래비스 엘버러/성소희 옮김/한겨레출판/2만3000원
한때 화려한 영광을 누렸으나 이제는 누구도 찾지 않는 장소가 된 폐허들을 찾아 그 의미를 되새기는 책이 나왔다. ‘사라져 가는 장소들의 지도’. ‘별난 장소들의 지도’ 등을 집필한 이색 명소 전문가 트래비스 엘버러가 쓴 ‘지도로 보는 인류의 흑역사’다. 저자는 전 세계에 흩어진 ‘세상에서 가장 불가사의하고 매혹적인 폐허’ 40곳을 통해 파국을 피하지 못한 역사의 유산과 잔재를 들여다본다.
한때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관광지였지만, 지금은 시간의 무게에 잠식된 장소들도 있다. 미국 서부의 샌타클로스 마을은 크리스마스를 강조한 휴양지로 1950년대에 크게 번성했지만 시카고와 로스앤젤레스를 연결하던 66번 국도가 폐쇄되면서 마을도 함께 몰락했다.
과거 눈부신 번영의 상징이었지만 지금은 쇠락한 곳들도 있다. 소금사막으로 유명한 볼리비아의 우유니 근처에 있는 ‘열차들의 무덤’이 대표적이다. 초석 등의 천연자원을 운송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철도는 인공 질산염의 등장으로 수요가 사라졌고 기차 폐기장이 생겼다.
차별과 혐오 등 시대의 어둠을 증언하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도 펼쳐진다. 우간다의 아캄펜섬은 결혼 전에 임신한 여성이 유배돼 굶어 죽는 장소였다. 지참금이라는 가족의 수입을 빼앗은 데다가 먹여 살릴 입을 늘린 ‘죄인’이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젊은 여성들을 ‘사라지게’ 만들었던 아캄펜섬은 분요니호수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사라질 운명이다.
이런 폐허들을 두고 많은 이들은 아무 쓸모도 없다고 여기지만, 사실 폐허에는 ‘쓸모 있는’ 교훈이 가득하다. 어리석음과 오만, 차별과 편견 등 인류가 저지른 수많은 흑역사가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을 버림받고, 소외되고, 사람이 살지 않고, 사람이 살 수 없는 장소들의 지명 사전이라고 자평하며 “버려진 장소는 다가올 세상을, 잔해에서 구할 가치가 있는 것들을 더 오래 열심히 생각해 보라고 격려한다”(13쪽)고 말한다.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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