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개념 재정립… 여성사 패러다임을 바꾸다
성별 구분 넘어 역사 분석 도구로
性 차이 주목하면 평등 가치 훼손
‘시어즈 소송’ 女 일반화 대표 사례
“평등·차이 간 양자택일 불가능
개인·집단 차이 인정, 정치 역할”
‘젠더(gender)’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논쟁적인 단어 중 하나다. 생물학적 성(性)과 대비해 ‘사회적 성’이라는 의미로, 1995년 북경 제4차 여성대회 정부기구 회의에서 섹스(sex) 대신 사용하기로 했다. 섹스가 남녀 차별적인 의미를 지닌 반면, 젠더는 남녀의 대등한 관계를 내포하며, 평등에서도 모든 사회적 동등함을 실현시켜야 한다는 의미가 함축돼 있어서다. 그러나 취지와 달리 최근 청년층의 젠더 갈등이 심화하면서 젠더는 대립과 갈등의 상징처럼 그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미국 평등고용기회위원회(EEOC·평등위)는 1978년 유통 대기업 시어즈 로벅 앤드 컴퍼니가 고임금인 위탁 판매업자 채용 시 여성을 차별하고, 여성 직원에 대한 승진 차별, 임금 차별을 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시어즈 측 변호인단은 여성이 남성과 달라 위탁 판매업에 관심이 없다고 주장했다. 성별 간 ‘근본적 차이’가 노동력 배치의 성별 불균형을 가져왔다는 ‘차이론’을 내세운 것이다. 반면 평등위는 여성과 남성이 상반된 습성이나 관심을 갖고 있다고 규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으며, 여성도 더 높은 지위, 위험 부담이 큰 업무를 선택할 수 있음에도 여성을 하나의 범주로 일반화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적인 정치·사회 분위기 속에 평등위는 성 차별 경험을 증언해 줄 증인을 찾지 못했다.
그렇다면 성 차이를 인정하면서 평등을 주장할 수 있을까. 저자는 평등과 차이를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을 거부하고 개인과 집단의 정체성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며, 이처럼 어렵고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해결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고 강조한다. 젠더 갈등을 되레 선거 전략으로 이용하는 우리나라 정치권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다.
김수미 선임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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