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사별·이민… 22명의 작가가 겪은 고독에 대한 고백

정진수 2023. 6. 9.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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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인생을 살며 오롯이 혼자가 되는 경험을 한다.

새롭고 낯선 공간에 들어섰을 때,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 가운데 놓였을 때, 자주 만나는 사이지만 거리감이 좁혀지지 않는 인간관계를 대할 때, 심지어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에서도 우리는 종종 혼자라는 외로움을 느낀다.

일견 외로움과 연결되지 않을 것 같은 일도 개인적인 불안감이 자극되거나, 처절한 극복 과정을 거치며 고독과 손을 잡기도 한다.

때로는 고독에 풍덩 빠지기도 하고 때로는 강하게 저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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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론/줌파 라히리 외 21명/나탈리 이브 개럿 편집/혜다/1만6800원

누구나 인생을 살며 오롯이 혼자가 되는 경험을 한다. 새롭고 낯선 공간에 들어섰을 때,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 가운데 놓였을 때, 자주 만나는 사이지만 거리감이 좁혀지지 않는 인간관계를 대할 때, 심지어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에서도 우리는 종종 혼자라는 외로움을 느낀다.

질병, 상실, 이별, 성별, 성적 취향, 중독, 이민, 불안감 등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외로움 자극 요인도 있지만, 외로움의 원인은 너무나도 다양하다. 때로는 그저 골목 어귀를 돌다가 문득 마주쳐, 빠져나올 수 없는 늪처럼 깊이 침잠하기도 한다.
줌파 라히리 외 21명/나탈리 이브 개럿 편집/혜다/1만6800원
신간 ‘얼론’은 에이미 션, 줌파 라히리, 제스민 워드 등 22명의 작가가 각자 겪은 고독의 순간에 대한 고백이다. 이들은 저마다 개성을 담은 필력과 적절한 비유로 자신에게 다가왔던 외로움에 대해 편안하게 풀어놓는다.

만성 질환으로 병원에서 홀로 지내며 지독한 외로움을 겪기도 하고(이마니 페리), 평생 함께할 미래를 꿈꾸었던 복중 태아를 잃고 깊은 상실감에 좌절하기도 하고(에이자 게이블), ‘이민자’로서 낯선 환경을 겪고 적응하며 허전함을 느끼기도(진 곽) 한다.

일견 외로움과 연결되지 않을 것 같은 일도 개인적인 불안감이 자극되거나, 처절한 극복 과정을 거치며 고독과 손을 잡기도 한다. 제프리 레너드 앨런은 너무 소중한 존재인 어머니를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전전긍긍했고, ‘동일체’로 느꼈던 어머니가 타인과 같은 발언을 하자 실망하며 괴로워했다. 또 앤서니 도어는 인터넷 중독에 빠진 또 다른 자아와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고독을 마주하기도 했다.

고독을 대하는 이들의 방식은 다양하다. 때로는 고독에 풍덩 빠지기도 하고 때로는 강하게 저항한다. 운 좋으면 고독의 ‘열매’로 잊었던 혹은 몰랐던 자아를 발견하기도 한다.

이런 외로운 경험의 공유는 ‘고독’이라는 것이 나만이 가진 불치병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작은 위안이다. 다만 에이자 게이블의 말처럼 같은 감정을 느끼는 ‘동지’를 발견했다고 해서 나의 외로움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책은 ‘외로움 극복’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극복하기보다는 그 실체를 알고, 마주하고, 내려놓는 과정이다. 인간의 근원적 불안감과 연결된 이 감정은 종양을 떼어 내듯 이별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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