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속문해력] 수어로 배울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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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교육 통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등학생 한 명이 한 해 동안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 네 권에도 못 미친다고 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농인들이 학교 교육에서조차 수어를 제1 언어 교육으로서 학습하지 못한 채 한국어 교육을 강요당해 왔다.
그러나 한국수어를 진정한 농인의 공용어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장애 발생 초기부터 농학교 교육에서 체계적이면서 전면적으로 한국수어를 습득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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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교육 통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등학생 한 명이 한 해 동안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 네 권에도 못 미친다고 한다. 다양한 독서 경험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자연스럽게 증진한다. 입시 준비에 겨를이 없는 팍팍한 생활 속 청소년의 빈약한 독서량은 문해력 증진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한다.
이렇게 책을 읽을 여유가 없는 청소년이 있는가 하면, 언어적 장벽에 막혀 쉽게 책을 가까이하지 못하는 국민이 있다. 바로 한국수어를 사용하는 농인(聾人)이다. 교육을 받는 과정에서 한국어를 필수적으로 습득하지만 농인에게 한국어는 제2 언어일 뿐이다. 그러므로 한국어로 된 다양한 텍스트를 이해하는 문해력은 청인(聽人)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문해력 테스트에서도 농인의 언어 문화적 특성이 거의 반영되지 않고 청인과 동일한 조건으로 임하다 보니 결과는 더욱 불리해진다. 낮은 한국어 문해력은 일상생활의 불편을 줄 뿐 아니라 교육 현장과 직업 활동에서 불이익을 초래한다. 그러므로 농인에게 사회 진출의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문해력 문제가 해결되어야만 한다.
그렇다면 농인들의 문해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농인의 제1 언어인 수어를 인정하고 한국어 교육이 농인의 언어적 특성을 기반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농인들이 학교 교육에서조차 수어를 제1 언어 교육으로서 학습하지 못한 채 한국어 교육을 강요당해 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2022년 개정 특수교육 교육과정에서 ‘수어’와 ‘농인의 생활과 문화’ 일부 과목을 초·중·고등학교에서 배울 수 있도록 개정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수어를 진정한 농인의 공용어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장애 발생 초기부터 농학교 교육에서 체계적이면서 전면적으로 한국수어를 습득할 수 있어야 한다.
몇 년 전 국가인권위원회는 법원이 소송 과정에서 수어 통역 지원을 신청한 장애인에게 비용을 부담하도록 한 것은 장애인 차별이라고 결정하였다. 관공서에서 국어를 사용하는 데 비용을 부담하라 하면 이에 동의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결정은 한국수어가 국어와 동등한 언어라고 명시된 법적 근거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수어가 실질적인 우리나라의 공용어로서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인식 변화와 효율적인 법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최혜원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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