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문화] 한강도 음악으로 멋지게 탄생할 수 있을까?

2023. 6. 9.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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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도나우’
체코 스메타나의 교향시 ‘블타바’
강물 묘사를 넘어 조국애 담아내
한강도 자부심 일으킬 음악 절실

한강이 사랑받는 계절이 돌아왔다. 더워지는 날씨에 한강은 서울시민들에게 더욱 특별한 공간이 된다. 도심 속 한강에서 보내는 시간 그 자체가 특별한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먼 과거의 작곡가들에게도 흐르는 강은 특별한 존재였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도시들은 강을 하나씩 끼고 있는데, 그 도시에 거주하는 작곡가들에게 강은 단순한 자연물이 아니라 영감을 샘솟게 하는 원천이었다. 수많은 작곡가가 강을 바라보며, 머릿속에 음악을 떠올렸다. 강이 흐르는 모습을 직접적으로 묘사하기도 하고, 강을 배경으로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허명현 음악 칼럼니스트
우선 중부 유럽 최대의 강인 라인강이 있다. 라인강은 스위스, 독일, 네덜란드를 경유한다. 독일 작곡가 로베르트 슈만은 이 라인강을 굉장히 자랑스러워했는데, 그는 독일의 상징인 라인강을 바라보며, 독일의 작곡가로서 자신이 해야 할 책임까지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라인강 근처의 도시인 뒤셀도르프의 오케스트라 음악 감독으로 부임하고, 라인강에 관한 음악을 작곡한다. 바로 교향곡 3번 ‘라인’이다. 작품의 2악장을 들어 보면 라인강이 흐르는 모습을 어떻게 음악으로 형상화했는지 알 수 있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로 유명한 도나우강도 있다. 유럽에서 두 번째로 긴 강이다. 작품의 작곡 배경은 1866년 오스트리아와 프로이센의 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 패배한 오스트리아 국민은 크게 낙담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왈츠의 왕 요한 슈트라우스 2세가 음악을 작곡한다. 이때 작곡된 음악이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다. 작품 덕분에 우울했던 국민은 힘을 얻고 위로를 받았다. 클래식 애호가들은 베토벤이나 모차르트를 요한 슈트라우스 2세보다 더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지만, 오스트리아에서는 요한 슈트라우스 2세도 그들 못지않은 대접을 받고 있다. 지금은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가 오스트리아의 두 번째 국가처럼 나라를 상징하는 음악이 되었는데, 매년 빈 필 신년음악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할 정도다.

그다음으로 블타바강을 배경으로 한 멋진 음악도 있다. 바로 체코의 작곡가 베드르지흐 스메타나가 작곡한 ‘나의 조국’이다. ‘나의 조국’은 여섯 곡으로 이루어진 연작 교향시인데, 그중 두 번째 음악이 ‘블타바’다. 현악기의 유려한 연주로 블타바강이 흐르는 모습을 직접 묘사하며 작품이 시작된다. 온화한 강물의 흐름부터 급류의 격렬함까지 다양한 모습이 음악에 담겨 있다. 또 강물은 폴카 리듬이 들리는 들판, 사냥이 벌어지는 숲을 흘러가고, 체코 전설에 나오는 물의 요정까지 만난다. 조국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작품이 명작의 반열에 오른 이유도 단순한 강물에 대한 묘사를 넘어 뜨거운 조국애까지 담았기 때문이다.

아시아로 건너와, 중국만 하더라도 황하강을 배경으로 한 ‘황하 협주곡’이 있다. 작품의 수준에 대해서는 그 평가가 유보되고 있지만, 중국의 민요들에서 차용한 구절이나 그들의 역사를 떠올리게 할 만한 노래는 자국민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중국의 피아니스트 랑랑이 녹음한 음반은 세계 최고의 레이블인 도이치그라모폰에서 발매되기까지 했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 한강을 배경으로 작곡된 작품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은 아쉽다. 한강은 세계의 어떤 강보다도 아름답다. 게다가 한강처럼 폭이 큰 강이 도시를 관통하는 경우도 드물다. 여기에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와 맞물려, 한강은 어느 강보다 현대적이고, 세련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또 우리나라의 급격한 경제 발전을 일컬어 ‘한강의 기적’이라고 부르는 점에서도 한강이 얼마나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졌는지 알 수 있다. 언젠가 한강을 배경으로 한 음악이 탄생해, 한국인들 마음 한편에 자부심을 불어넣어 주길 기다리고 있다.

허명현 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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