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외교부, 싱하이밍 ‘베팅’ 발언 논란에 “한중 위기는 한국 탓”

논란 확산에 ‘중국 대사 감싸기’ 나서
“중국 우려 소개하는 것은 대사 직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8일 저녁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만나고 있다. 2023.6.8 [국회사진기자단]

한국 정부의 정책 방향을 질타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베팅 발언’ 논란이 확산하자 중국이 ‘자국 대사 감싸기’에 나섰다. 중국은 한·중 관계가 지금과 같은 위기에 빠진 데는 한국의 탓이 크다며 오히려 한국 정부에 책임을 전가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9일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 중·한 관계는 어려움과 도전에 직면해 있지만 그 책임은 중국에 있지 않다”며 “싱하이밍 대사는 한국 정부, 정당, 각계각층과 폭넓은 접촉을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양국 관계와 공동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중국의 입장과 우려를 소개하는 것은 싱하이밍 대사의 직무 범위 안에 있다”고 덧붙였다.

왕 대변인은 또 “당사자들이 상황을 정확히 받아들이고 어떻게 중·한 관계의 안정과 발전을 실현할지에 초점을 맞추길 바란다”며 “한국은 문제를 깊이 인식하고 진지하게 받아들여 중국 측과 중·한 관계의 건전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싱 대사는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한·중 관계를 논의하던 중 윤석열 정부의 외교 정책과 노선을 비판했다. 당시 싱 대사가 한국 정부를 비판하기 위해 꺼내든 원고 분량은 A4 용지 5장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싱 대사는 “미국이 전력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일부는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데 베팅을 하고 있다”며 “이는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자 역사의 흐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현재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한 논란이 확산하자 장호진 외교부 제1차관은 이날 오전 싱 대사를 청사로 불러들여 한국의 정치 개입을 문제 삼으며 엄중 경고했다. 장 차관은 “주한 대사가 다수의 언론 매체 앞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우리 정부를 비판한 것은 외교사절의 우호 관계 증진 임무를 규정한 ‘비엔나 협약’과 외교 관례에 어긋난다”며 “국내 정치에 개입하는 것은 내정간섭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