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도 경쟁 붙이자는 ‘윤석열표 뇌피셜 복지’의 오작동
창립 22주년을 맞은 ‘비판과 대안을 위한 사회복지학회’의 춘계학술대회가 열린 9일 상명대 서울캠퍼스 밀레홀. 당초 일정에 없던 긴급 좌담회가 1주일 전 특별 세션으로 긴급하게 추가됐다.
이는 앞서 지난달 3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사회보장 전략회의’에 대한 대응 차원이었다. 현 정부 출범 1년 만에 나온 이날 대통령의 발언과 대통령실 및 보건복지부에서 나온 보도자료는 윤석열 정부의 복지국가 비전과 전략을 구체화했다.
학회장을 맡은 홍영준 상명대 교수(가족복지학)는 <한겨레>에 긴급 좌담회를 연 배경에 “1년 만에 나온 윤 정부의 복지정책 기조를 평가하고 진단하는 자리”라면서도 “실패했던 시장화 민영화 프레임을 반복하려는 것에 많은 사회복지학자가 우려하고 있다”며 걱정을 숨기지 않았다. 실제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교수들은 윤 정부의 이른바 ‘약자복지와 서비스복지 중심의 지속가능한 복지국가’ 비전과 그 실천 전략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진보적 성향의 학자들로 구성된 학회임을 고려하더라도 비판의 강도가 셌다.
토론자로 참석한 남찬섭 동아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전체적으로 5·31 사회보장전략회의는 경제부처의 재정 논리에 강하게 지배된 것으로 보인다”며 “재정적 지속 가능성에 부담을 주지 않게끔 복지를 제약하고 그 범위를 넘어서는 복지 수요에 대해서는 시장화 전략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윤 대통령이 사회보장전략회의에서 한 A4 용지 2쪽 분량 말 가운데 대통령의 철학을 대표하는 자유(4)를 포함해 성장(4번), 시장(11번), 경쟁(11번), 재정(3번) 등의 단어가 빈번하게 등장했다. 이는 현 정부가 복지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고스란히 보여준다.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고 경쟁의 탈락자를 보듬는 복지가 더 잘 작동할 수 있도록 시장과 경쟁의 요소를 강화하겠다는 역설처럼 들렸다.
이에 김형용 동국대 교수(사회복지학)는 토론문을 통해 “대통령이 회의 안건이나 자료에 없는 내용을 그야말로 ‘뇌피셜’로 장황하게 이야기하다 보니 자리에 앉아 있는 정책과 복지 전문가들에게 황당하게 들릴 법한 복지에 대한 인식과 사실 오류가 넘쳐났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효율적 복지 재원의 분배 방법론으로 시장화만 강조한 채 정작 중요한 어느 정도의 규모로 누구에게 분배하겠다는 건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가 밝힌 사회서비스 전략은 ‘사회서비스 혁신을 통한 복지, 돌봄 서비스 고도화’를 구체화한 모양새다. 김아래미 서울여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사회서비스의 시장화가 경쟁을 통한 서비스 품질의 고도화를 보장하지 않는다”며 “지난 15년 동안 시장화를 적극적으로 확대해왔지만 시장화의 실패 사례만을 경험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준시장화 방식을 적용한 사회서비스 바우처제도와 시장화 방식을 적용한 장기요양체계는 서비스 제공 기관의 수는 늘렸지만 결과는 낮은 서비스 질과 기관의 영세성, 종사자의 열악한 처우, 기관의 잦은 개폐로 인한 서비스 불안정 등이 주를 이룬다고 덧붙였다. 또한 사회서비스 수요 실태조사를 인용해 서비스의 시장화가 아니라 공공서비스의 확대를 원하는 국민의 의견을 전했다.
‘현금 복지’를 ‘선별 복지’와 ‘약자 복지’로 한정해야 한다고 강조한 현 정부의 인식도 문제로 지적됐다. 양난주 대구대 교수(사회복지학)는 “복지국가에서 사회서비스 확대의 중요성을 ‘현금 복지’와 ‘서비스 복지’를 대립시켜 비교하고 현금 복지가 과잉인 것처럼 현실을 호도한 것은 심각한 왜곡”이라며 복지 재정을 기준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는 서비스에 견줘 현금성 복지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평균 공적사회지출 가운데 노령연금 비중이 37%가 넘지만 우리나라는 26.1%를 지출한다. 반면 보건서비스의 경우 그 비중이 오이시디 평균 28.1%인데 우리나라는 40.8%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현금성 복지가 넘쳐서 문제가 아니라 이미 인색한 나라임을 보여준다.
류이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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