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중국대사 내정간섭”…야당 “정부 혼자 중국과 싸우나”

정대연·조문희 기자 2023. 6. 9.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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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 ‘베팅’ 발언 강경 대응…김기현은 싱 대사 만찬 보이콧
이재명 대표는 “경제·안보 문제 등 할 얘기는 충분히 했다” 반박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정부와 여당은 9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전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윤석열 정부 대중 외교를 비판한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싱 대사와 이 대표에 대해 각각 “내정간섭” “사대주의”라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은 “미국조차 중국과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데, 윤석열 정부 혼자 중국과 싸우려는 것인가”라고 반박했다. 싱 대사는 전날 이 대표에게 “일각에선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데 베팅을 하고 있다. 이는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라며 “단언할 수 있는 것은 현재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이 반드시 후회한다는 점”이라고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전국위원회에서 “명백한 내정간섭일뿐더러 외교적으로도 심각한 결례”라며 “싱 대사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 대표는 싱 대사의 무례한 발언을 제지하고 항의하기는커녕 도리어 교지를 받들 듯 15분 동안 고분고분 듣고만 있었다”며 “민주당이 대한민국 국익을 지키는 정당인지, 아니면 중국의 꼭두각시인지 의심케 한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싱 대사의 만찬 초청에도 응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표실 관계자는 이날 “김 대표가 전날 이 대표와 싱 대사의 만찬 회동 내용을 담은 기사를 본 뒤 만찬 거절 의사를 전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 측은 앞서 지난 7일 주한 중국대사관으로부터 만찬 초청 연락을 받았다. 싱 대사 측이 이 대표와 싱 대사의 만찬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뒤 김 대표 측에 연락한 것이어서 뒷말을 낳았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청나라 앞에 굴복했던 삼전도의 굴욕마저 떠올리게 할 정도”라며 “외교마저 정쟁에 이용하고 중국에 대해 사대주의적 태도로 일관하며 대한민국의 위상과 국민 얼굴에 먹칠을 한 야당 대표를 보며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외교부 경제안보외교센터 개소 1주년 기념 포럼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외교 관례라는 게 있고 대사의 역할은 우호를 증진하는 것이지 오해를 확산하면 안 된다. 도를 넘었다”고 비판했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 외교·안보·통일분야 평가와 과제’를 주제로 열린 4개 국책연구기관 주관 공동학술회의 기조연설에서 “국가 간 관계는 상호존중이 기본이 돼야 한다”고 했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국민의힘의 ‘대중국 굴종 외교’ 비판에 “경제 문제나 안보 문제나 할 얘기는 충분히 했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싱 대사가 한국에 대한) 단체여행(비자 규제)에 대해 형평성 차원에서 조기 해제 조치를 해달라는 것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싱 대사에게 한국에 대한 단체관광 비자 제한을 풀어달라고 요구하는 등 할 말은 했다는 의미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대한민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그래서 역대 정부는 G2(미·중)와의 관계를 늘 조심스럽게 관리해왔다”면서 “대중국 수출 부진에 우리 기업들은 죽을 맛인데 정치적 사안으로 중국을 자극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는 경제적 피해를 초래하면서까지 왜 중국과 불편한 관계를 자처하는지 이유를 밝히라”고도 했다.

실제 싱 대사는 전날 면담에서 “미국도 말로는 중국을 비판하지만 물밑에서는 경제교류나 회담을 통해 실익을 챙기고 있는데 한국 정부가 안타깝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민주당 관계자는 전했다.

정대연·조문희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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