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정관에서 ‘정보통신 전문성’ 삭제…‘낙하산 대표’ 수순
표면적으론 “적임자 추천에 걸림돌”…여권 추천 인사 입성에 악용 소지
공시된 사외이사 후보에 대통령 직속 위원회 출신 윤종수 전 차관 포함
KT가 법인의 근본 규칙인 정관에 명시된 대표이사 자격 요건에서 ‘정보통신 전문성’ 항목을 뺐다. 표면적으로는 본업인 정보통신을 넘어 다양한 산업과의 이종교배가 필요하다는 논리지만 여권이 추천하는 ‘낙하산 인사’를 대표로 임명하기 위한 수순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KT는 8일 대표 자격 요건에서 정보통신 전문성을 뺀 지배구조 개선안(정관 개정안)을 발표했다. 현행 KT 정관에는 ‘정보통신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평가할 수 있는 요소’를 대표 자격으로 적시하고 있는데 이 부분을 삭제하고 ‘산업 전문성’이라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대체했다.
정관 개정을 주도한 ‘뉴 거버넌스 구축 태스크포스(TF)’는 KT 주요 사업인 정보통신이 다양한 산업과 융합하는 추세라는 점을 들어 해당 조항이 적임자 추천에 걸림돌이 된다고 결론 내렸다고 한다. KT가 인공지능(AI)과 디지털전환(DX)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작금의 상황을 반영한 결과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정관 개정은 여권 추천 인사의 KT 입성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 앞서 벌어진 차기 대표 선출 레이스에서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 등이 정보통신 분야 전문성이 없다는 이유로 후보 압축 과정에서 배제됐는데 이 같은 경우를 의식한 개정 아니냐는 해석이다.
또 KT는 차기 대표 선출을 기존 주주총회 출석 주주 ‘50% 이상’에서 ‘60% 이상’의 찬성으로 통과시키기로 했다. 연임 후보의 경우에는 의결 참여 주식 3분의 2 이상의 특별결의를 거쳐야만 대표가 될 수 있다.
명목상으로는 주요 주주와 외국인 주주, 소액주주 등 다양한 이해관계를 담아낼 역량과 리더십을 갖춘 대표 선임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TF는 구현모 전 대표와 윤경림 전 사장이 후보직에서 중도 사퇴한 만큼 차기 대표는 강력한 리더십 확보를 위해 높은 수준의 주주 동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대표 선출 과정에서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과 각각 2·3대 주주인 현대자동차그룹과 신한은행의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미 국민연금이 구 전 대표 연임에 반대한 전력이 있다는 점에서 민간기업을 상대로 한 관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 밖에 대표 후보군 관리와 심사 공정성 확보를 명목으로 기존 이사회 산하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통합해 이사후보추천위원회로 변경한 뒤 전원 사외이사로 채우기로 했다. 전·현직 KT 임원들 중심으로 유력 대표 후보가 거론되는 ‘내부 카르텔’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다.
이날 KT는 7명의 사외이사 후보 명단도 공시했다. 신규 사외이사에는 곽우영 전 현대자동차 차량IT개발센터장,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안영균 전 삼일회계법인 대표, 윤종수 전 환경부 차관, 이승훈 KCGI 글로벌 부문 대표 파트너, 조승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최양희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선임됐다.
이 중에서 윤 전 차관은 이명박 정부, 최 전 장관은 박근혜 정부에서 각각 정부 부처 고위직을 지냈다. 윤 전 차관은 윤석열 정부에서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김 교수는 민관 합동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 위원으로 몸담고 있다. 곽 전 센터장은 KT 2대 주주인 현대차 출신이다. 이 대표 파트너는 KT 경쟁사인 SK텔레콤에서 인수·합병(M&A) 담당 전무로 활동한 점이 눈에 띈다.
이번 정관 개정안과 사외이사 선임안은 오는 30일 열리는 주총 안건으로 상정돼 표결에 부쳐진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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