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경계현 사장 "삼성전자, 실패할 자유 보장된 곳"

동효정 기자 2023. 6. 9.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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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기술인재 확보 총력전
유연한 조직문화·개인의 행복 등 강조
[서울=뉴시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 사장이 연세대학교에서 '꿈과 행복의 삼성반도체: 지속가능한 미래'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독자제공) 2023.06.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동효정 기자 = "스스로 주인공으로서 결정할 수 있고 실패할 자유가 보장되는 '심리적 안전감'이 삼성 반도체의 문화다."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 사장이 반도체 인재 발굴을 위해 9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를 찾았다. 경 사장은 학생들에게 꿈 실현을 위한 '만시간의 법칙'과 삼성의 유연한 조직문화 등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오후 3시26분 베이지색 정장을 입고 연세대에 도착했다. 강연 준비를 위해 대기실로 향하던 경 사장은 어떤 내용을 준비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들어보시면 안다"고 웃으며 기대감을 높였다.

이날 강의는 학생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재료과학, 반도체소자 등의 학부생과 관련 연구실 소속 대학원생들이 경 사장의 강의를 듣기 위해 찾았고 학생증을 통한 신분 확인 후 강의실에 입장했다.

강의 시작 5분 전 약 3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제3공학관 C040이 꽉 차자 연대 측은 급하게 영상 설비를 연결해 타 강의실을 빌려 학생들이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했다. 강연에는 500명 이상의 학생들이 몰렸다.

경 사장은 '꿈과 행복의 삼성반도체: 지속가능한 미래'라는 주제로 삼성전자와 반도체 사업에 대해 소개했다. 이는 지난달 초 진행한 카이스트 강연과 같은 주제다.

우수한 인재들에게 삼성전자 DS부문을 소개하고 반도체 사업에 관심을 갖게 하고자 기획한 강연으로 경 사장은 젊은 인재 확보를 위한 '유연한 조직문화'에 대해 강조했다.

경 사장은 "반도체 엔지니어들이 스스로 주인공으로서 결정할 수 있고 실패할 자유가 보장되는 '심리적 안전감'이 DS부문의 문화"라며 "이를 바탕으로 행복하게 일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고 회사 경쟁력의 원천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회사보다 개인의 행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 사장은 "우리회사 기준으로 CL3, 과장일때 당시 매출 2020년 몇천억불 비전 같은 걸 보고 '나랑 무슨 상관이지'라는 생각을 했다"면서 "회사가 잘되는 거보다는 회사 임직원이 개개인이 행복을 느끼고 잘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사장이 된 비결로는 만 시간의 법칙, 독서, 실패 등을 꼽았다. 그는 "모르는 분야도 4년 동안 꾸준히 매달리니 되더라"면서 집중과 노력의 시간을 강조했다.

또 "독서는 내가 경험하지 못한 것들 경험하게 하는 힘이 있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찾게된다"면서 "어려운 것, 이상한 것도 많이 해보면서 실패를 겪었고 좋은 상사를 만난 행운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경계현 사장의 '꿈과 행복의 삼성반도체: 지속가능한 미래'라는 주제 강연을 듣기 위해 몰린 연세대학교 학생들. (사진=동효정 기자) 2023.06.09. vivid@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챗GPT 등 인공지능(AI) 등의 성장성과 활용 방안에 대해서도 강조하며 삼성에서도 내년부터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경 사장은 "챗GPT 사용에 대한 논란이 있으나 난 써야된다고 본다"면서 "6년차 엔지니어가 60분 걸려서 코드를 짠다면 챗GPT는 10분 만에 코드 짜고 검증까지 마친다. 내년부터는 (삼성에서도) 어떤 방식으로도 쓸 수 있게 하려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본격적인 초거대 AI(인공지능) 개발에 착수했다. 외부 AI에 의존하지 않고 보안 문제가 없는 자체 AI를 개발해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은 챗GPT를 도입했다가 지난 4월 내부 정보 유출 문제가 불거지자 사내PC를 통한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 사용을 일시적으로 금지한 상태다.

삼성이 경쟁사 TSMC 고객들을 가져오기 위한 전략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경 사장은 파운드리 사업을 호텔업에 비유하며 "우리 고객을 뺏기지 않으면서 그 고객을 가져와야 한다"면서 "호텔에 갈 때 지어지기도 전에 돈 내고 가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공간을 먼저 만들고 다양한 고객들에 맞춰 여러가지 서비스나 시설을 구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태까지는 (삼성이) 방도 적고 서비스도 부족했다"면서 "그걸 뒤집어보면 좋은 방을 만들어야 한다고 배웠고 파운드리 사업을 하려면 IP 디자인서비스 등의 서비스 정책들이 필요한데 이런 것들을 보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가 돈을 많이 줘야 하지만 다양한 IP 밴더들과의 빅딜 통해 IP를 많이 확충했다"면서 "3나노, 2나노 개발 속도도 높여가고 있고 디자인 서비스 확대를 위해 여러 서비스도 구축했다"고 밝혔다.

경 사장은 "고객들이 (삼성에게) 느끼는 장점인 메모리 등을 키워나가면서 패키지로 메모리를 묶어주는 비즈니스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금요일 늦은 오후, 당초 예정된 강연 시간인 80분보다 15분가량 늘어난 시간에도 학생들은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이원준 산업공학과 통합석박과정 학생은 "인공지능(AI)에 대해서 강조하고 '꿈을 위해 이것저것 시도해보며 실패를 설계하라'는 등의 내용이 인상적이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vivi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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