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 없는 갓생, 어쩌면 가능할지도[책과 삶]

최민지 기자 2023. 6. 9. 20:5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
황선우·김혼비 지음
문학동네 | 220쪽 | 1만5000원

2023년 MZ세대의 시대정신은 ‘갓생’이라는 단어로 잘 요약된다. 갓생은 신을 뜻하는 ‘갓’(God)에 ‘인생을 합친 단어로, 타인에게 모범이 될 만한 성실하고 생산적이며 계획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일컫는다. 동 트기 전 일어나 운동이나 공부를 하고, 일이나 연애·결혼 같은 ‘과제’를 잘 처리하는 사람들은 ‘갓생러’라 불리며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이런 흐름은 2010년대 일명 ‘퇴사 후 세계여행’, ‘힐링’ 에세이가 서점가를 장악한 데 대한 반작용으로도 읽힌다.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는 제목부터 시대정신을 거스르는 것처럼 보인다. 유동성 잔치가 끝나고 모두가 갓생을 외치는 엄혹한 시대에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니?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를 쓴 황선우와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의 김혼비가 약 1년간 주고받은 편지를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로 시작된 문학동네 서간에세이 시리즈 ‘총총’의 맥을 잇는 작품이다.

서로 작가로서 응원했지만 특별히 친분은 없었던 ‘어색한 사이’의 두 사람은 서로 ‘~씨’라 부르며 조금씩 마음속 담벼락을 낮춰나간다. 몇 통의 편지가 오가고 서로에 대한 마음이 깊어질 무렵 김혼비는 자신이 번아웃을 겪고 있음을 고백한다. 번아웃 경험이 있는 황선우는 ‘젖은 미역 같은 시절을 잘 보내는 법’을 꾹꾹 눌러담아 답장을 보낸다.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는 힐링도 갓생도 아닌 제3의 방법을 말한다. 특유의 유머와 통찰이 가득한 두 사람의 편지를 다 읽고 나면 ‘최선을 다하지만 죽을 만큼 최선을 다하지는 않는 것’을 실현하는 방법을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