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불이 났어요”…가장 소중한 1개만 갖고 나올 수 있다면 뭘 선택할까[그림책]

하나만 구할 수 있다면
린다 수 박 글·로버트 세-헹 그림·황유원 옮김
웅진주니어 | 72쪽 | 1만3000원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숙제를 낸다. 문제 풀기 같은 지루한 숙제는 아니고, 친구들과 토론할 수 있게 생각을 해오라는 숙제다. 생각할 거리는 다음과 같다. “집에 갑자기 불이 났다고 상상해 볼까? 집에서 갖고 나올 수 있는 건 단 하나뿐이야.”
가족이나 반려동물은 안전하니 제외한다. 그랜드피아노같이 큰 것도 상관없다. 아이들은 자기들에게 가장 소중한 단 하나가 무엇인지 생각해오면 된다.
아이들의 답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성인 독자의 분류로 따지면 실용적인 것과 비실용적인 것. 전자로는 아빠 지갑, 노트북 컴퓨터, 엄마의 당뇨병 약 등이 있다. 불이 나서 집이 탄다면 돈이 많이 필요하니 아빠 지갑이 있어야 하고, “뇌 하나를 더 가진 거나 마찬가지”인 노트북을 챙기는 것도 좋다. 너무 바쁜 엄마가 잊어버릴 수 있으니 당뇨병 약을 대신 챙기겠다는 아이도 갸륵하다.

물론 더 흥미로운 대답은 비실용적인 것 쪽이다. 한 아이는 탁한 파란색에 소매가 축 늘어진 스웨터를 말한다. 할머니가 아빠에게 만들어줬고, 또 다른 할머니가 오랜 스웨터 실을 풀어 아이를 위해 새로 짜주었다. 아이는 “그걸 입고 있을 때면 두 할머니와 아빠가 저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듯한 기분”이 든다고 말한다. 엄마가 침대 옆 탁자에 둔 상자를 택한 아이도 있다. 그 안에는 작은 갈색 머리카락 뭉치와 작은 손톱 몇 개가 들어있다. 심장에 문제가 있어 오래전 죽은 동생의 것이다. 매일 창문에 붙어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길 기다린 개 프린스가 남긴 목줄을 택한 아이도 있다. 가장 슬픈 건 “불이 나면 그냥 빈손으로 걸어나갈 거”라는 답이다. 아이는 “소중한 게 아무것도 없거든”이라고 설명한다.
아이들의 설명을 들은 선생님은 자신의 선택을 바꾼다. 원래 생활기록부 상자를 들고 나가려 했지만, 식물의 일종인 필로덴드론을 선택할 거라 한다. 이 식물은 선생님의 할머니가 키웠다가 일부를 잘라서 엄마가 키웠고, 다시 그 일부를 잘라 선생님이 키우고 있다.
독자도 저마다 ‘구할 수 있는 단 하나’를 생각해보면 어떨까. 무엇을 고르느냐에 따라 자신도 몰랐던 자신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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