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 축구 대표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마지막엔 웃을 것”

라플라타(아르헨티나)/서유근 특파원 2023. 6. 9.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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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4강전서 이탈리아에 1대2 석패… 12일 이스라엘과 3·4위전
8일(현지시간) 오후 아르헨티나 라플라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4강전 한국과 이탈리아의 전반전 경기에서 이승원이 동점골을 넣고 있다. 2023.6.9/연합뉴스

“아직 우리의 월드컵은 끝나지 않았다. 고개를 들고 다음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내자.”

9일(한국 시각) 아르헨티나 라플라타 우니코 디에고 아르만도 마라도나 경기장. 이탈리아에 1대2로 져 U-20(20세 이하) 월드컵 결승 진출이 좌절되자 주장 이승원(20·강원)은 눈물을 흘리는 동료들을 다독이며 이렇게 말했다. 김은중(44)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1-1로 맞선 후반 41분 시모네 파푼디(17·우디네세)에게 프리킥 결승골을 내주며 결승 문턱에서 아쉬움을 삼켰다. 12일 오전 2시 30분 이스라엘과 3·4위 결정전을 치른다. 앞서 벌어진 4강전에서 이스라엘은 우루과이에 0대1로 졌다.

한국은 이날도 수비를 두껍게 쌓고 역습을 노리는 전략으로 나왔다. 하지만 초반에 한 방을 맞았다. 전반 14분 득점 선두 체사레 카사데이(20·레딩)가 왼쪽 측면에서 낮고 빠르게 굴러온 공을 인사이드킥으로 오른쪽 골문 구석에 꽂아 넣은 것. 이번 대회 그의 7호골이었다. 김 감독은 그럼에도 동요하지 않고 기존 수비형 기습 전술을 유지했다. 전반 18분 기회가 왔다. 배준호(20·대전)가 페널티박스 안에서 상대에게 발을 밟혔고, 바로 앞에 있던 심판이 이를 넘어갔으나 비디오판독(VAR) 끝에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이를 이승원이 골문 왼쪽 상단으로 정확히 차 넣었다. 1-1 동점. 이승원은 6번째 공격포인트(2골 4도움)를 올리며 4년 전 이 대회 골든볼(MVP)을 수상한 이강인(22·마요르카) 기록(2골 4도움)과 동률을 이뤘다.

한국 U-20(20세 이하) 축구 대표팀이 9일 아르헨티나 라플라타 우니코 디에고 아르만도 마라도나 경기장에서 이탈리아와 벌인 U-20 월드컵 4강전에서 1대2로 패한 후 아쉬워하는 가운데, 한국 팬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2019년 대회에 이어 2연속 결승 진출은 실패했지만 한국은 12일 이스라엘과 3·4위 결정전에서 유종의 미를 노린다. /뉴스1

후반 들어선 발기술이 좋은 배준호와 교체로 들어간 이지한(20·프라이부르크)이 부지런히 양쪽 측면을 공략했다. 후반 18분 이지한이 오른쪽에서 낮게 깔려 올린 크로스를 이승원이 논스톱으로 슛했으나 골키퍼 손에 걸렸다. 배준호는 카르미네 눈치아타(56) 이탈리아 감독이 경기 후 “10번 선수(배준호)가 뛰어났다”고 평할 정도로 돋보였다.

지루한 공방 속에 다시 연장전으로 가나 싶은 순간, 165cm 17세 공격수 파푼디가 절묘한 왼발 프리킥으로 승부를 갈랐다. 수비벽 위를 넘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공은 수비벽을 믿고 왼쪽에 치중해 서 있던 골키퍼 김준홍(20·김천 상무)을 얼어붙게 했다. 파푼디는 작년 11월 16세 나이로 이탈리아 성인 대표팀에 데뷔하며 ‘이탈리안 메시’로 불렸으나 감독과 불화로 좀처럼 출전 기회를 못 잡다 이날 후반 37분 교체로 들어와 4분 만에 결정타를 날렸다.

남은 시간 동안 한국은 안간힘을 썼지만 소득은 없었다. 점유율 36대64, 슈팅 7대20, 유효 슈팅 3대9로 수치는 밀렸으나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교묘하고 지저분한 이탈리아 선수들 반칙에 시달리면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반칙은 이탈리아가 26개, 한국이 12개였다.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경기가 끝나고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거나 고개를 떨궜던 선수들은 이내 일어나 응원을 아끼지 않은 수천명 교민을 향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2019년(준우승)에 이어 두 대회 연속 결승 진출 꿈은 사라졌지만 역대 둘째 성적을 거둘 기회는 남았다. U-20 월드컵 4강 3차례 중 준우승(2019년)과 4위(1983년)가 지금까지 실적. 이번에 이스라엘을 꺾으면 3위다.

선수들은 경기 끝나고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마지막에 웃겠다고 단호한 의지를 보였다. “비록 이기진 못했지만, 후회는 없다”며 “남은 한 경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스트라이커 이영준(20·김천상무)은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이 멤버로 치르는 마지막 경기인 만큼 하던 대로 잘 준비해서 꼭 이기고 싶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은 누구보다 팀을 위해 헌신하고 100% 이상을 쏟아냈다”며 “큰 기대를 받지 못하고 대회에 참가해 매우 속상했을 텐데 내색하지 않고 여기까지 왔고, 결국 그라운드에서 본인들의 가치를 증명했다. 모든 것을 쏟아부어준 선수들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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