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압 상승은 ‘위험신호’…증세 다양한 뇌종양, 치료법도 다양

김태훈 기자 2023. 6. 9.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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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력 등 유전적 요인은 5% 미만
형태·크기 비슷한데 증상 없기도
메스꺼움·구토 동반 땐 일단 의심

6월8일은 뇌종양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제정된 ‘세계 뇌종양의날’이다. 뇌종양은 양성과 악성으로 구분되는데 이를 합한 환자 수는 한국에서도 꾸준히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양성 뇌종양 환자 수는 2017년 3만7815명에서 2021년 5만1842명으로 5년 새 37% 증가했고, 악성 뇌종양도 같은 기간 1만1186명에서 1만1945명으로 7% 늘었다. 이 가운데 악성 뇌종양은 성장 속도가 빠르고 ·주위 조직으로의 침투 능력이 강해 치료가 어려운 편이지만, 최근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더욱 안전하면서 좋은 치료 결과가 나오고 있다.

뇌종양은 일반적으로 머리뼈 안에 생긴 모든 종양을 뜻한다. 뇌종양 가운데 뇌를 둘러싸고 있는 수막에 생긴 수막종, 뇌하수체선종, 신경초종 등은 대부분 양성이다. 신경교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교모세포종은 악성으로 분류된다.

양성 뇌종양은 대부분 천천히 자라기 때문에 수술하지 않고 정기적인 추적 검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크기가 커지거나 증상을 일으키면 수술로 완전히 절제해 완치할 수 있다. 악성 뇌종양은 뇌암이라고도 하며 정상 뇌 조직과의 경계가 불분명하므로 치료가 까다롭다. 악성 뇌종양은 종류에 따라 수술적 치료 외에도 방사선·항암치료 등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치료를 시행한다.

뇌종양의 발생 원인은 완전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적인 요소가 관여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데 가족력 등으로 인한 뇌종양은 5% 미만으로 드물다. 정상준 서울아산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과거 방사선 치료를 받은 병력이 있는 경우가 대표적인 환경적인 요소로 알려져 있다”며 “일부 종양에서는 외상이나 바이러스 감염력 등과의 연관성이 알려져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뇌종양은 발생 위치나 크기, 종류 등에 따라 증상이 다양하다. 위치에 따른 뇌의 기능이 모두 다르다 보니 형태와 크기가 비슷하더라도 증상이 전혀 없을 수도 있고, 뇌의 해당 영역이 맡은 기능에 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 운동 기능을 담당하는 영역을 침범하는 경우엔 종양이 성장하면서 점차 한쪽 팔다리에 마비가 진행되는 편마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종양이 언어 기능을 담당하는 중추에 발생하면 실어증이, 뇌피질을 자극하면 뇌전증이 발생할 수 있다. 또 뇌신경을 압박해 시력과 시야 장애를 일으키거나 안면마비 등의 증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종양 주변 부종이 심하거나 뇌척수액의 흐름을 방해할 경우 뇌압이 높아져 메스꺼움과 구토를 동반하는 심한 두통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런 뇌압 상승 증상은 일종의 위험 신호이므로 빠른 진료와 처치가 필요하다.

뇌종양이 의심되면 컴퓨터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해 진단을 내린다. 그 외에 종양 내부나 주위의 혈관 분포를 알아보기 위한 뇌혈관 조영술을 시행하거나, 의심 부위의 대사활동을 확인하기 위한 양성자 방출 단층촬영(PET) 검사 등을 시행하기도 한다.

최근 의료기술의 발달로 뇌종양의 위치와 특징에 따라 다양한 수술 방법을 시도할 수 있게 됐다.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수술 전 촬영한 MRI 결과를 통해 수술 중 실시간으로 뇌종양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접근하기 어려웠던 기저부의 종양
코나 눈 옆으로 내시경 넣어 제거
신경생리감시기법 합병증 최소화

형광유도수술은 환자에게 뇌종양에만 반응하는 형광물질을 투여한 뒤 특수 필터를 통해 뇌종양을 직접 확인하면서 절제하는 방법이다. 정상준 교수는 “이외에 수술 중에 주요 기능을 담당하는 신경의 위치를 확인해 신경 손상을 예방하는 기법인 신경생리감시기법은 수술로 인한 합병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과거에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뇌의 가장 밑 부분인 뇌 기저부에 발생하는 뇌종양은 코나 눈 옆으로 내시경을 넣어 제거하는 내시경 수술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감마나이프·사이버나이프 수술은
방사선으로 선택적인 치료·조절
감마나이프 수술(왼쪽 사진)과 사이버나이프 수술 개념도. 국가암정보센터 제공

외과적인 절제 수술 말고도 뇌종양을 선택적으로 치료·조절하는 방법도 있다. 감마나이프나 사이버나이프 수술과 같은 방사선 수술이 대표적이다. 방사선 수술은 다른 부위에서 뇌로 전이돼 생긴 뇌종양에 좋은 치료 성적을 보인다. 방사선 수술의 장점으로는 절개가 필요하지 않은 ‘무혈’ 수술법이며, 1~3회 내에 치료를 마칠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하지만 종양이 크거나 직접 뇌 신경 등을 압박하는 증상이 나타날 땐 이를 절제하는 수술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

정상준 교수 서울아산병원 신경외과

수술 외의 방사선을 이용한 치료 방법은 악성 뇌종양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도 쓰인다. 방사선을 2~6주가량 종양과 주변 범위에 쬐어 종양이 자라지 않게 억제한다. 정상준 교수는 “정상 조직을 최대한 보호하기 위한 3차원 입체조형 방사선 치료, 세기조절 방사선 치료 등과 함께 양성자 치료 역시 뇌종양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며 “뇌에는 위험 물질로부터의 보호를 위해 필요한 물질만 선택적으로 통과시키는 뇌혈관 장벽이 있기 때문에 항암제 침투가 어려워 항암 치료는 일부 뇌종양에만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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