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병원 10곳 중 7곳, 야간·휴일 진료 줄인다…의사 구하기 어려워(종합)

강승지 기자 2023. 6. 9. 20:2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늘린다는데 병원들은 달빛어린이병원 폐기 요구
"소아 필수의료 정상화 대책 논의기구와 입법 필요하다"
대한아동병원협회는 9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달빛어린이병원 제도 폐지 어린이 진료시스템 정상화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대다수의 국내 아동병원이 앞으로 평일 야간 및 휴일 진료 시간을 줄일 전망이다. 병원에서 일할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부족해서다. 병원들은 9일 "운영이 어려워 진료 시간 단축은 불가피하다"고 호소했다.

또한 소아 진료체계 붕괴 위기를 극복하려면 경증 환자의 응급실 과밀화를 막고 의료기관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어린이 환자를 주로 보는 병원들의 단체인 대한아동병원협회는 이날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달빛어린이병원 제도 폐지 어린이 진료시스템 정상화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주장했다.

4일 오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국내 1호 어린이 병원 소화병원이 의사 부족 사태로 인해 휴진 문구가 붙여져 있다. 2023.6.4/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협회는 전국 아동병원 중 회원병원인 108곳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였는데 그중 60여곳이 참여했다며 그 결과를 이날 공개했다.

조사 결과 올해 5월 기준 아동병원당 근무 의사 수는 평균 5명, 의사의 주당 평균 근무 시간은 78시간이다.

평일 야간 진료는 오후 9시까지 하는 병원이 32%로 가장 많고 오후 7시 20%, 오후 6시와 오후 11시 각각 16% 순이었다.

휴일 진료의 경우 토요일과 일요일 모두 오후 6시(35%) 또는 오후 1시(토요일 28%·일요일 26%)까지 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평일 야간과 휴일에 근무하는 의사 수가 4~5명인 아동병원이 47.2%, 2~3명인 아동병원이 38.9%이었다.

향후 평일 야간 및 휴일 진료시간 감축 계획 여부를 물으니 응답병원의 71.4%가 "계획있다"고 했고 28.6%만 "계획없다"고 했다.

야간·휴일진료 단축 예상시점은 '3~5개월 내'가 45.2%로 가장 많았고 '2~3개월 내' 단축을 예상하는 곳도 27.8%였다.

진료 시간 감축 이유로는 의사 수 감소(34.2%), 근무 직원 이탈(32.9%), 응급 중증 환자의 전원 어려움(24.1%) 등이 제시됐다. 특히 응답 아동병원의 90%는 의사를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답했다.

이 조사를 근거로 협회는 소아 진료 체계를 전면 재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회장인 박양동 창원 서울아동병원 병원장은 "한계점에 도달한 아동병원이 소아 진료를 포기하지 않도록 보건당국이 진정으로 소아 환자를 위한 알맹이 있는 소아진료 대책 마련이 매우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홍준 협회 정책이사는 "정부가 달빛어린이병원을 100곳으로 확대한다는데 현장은 지정 반납을 고려할 정도로 열악하다. 본래 취지에 맞게 운영할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달빛어린이병원은 최소 평일 오후 11시, 주말·공휴일 오후 6시까지 운영해야 하나 실제 지정 병원 중 야간·휴일 시간 요건은 충족해도 실제 운영은 주 2회에 그치는 경우도 있다. 그 역할을 하지 못하는 셈이다.

따라서 협회는 달빛어린이병원 제도 자체를 폐지하고 전국 시군구 소아인구에 비례해 1·2·3차 소아의료기관 역할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119 소방대원에게 환자 중증도 판단과 조정 기능이 없어 모든 환자가 거점 응급의료기관에 몰리고 있는 실정임을 토로했다.

경증환자가 거점 응급의료기관으로 오지 못하도록 규정을 만드는 대신 환자 응급단계와 배후진료를 통합 관리하는 보건복지부 콜센터를 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자격이 있어도 업무가 많고 경영이 어려워 진료를 하지 않는 의사들이 많다며, 이들을 돌아오게 할 제도와 국민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협회는 소아 필수의료 정상화 대책을 논의할 국무총리 산하의 특별위원회와 의료사고면책 특례법, 어린이건강기본법 등 입법도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이밖에 시범사업으로 추진 중인 비대면진료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정부는 현재 야간·휴일에 한해 처방없이 비대면 상담을 가능하도록 했다.

조병욱 칠곡경북대병원 소아응급의료센터 진료교수는 "직접 눈으로 보지 않고 진단하는 것은 상당히 큰 문제"라며 "소아 대상 비대면 진료는 절대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ksj@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