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따갑고 목 칼칼…더 빨라진 오존의 습격

김태훈 기자 2023. 6. 9.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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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더위와 함께 더 강해진 농도
장시간 노출 땐 호흡기·피부 손상
기체 상태로 마스크도 못 걸러내
주의보 내려지면 실내 대피 우선
수분 섭취 늘리고 외출 땐 긴 옷을
때 이른 무더위 속에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이 양산으로 강렬한 햇빛을 가리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6월부터 더위가 찾아오면서 여름철 불청객인 오존 대비도 시급해졌다. 지난 5월에도 한낮 최고기온이 30도에 육박한 날들이 이어지면서 전국에서 오존주의보가 75회나 발령됐다. 전국의 연간 오존주의보 발령 횟수는 2012년 66회에서 지난해 405회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올여름 더위가 예년보다 더 심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오존 농도 역시 치솟을 것으로 보여 시민들의 건강에도 비상등이 켜진 상태다.

오존은 성층권에서 자외선을 흡수해 지구상의 생명체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지표로부터 10㎞ 이내의 대류권에서 발생하면 역할이 바뀐다. 전문가들은 오존이 적당량이 존재할 때는 강력한 산화력 때문에 살균·탈취 작용 등으로 이롭게 활용할 수도 있으나, 농도가 일정 기준을 넘으면 호흡기나 안구 질환을 악화시키고 태아의 발달장애까지 일으킬 수 있다고 본다.

오존주의보는 공기 중 오존 농도가 1시간 평균 0.12ppm 이상, 오존경보는 0.30ppm 이상일 때 발령된다. 주의보가 발령되면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자동차 운행을 줄여야 하는 등 생활에도 불편이 따른다. 자동차 배기가스나 공장에서 배출되는 매연 등 대기 중의 오염물질이 기온이 높아지는 기상조건과 맞물려 오존 농도를 높이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오존의 농도가 높아지면 단순한 불쾌감을 넘어 기침과 두통, 피로감이나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발생시킨다. 일상생활에서 오존의 영향을 쉽게 느낄 수 있는 사례가 있다. 사무실 같은 밀폐된 공간에서 복사기 등 인쇄기기를 장시간 돌릴 때다. 오존 농도가 높아지면서 목이 칼칼하고 눈은 따가우며 머리가 무거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강효재 의정부을지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오존은 무엇보다 호흡기 점막을 자극해 심하면 염증을 발생시켜 호흡 기능을 저하하고 기관지 천식과 만성기관지염 등의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존은 독성이 매우 강해 농도가 0.1~0.3ppm에서 1시간만 노출돼도 호흡기와 눈에서 자극 증상이 나타나고, 0.3~0.5ppm에서 2시간 노출되면 운동 중 폐 기능이 감소한다. 0.5ppm 이상에서 6시간 노출 시 마른기침과 흉부 불안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1ppm에서 하루 8시간 동안 노출되면 기관지염이 발생하고, 1.25ppm에서는 1시간만 지나면 호흡 기능이 감소하는 등 농도가 더 높아질수록 폐부종, 폐출혈 및 폐포막을 통한 가스 교환 장애가 발생할 위험도 급격히 증가한다. 강 교수는 “오존 농도가 더 높아지면 신경계통에도 해를 끼치므로 1~2시간 동안이라도 고농도 오존을 흡입하게 되면 이후 정상으로 되돌아오는 데 여러 날이 걸린다”고 말했다.

오존주의보가 내려지면 실내가 더 안전하다. 실내는 실외보다 오존 농도가 30~50%까지 낮아서 주의보 발령 시 가능한 한 바깥 활동을 줄여야 한다. 특히 노약자는 외출을 자제하고, 학교에서도 야외 체육활동을 중지시키는 것이 안전하다. 강 교수는 “오존은 미세먼지와 달리 기체 상태라서 마스크로도 걸러지지 않는다”며 “건강한 사람도 오존주의보가 발령된 상태에서 격한 운동을 하면 오존이 폐 깊숙이 침투해 매우 해로운데, 호흡기나 심장질환자는 사망에 이를 수도 있으니 특히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존은 피부에도 자극을 주므로 농도가 짙은 날에는 수분 공급에 신경을 쓰는 것이 좋다. 하루 1ℓ 이상 물을 섭취하면 피부에 수분을 공급하고 노폐물을 배출시켜 오존 성분이 쌓이지 않게 돕는다. 또 오존 농도가 높아지는 상황은 자외선 역시 강해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오존과 자외선이 함께 피부에 악영향을 미쳐 두꺼운 각질층을 만들고 노화를 촉진할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외출해야 하면 긴소매 상의와 긴바지를 입어 오존이 피부에 직접 닿는 것을 줄이고, 외출 뒤엔 오존에 노출된 피부를 깨끗이 씻어주는 게 좋다. 한별 의정부을지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강한 산화력을 지닌 오존은 피부의 비타민 E와 C를 고갈시키고 피부 표면의 지방을 산화시켜 보호기능을 떨어트리며 피부염을 일으킨다”며 “외출 후에는 반드시 이중 세안을 해 묻어있을 수 있는 오존을 꼼꼼히 제거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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